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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대전환 위한 장기목표 구체화해야
윤제용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장 2020년 09월호



그린 뉴딜은 2007년 경제, 환경 및 에너지 전문가로 구성된 영국 그린 뉴딜 그룹이 에너지효율 제고와 저탄소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정부투자를 제안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이후 2018년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에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를 발표하며 기후위기와 경제위기를 동시에 타개할 수 있는 대안으로 재조명받기 시작했다.

그린 뉴딜, 경기부양을 위한 그린 리커버리 성격 짙어
2019년 유럽에서는 ‘그린딜’을 국가 주요 전략으로 삼았고, 같은 해 미국 민주당에서는 그린 뉴딜 결의안을 정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유럽과 미국 모두 궁극적으로 구조 전환을 통해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고 제도개혁과 대규모 재정 투자로 경제위기를 타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특히 높아진 사회·환경 기준을 충족하는 무역기준과 국경조정 등을 적용해 국내에도 경제적으로 미칠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그린 뉴딜은 중요한 정책으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도 그린 뉴딜을 포함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서 그린 뉴딜은 인프라와 에너지의 녹색 전환, 녹색산업 혁신을 통해 탄소중립 사회를 지향한다는 방향성을 담고 있다. 단순 투자사업뿐만 아니라 제도개선 과제도 일부 포함됐다. 무엇보다 경기부양을 위한 그린 리커버리(green recovery)의 성격이 짙으며, 단기적으로 사업성과 창출을 목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그린 뉴딜이 추구해야 할 방향은 지속가능발전 프레임의 환경, 경제, 사회 3가지 측면에서 구체화할 수 있다. 먼저 환경적 목표로 탄소중립 및 생태용량 증진을 해야 한다. 탄소중립의 구체적 시점은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LEDS) 수립과 연계해 결정하고, 인간과 자연 공생의 기반이 되는 생태용량을 플러스로 전환해 그린 뉴딜의 환경적 혜택을 국민이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경제적 목표는 세계 최고 수준의 녹색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으로 설정해야 한다. 녹색경쟁력은 경제 전반의 녹색화(GDP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 및 녹색산업의 경쟁력(세계시장 점유율)을 포괄하고 있어야 한다. 마지막은 사회적 목표로 모든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포용적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전환 과정에서 모든 국민이 참여하고 비용과 혜택을 공유해 우리 사회의 신뢰와 응집력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방향성에서 향후 그린 뉴딜은 명확한 세부목표 설정과 정책수단 발굴, 거버넌스 체계 구축 등의 측면에서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그린 뉴딜은 녹색 전환 장기목표의 설정과 제도 개혁(green reform)을 포함해야 한다. 이번 한국판 뉴딜은 국가전략의 대전환이라는 큰 의미를 갖고 있지만 그린 뉴딜의 핵심이 되는 대전환 내용은 쉽게 찾기 어렵다. 단기적 사업을 통해 국가경제 회복과 일자리 창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보이지만, 그린 뉴딜의 본래 취지를 고려한 녹색 전환의 목표가 필요하다. 경제회복과 일자리 창출은 그린 뉴딜의 부수적 효과다. 그린 뉴딜의 단기적 목표와 장기적 목표는 구분돼야 할 것이다.

에너지 세제개편 등 실효성 있는 정책수단 필요···시민체감형 사업과 정책도 고려를
다음으로 제도개선 과제의 충분성과 개별 사업의 적정성 등이 향후 추가적으로 논의돼야 한다. 우선 부문별 사업은 단편적인 사업의 나열보다 대규모 재정 투자를 통해 가장 효과가 높은 사업 혹은 우선순위가 높은 사업이 무엇인지 보여줘야 한다. 특히 대규모 재정 투자를 통해 진행될 경우 불필요한 사업의 진행을 경계해야 할 필요성이 크므로 전반적인 뉴딜 정책 내 사업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실효성 있는 정책 수단도 필요하다. 실질적인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에너지 세제개편과 에너지 가격 현실화로 에너지 공급과 수요에 영향을 줘야 한다. 환경비용을 고려한 에너지 가격 등은 시장에 왜곡되지 않은 시그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시민체감형 사업과 정책의 고려가 필요하다. 이번 한국판 뉴딜은 인프라 혹은 관리체계 관련 사업 위주로 구성돼 사업주관 부처별로 설계돼 있으나, 공급자 측면이 아닌 주거와 여가 환경성을 개선하는 수요자 위주의 패키지로 통합해 계획돼야 한다. 그린 뉴딜이 대국민 합의라는 점에서 국민이 체감하고 실질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사업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녹색성장 기본계획 등 현행 정책계획(중장기 법정계획) 및 재정사업과의 연계 등 정합성 검토도 필요하다. 정책적 일관성이 없다면 지속적인 그린 뉴딜의 추진이 어려울 수 있다. 한국판 뉴딜 내에서도 정합성을 살펴봐야 한다. 디지털 뉴딜 등의 사업에서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이 증가할 수도 있으므로 정책의 일관성을 위해 한국판 뉴딜 내 모든 사업에서 탄소 배출과 감축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끝으로, 거버넌스 체계에서는 법률의 제·개정과 추진 기구에 대한 논의가 보완돼야 할 것이다. 단기적 사업 위주의 그린 뉴딜 효과가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도록 정책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정부는 재원분배, 제도개선을 통해 지역정부가 책임감을 갖고 이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해야 하며, 특히 포괄적 예산 지원 등 효과적인 예산 지원방식을 제고해야 할 것이다. 계통 확대, 대규모 재생에너지 사업, 산업구조 전환 등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사업이나 법제화 등은 지자체 역량으로는 한계가 있어 중앙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향후 롤링플랜(rolling plan)으로 발전해 지자체와 협력적인 관계를 통해 지자체가 추진하는 사업에 효과적으로 예산을 지원하고 제도를 개선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정책성과의 체계적 관리 역시 필요하다. 실행 중인 사업이 환경에는 물론 국가 지속가능발전에도 실질적으로 기여하는지 면밀히 살펴보고 이 과정에서 보완해야 하는 점이 발견되면 조정과 신규사업 발굴을 통해 정책효과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 사업별 일자리 창출 효과, 온실가스 배출 효과 등 한국판 뉴딜을 평가할 수 있는 툴에 대한 향후 준비도 필요하다. 사업들의 일자리 효과 관련 고용창출뿐 아니라 일자리의 질도 고민해야 한다.
그린 뉴딜은 시민과 지역의 참여가 중요한 사업이다. 그린 뉴딜이 성공적으로 수행됐을 때 우리나라가 어떤 모습일지 청사진을 제공해 국민적 공감을 얻어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열린 과정으로 지자체 및 산업계 의견수렴과 시민 공론화 과정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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