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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뉴딜 핵심은 재생에너지 활성화···정부가 나서 민간 불확실성 제거해줘야”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장 2020년 09월호
 
전 세계적으로 저탄소·친환경 경제에 대한 요구가 커지며 그린경제로의 전환이 촉진되고 있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장을 만나 코로나19로 인한 현 경제위기를 친환경으로 풀어나가야 하는 이유와 그린 뉴딜에 대한 제언을 들어봤다.
 

지금 그린 뉴딜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20세기 중후반까지만 해도 ‘경제성장을 하면 환경오염이나 환경파괴는 불가피하다’, ‘환경을 아끼고 보전하다 보면 경제성장은 안 된다’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팽배했다. 그런데 환경이 오염되고 파괴된 결과가 다시 경제성장을 제약하고 삶의 질을 악화시킨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경제활동을 하되 환경을 보전하는 방향으로 경제운용의 큰 틀을 바꿔야 한다는 깨달음이 생긴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성장과 보전이 조화를 이루는 방식으로 경제상황을 회생시키는 데 재정을 쓰겠다는 것이 그린 뉴딜이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가 심각하지 않나. 여기에 전 지구적으로 기후위기도 엄청나게 악화돼 우리만 해도 이번 여름에 큰 물난리를 겪었다. 현재의 경제위기와 기후위기, 이 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새로운 성장전략으로 그린 뉴딜이 필요한 거다.

과거에도 기후위기에 대응한 정책이 있었다. 이번에 발표한 정책과는 어떻게 다른가.
과거의 녹색성장과 지금 그린 뉴딜의 방향성은 같다고 본다. 다만 지향점에 조금 차이가 있을 수는 있다. 녹색성장은 기술을 통한 성장전략을 추구하되 그 기술이 녹색에 기반해 있다는 것이다. 친환경에 기반한 노동생산성 향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녹색기술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의 실업 문제와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반면 그린 뉴딜은 성장을 친환경으로 하자는 것을 넘어 노동자의 삶의 질이라든지 소득양극화 문제 등에 정부가 적극 개입해 정책적인 노력을 하겠다는, 보다 종합적인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그린 뉴딜이 추진 중인데.
EU가 특히 잘하고 있다. EU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의 타격이 가장 큰 지역이면서도 과거부터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이 굉장히 높아 여기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생각이 이미 자리잡고 있다. 유럽집행위원회(EC)를 중심으로 7년에 걸쳐 1천조 원의 재정을 투입하는 ‘그린딜’이라는 그린 뉴딜 전략을 추진하며 “그린딜은 기후변화 정책이 아닌 신성장 정책”이라고 못박을 정도다. 그동안 기후변화에 준비가 잘돼 있었기 때문에 그린딜 추진도 굉장히 빠르면서도 허둥댄다는 느낌은 들지 않더라. 반면 기후위기에 대한 우리 인식은 전반적으로 높다고 보기 힘들다. 경제부처는 기후변화 전략에 약하고, 환경부는 정책수단이 별로 없었다. 이것이 그동안의 안타까운 우리 현실이었다.

우리 정부가 발표한 그린 뉴딜 정책은 어떻게 보고 있나.
적지 않은 재정을 투입하고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계획들이 들어가 있어 고무적이다. 그런데 나는 그린 뉴딜에 네 가지 요소가 있다고 생각한다. 재정, 일자리, 그리고 중요한 것이 목표와 정책수단이다. 목표라고 하면 전 세계적으로 온실기체(greenhouse gas)를 줄여야 한다는 것인데, 진정한 의미의 그린 뉴딜이 되려면 온실기체를 앞으로 얼마 동안, 얼마나, 어떻게 줄이겠다는 것이 재정·일자리 정책과 함께 묶여야 한다. 유럽은 그렇게 한다. 2050년까지 온실기체 순배출을 ‘0’으로 만들겠다, 그 과정 속에서 이런 일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우리 그린 뉴딜 정책에는 그런 부분이 나와 있지 않다. 앞으로 정부가 지속적으로 그린 뉴딜의 목표를 분명히 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수단을 병행하면서 정부 재정을 적절한 곳에 쓰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평소 그린 뉴딜에서 에너지 전환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는데.
유럽에서도 그린딜의 핵심으로 꼽는 것이 재생에너지 확대를 대표 정책으로 하는 에너지 전환이다. 과거에는 대안이 없어 사회적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석탄·원전 등 집중형 발전 방식을 써왔는데 이제는 풍력·태양광 등 대안이 많이 있다. 기술혁신으로 효율성도 좋아졌다. 순 국산 에너지고, 부작용도 없고, 사회적 비용도 발생하지 않는다. 물론 어느 에너지원도 완벽한 것은 없기 때문에 문제가 있을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지속 가능성을 봤을 때, 기후변화를 봤을 때, 그린 뉴딜이 표방하는 여러 측면을 봤을 때, 재생에너지야말로 가장 부작용이 적은 에너지원이다. 때문에 당연히 이를 더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것이 그린 뉴딜의 핵심이다. 유럽은 물론 전 세계 많은 나라가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솔직히 말해 우리나라는 늦은 편이다. 하지만 우리의 장점이 속도에 있지 않나. 코로나19로 경제와 환경이 같이 가야 한다는 인식에 도달했으니 그 방향으로 가장 효과적으로 갈 수 있는 정책을 펴나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민간은 어떻게 해야 할까?
정부가 민간의 불확실성을 제거해줬으면 한다. 대만은 지금 5기가와트 이상의 해상풍력단지를 만들겠다고 발표하고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정부가 이 시장을 확실하게 만들어주겠다고 선언하고, 부족한 자국의 기술력을 고려해 유럽의 앞서 나가는 기업, 그리고 우리 기업들과도 계약을 체결했다. 민간 기업들이 기다리는 것이 이런 것이다. 정부가 컨트롤타워가 돼 시장을 확대하고 현장의 어려움을 적극 해소해줄 테니 여러분은 투자하라고 하면 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분야 투자에서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원전, 석탄 시장보다 크다. 엄청난 장이 열린 것이다. 또 재생에너지는 기존 에너지원에 비해 일자리가 엄청나게 나온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1,100만 개의 일자리가 생겨나고 있다. 또한 이 시장에서는 중소기업이 맡을 수 있는 역할도 굉장히 많고, 주민들에게도 직접투자나 협동조합 방식으로 소득이 돌아갈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은 시장만 있으면 굉장히 빠르게 움직이는 장점을 갖고 있다. 시장이 열리느냐, 시장이 확대될 것이냐에 대한 불확실성만 제거해준다면 민간투자, 일자리 창출, 경제성장, 기후 문제 해결이라는 일석다조의 길로 갈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경제부처는 환경마인드를, 환경부처는 경제마인드를 가져 서로 상생하고, 부처 간 칸막이 없는 통합된 정책을 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국민들께는 기후 문제와 경제 문제는 함께 가는 것이고, 함께 갈 수밖에 없다는 인식의 전환을 부탁드리고 싶다. ‘기후 문제는 우리 모두가 함께 힘을 합치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다’는 공동체 의식을 가졌으면 한다. 기후변화는 생존의 문제다. 이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우리 모두 불필요한 정쟁 없이 노력해가길 바란다.

 
홍성아 나라경제 기자
KDI 경제정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