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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조 원 규모 경기부양책에 ‘녹색 전환’ 조건 달아
윤기돈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상임이사 2020년 09월호

 

코로나19로 세계경제가 멈췄다. IMF는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4.9%로 전망했다. 각국은 경기부양에 막대한 자금을 동원하고 있으며, 최근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주요 20개국(G20)만 해도 경기부양책으로 10조 달러 이상 동원했다고 언급했다.
V자형 경기 반등을 위해 각국이 다양한 방안을 수립 중이며, 유럽연합(EU)도 코로나19 대응 경기부양책으로 7,500억 유로(한화 약 1,020조 원) 규모의 ‘차세대 EU’ 계획안을 지난 5월 27일 발표했다. 이는 EU 출범 이래 최대 규모의 예산이다. 7월 21일 최종 합의된 EU 경제회복기금 조성 계획에 따르면 보조금으로 3,900억 유로를, 나머지 3,600억 유로는 대출을 통해 확보할 방침이다. 이 중 보조금은 EU 자체 자원 한도를 일시적으로  늘려 예산을 조달하고, 향후 탄소국경세, 플라스틱 및 디지털 세금 등 새로운 수입원을 통해 상환한다는 계획이다.
‘차세대 EU’ 계획은 크게 다음 네 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병원, 학교와 공공주택 및 취약계층 거주 건물의 그린 리모델링을 우선 지원하는 리노베이션 웨이브 계획 실행 등 건물 및 인프라의 대규모 혁신과 순환경제 투자 확대, 풍력·태양광 중심의 재생에너지 확대와 청정 수소경제 착수, 청정 운송·물류를 위해 전기자동차 충전소 100만 개 설치 및 청정 모빌리티 구현,  공정전환펀드 강화를 통해 재교육 및 기업의 새로운 경제기회 창출 지원 등이다. 이는 우리나라 디지털·그린 뉴딜 사업이 담고 있는 도시·공간·생활 인프라 녹색 전환, 저탄소·분산형 에너지 확산, 녹색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 안전망 강화와 유사하다.
EU와 우리나라의 차이점은 EU는 이 계획이 코로나19로 발생한 위기 이전으로 돌아가기 위함이 아니라고 못박았다는 점이다.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회복을 위해서는 강력한 정책방향이 필요하다. 경제를 활성화하고 EU를 회복 탄력적이고 지속 가능하며 공정한 회복으로 향하는 경로에 안착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임을 강조했다. 즉 단기적 손실을 복구하는 과정이 EU의 장기적인 미래 비전에 부합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를 위해 모든 지원은 녹색 전환의 방향과 일치해야 한다는 녹색 조건을 달았으며, 예산의 25%가 기후 친화적인 지출을 위해 사용돼야 하고, 경제회복을 위한 공공투자는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do no harm)”는 기존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명시했다.
EU는 단순히 경기회복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기후위기라는 인류의 당면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2050년 탄소중립 사회 실현을 목표로 사회시스템 전반을 바꿔나가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사회 구축이라는 장기목표를 구체화하고,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단기 경기부양책이 이에 복무하게 함으로써 장기목표와 단기 집행방안을 일방향 정렬시켰다는 점이 ‘차세대 EU’ 계획안이 우리나라에 주는 시사점이다. 바로 이 점이 우리 디지털·그린 뉴딜 정책이 놓치고 있다고 시민사회로부터 지적받는 핵심 내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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