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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가가치 소재·부품 국산화 위한 R&D 지원 필요
최문정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2020년 12월호


미중 무역분쟁, 브렉시트 등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됨에 따라 2018년 이후 감소하기 시작한 세계 상품교역이 2020년 코로나19로 급격히 위축됐다. 일례로 지난 5월 세계 상품교역(물량 기준)은 전년 동월 대비 17.5%나 감소했다.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정책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기업의 해외 생산기지를 본국으로 회귀시키는 리쇼어링(reshoring)이 증가하고, 코로나19로 의료용품 등의 공급 부족이 발생하면서 글로벌 공급망 관련 리스크가 부각됐다. 이러한 충격들은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 글에서는 글로벌 공급망의 구조변화 현황과 향방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우리의 대응방안을 고찰하고자 한다.

코로나19로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 우려 커져
2000년대 들어 중국의 WTO 가입 등을 계기로 기업들은 비용 절감과 품질·효율성 향상을 위해 생산과정을 여러 국가에 분업·특화하는 글로벌 공급망 구축을 활발히 진행했다. 이는 원자재 및 중간재를 무역을 통해 조달하고 조립·가공 생산기지를 중국 등 신흥국에 이전해 생산하는 방식으로 주로 이뤄졌다. 이와 같이 2000년대 들어 크게 확대·강화됐던 글로벌 공급망은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화되기 시작했으며, 다음과 같은 구조적 변화를 보이고 있다.
첫째, 글로벌 공급망에서 제조업의 역할이 약화되고 기업의 인건비 절감을 위한 글로벌 공급망 참여가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조립·가공 거점의 역할을 하던 중국 등 신흥국에서 소득·소비 증가로 경제가 수출 중심에서 내수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수출집약도가 감소하고, 기술발전으로 중간재의 국산화가 이뤄지면서 수입집약도도 감소했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 등 주요 신흥국의 인건비가 상승함에 따라 생산거점이 아세안 등으로 다변화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4차 산업기술을 도입한 스마트공장을 구축해 생산기지를 본국 및 소비시장 근접 지역으로 이전하는 추세다. 즉 로봇,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기술이 생산과정에 도입됨에 따라 생산거점 결정에 있어 인건비 절감보다는 소비시장 접근성, 인프라 품질 등이 보다 중요하게 고려되고 있다.
둘째, 글로벌 공급망에서 서비스업 및 지식집약적 부문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서비스교역은 재화교역에 비해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IT·통신, 사업서비스, 지식재산권 등의 교역이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제조업 교역에서도 부가가치의 약 3분의 1이 연구개발(R&D), 판매 및 마케팅 등 서비스 부문에서 창출되고 있어 글로벌 공급망에서 서비스업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산업별 글로벌 공급망 참여도는 고기술 첨단산업에서 가장 높을 뿐 아니라 가장 빠르게 상승하고 있어 지식집약적 산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추세다.
셋째, 글로벌 공급망의 지역화가 강화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감소했던 역내교역은 아시아 및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2013년 이후 증가하고 있다. 신흥국의 인건비 상승 및 4차 산업기술 도입 등으로 신흥국으로의 생산기지 이전이 줄어들고 있으며, 본국 및 소비시장 근접 지역에 스마트공장과 같은 효율성을 높인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움직임도 지역화를 강화시키고 있다. 장거리 공급망보다는 근거리 공급망을 통해 원자재 및 부품 조달 효율을 높여 재고비용을 절감하고 품질관리 능력을 향상시키려는 유인이 높아지고 있다.
한편 주요국을 중심으로 한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글로벌 공급망 구조 변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브렉시트, 미국의 주요 FTA 재협상 등으로 정책 불확실성이 높아짐에 따라 다국적 기업을 중심으로 해외 생산기지를 본국으로 회귀하는 리쇼어링 및 소비시장 인접 지역으로 이전하는 니어쇼어링(nearshoring) 등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미중 무역분쟁이 지속되면서 중국 내 생산거점을 뒀던 다국적 기업의 리쇼어링 및 생산지 다변화 사례가 늘어나는 등 탈중국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코로나19는 글로벌 공급망의 위기 취약성을 크게 부각시켰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중국의 봉쇄조치 및 생산중단으로 인해 해당 지역에 공급망을 두고 있는 해외 기업의 부품 조달 및 생산이 지연되면서 그 충격이 여타 국가로 연쇄적으로 파급됐다. 또한 중국에 이어 주요 선진국에서도 코로나19가 심화되면서 수요 감소 충격이 공급망을 따라 전이되며 원자재 및 부품 공급업체에 타격을 줬다. 이처럼 공급망을 통한 국가 간 직간접적 연계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글로벌 공급망은 코로나19 충격을 전 세계로 확산·증폭시키는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의료 및 보건물자 공급 부족이 발생하면서 필수물자의 해외조달에 대한 리스크와 국내 공급망 확보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는 등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

공급망 다각화 및 관리 유연성 제고, 스마트제조 인프라 구축 등 노력을
코로나19를 계기로 글로벌 공급망의 위기 취약성이 드러남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의 리스크 축소 및 위기관리능력 제고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공급망 다각화 및 지역화, 생산기지의 본국회귀가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며, 로봇·AI·빅데이터 등 4차 산업기술 도입을 통해 공급망의 위기 대응력을 확충하는 방향으로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울러 공급망 리스크 축소를 위한 기업 간 협력, 산업 구조조정, 포트폴리오 변화 등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응해 우리는 위기 대응력 제고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수출의 약 70%, 수입의 약 50%가 중간재 교역으로 이뤄져 있어 글로벌 공급망 참여가 높은 수준이다. 또한 중국, 일본 등 일부 국가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가 높아 이에 대한 리스크 관리방안도 필요하다.
따라서 향후 중장기적으로 공급망 리스크 축소 및 위기 관리능력 제고를 위해 공급망 다각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공급망 관리 유연성 제고 및 교역중단 리스크 최소화를 위해 국내 공급망 확보도 필요할 것이다. 특히 해외 공급망 의존도가 높은 주요 소재·부품 등 고부가가치 중간재에 대해서는 공급망 다변화뿐 아니라 국산화를 위한 R&D 지원도 긴요하다. 또한 4차 산업기술을 기반으로 국내외 공급망에 대한 관리능력을 확충하고, 디지털 자동화를 생산과정에 적용한 스마트제조 인프라 구축을 적극 지원해 국내 공급망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것도 필요하다. 아울러 대내외 정책 불확실성 등 글로벌 공급망과 관련된 잠재적 리스크에 대한 정보 제공과 필수 전략 부문의 공급망 리스크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 등과 같은 정책적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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