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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시대에도 계속될 미중 통상갈등…미국 주도 공급사슬 참여 등 실리 추구를
문종철 산업연구원 산업통상연구본부 연구위원 2020년 12월호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사실상 조 바이든 후보가 승리하면서 4년 만에 정권교체가 일어나게 됐다.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으로 한국을 둘러싼 통상환경은 또 한 번 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주목을 받는 것이 바이든 시대에 미국의 대중 전략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다. 중국의 경제성장이 미국에 위협이 되고 있으며 이를 견제해야 된다는 인식은 미국 정가에서 공화당과 민주당을 막론한 초당적 공통의견이다. 그러나 대중 견제와 관련된 접근법과 실행방법에서 바이든은 트럼프와 차이를 보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미국의 대중 견제전략이 우리 통상환경에 미칠 영향 고려해야
트럼프는 강한 미국에 대한 믿음을 토대로 독자적인 대중 견제노선을 취했었다. 미국은 강하기 때문에 주변국이나 동맹국의 도움 없이 단독으로도 중국을 충분히 견제할 수 있다는 것이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였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독자적인 견제노선보다는 미국의 리더십과 동맹과의 결속 강화에 기반을 둔 외교전략을 통해 중국 견제의 효율성을 높이는 현실주의적인 외교노선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통상현안이 정치·외교 현안의 일부 혹은 하위 현안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바이든은 오랫동안 상원의 외교위원회에서 활동해온 직업정치인으로, 통상전략을 외교전략의 일환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중국과의 관계를 정치적 시각에서 접근하고 통상은 그러한 정치적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과 관련해 이러한 미국의 전략은 수출의존도가 높은 중국과의 거래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은 각국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동맹인지를 확인하려 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신뢰할 수 있는 동맹들과의 결속을 강화하기 위해 경제적 편의를 제공하는 한편 신뢰도가 낮거나 중국의 편이라고 간주되는 국가에 대해서는 중국에 취하는 것과 비슷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한국 입장에서는 향후 통상 문제에서 이러한 부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대중 관계에서 지정학적 전략 계산을 바탕으로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조치 중 하나가 현재 포괄적·점진적이라는 표현을 추가해 임시적 조치의 형태를 띠고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재가입하는 것이다. 중국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타결을 통해 아시아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에 대한 대응책으로 미국은 당초 예상보다 빠른 시기에 TPP 재가입을 추진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기존 TPP 회원국들이 미국의 재가입을 강력하게 바라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단순한 경제적 이해관계의 계산이 아닌 정치적 고려가 요구되는 사안이 될 것이며 한국에는 또 한 번의 어려운 과제를 안길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TPP 재가입을 시도할 때 이미 RCEP에 서명을 완료한 한국이 TPP 가입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이는 정치적 측면에서 원래의 의도와는 다른 신호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노골적으로 미국의 편에 서는 태도를 취하는 것도 매우 위험한 선택이다. 노골적인 미국 지지는 중국으로부터 명시적인 혹은 사드 사태 때와 같은 암묵적인 보복조치를 당할 위험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어느 때보다도 양국 관계에서 이해득실과 관련된 정밀한 계산과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미국의 대중 견제 강화가 우리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분야는 ICT와 첨단기술 분야다. 이미 트럼프 정부 시절에 중국의 정보통신 관련 기업과 통신장비 등에 규제 조치를 취했었고, 그 외에도 수출 규제, 중국 정보통신 기업의 대미 투자 규제, 미국 기업의 대중 투자에 대한 조사 강화 등을 시사하기도 했다.
바이든 정부에서도 이런 기조는 계속될 전망이다. 첨단기술 및 정보통신 분야는 통상이 아닌 안보의 문제로 접근할 가능성이 높으며, 통상 분야에서 대중 관계는 중국으로의 첨단기술 유출 방지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해당 분야에서 지금까지처럼 미국과 중국 시장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어느 한쪽과의 통상관계가 축소되는 것이 불가피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해당 분야를 주력산업 중 하나로 거느리고 대중국 매출의 비중이 큰 한국 입장에서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중국시장을 지키고 싶어도 이들 분야와 관련된 지식재산권은 아직도 대부분이 미국의 소유로 돼 있어 미국의 입장을 무시할 수도 없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중국과의 관계가 축소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이 한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중국의 첨단기술 및 ICT 관련 기업의 미국시장 진출이 강력하게 규제되고 기술 접근에 대해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그로 인해 발생하는 해당 분야의 미국시장에서의 공백을 확보할 수 있다면 중국과의 거래가 축소되는 부분에 대한 보전이 어느 정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국익을 위한 신중한 선택 필요
이러한 제반 상황을 고려할 때 우리는 동맹으로서 미국과의 관계에서 신중한 통상정책이 요구된다. 바이든 시대에는 앞서 언급했듯이 정치와 통상을 분리해 개별적으로 대응하기가 어려운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있으며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설 가능성이 높다. 어떤 결정이든 한국을 둘러싼 통상환경에 큰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에 이해득실의 정밀한 계산이 요구되며 미중 양측으로부터 동시에 신뢰를 잃는 상황은 피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어떤 규칙이 통상환경에 적용될 때 궁극적으로 한국에 이득이 될지에 대한 심사숙고와 결단이 필요할 것이다. 이미 RCEP에 서명을 한 상황에서 미국이 TPP 재가입을 추진할 경우 우리도 가입 여부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한편 바이든 정부는 동맹으로서 한미 간 결속 강화와 신뢰할 수 있는 공급사슬 구축이라는 측면에서 한국에 기대를 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한국은 한미 관계에서의 신뢰를 토대로 미국이 재구축하는 공급사슬에 참여 가능성을 타진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중국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 공급사슬을 다변화해 미중 간의 갈등이 위험요소로 작용하는 부분을 최소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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