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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디지털무역 관련 규정 다른 협정으로도 확대해야
김기홍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 2020년 12월호


디지털경제의 발전은 제4차 산업혁명으로 연결되면서 세계경제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 결과 국제무역 부문에서는 법률, 엔지니어링, 금융과 같은 전문 서비스의 거래 비중이 커지고 있다. 디지털경제와 인터넷의 발전으로 이러한 서비스가 국경을 넘어 이동하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또한 상품이 거래되는 방식에서는 온라인 전송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고, 무역거래에 정보를 효과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상품의 전송과 수송에 따르는 비용이 줄어들게 됐다. 그로 인해 무역거래와 관련된 데이터는 더욱 중요해졌다.

글로벌 가치사슬 효율화에 데이터의 국가 간 이동은 필수
무역거래 과정에서 데이터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거래되는 상품을 어느 지역에서 얼마만큼 어떤 방식으로 생산하느냐’가, 다시 말해 ‘글로벌 가치사슬’이 국제무역의 성과를 좌우한다. 그런데 상품의 생산을 전 세계적으로 조정하고, 디자인과 연구개발(R&D)을 조화시키며, 물류 네트워크와 공급망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상품의 생산·운송·소비를 효율적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이와 관련된 데이터의 국가 간 이동이 필수적이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이 모든 변화와 관련된 디지털무역을 ‘재화와 서비스의 주문·생산·전달에 있어 인터넷과 인터넷에 기반을 둔 기술이 특별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무역거래’로 정의했다. 이 정의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부분은 생산까지 포함한 디지털무역의 모든 과정에 암묵적으로 데이터의 사용과 이동이 전제돼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무역에 국경 간 데이터 이동이 이처럼 중요하지만 아직 이 문제에 대한 국제적 합의는 부족하다. 논의의 대상인 국경 간 이동 데이터에는 첫째, 정보데이터와 기업데이터 둘째, 디지털 기술의 사용으로 거래가 가능해진 상품·서비스 관련 데이터 셋째, 디지털재화 수출입에 포함되는 데이터, 이렇게 세 가지 종류가 있다. 둘째와 셋째 범주에 속하는 데이터는 국경 간 이동이 허용돼야 한다는 국제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첫 번째 범주에 속하는 데이터, 즉 정보데이터와 기업데이터다. 이런 데이터는 기업의 생산, 마케팅, 판매, 고객서비스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들 데이터의 국경 간 이동이 허용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와 관련된 가장 큰 두 가지 쟁점은 데이터의 소유권 문제(데이터 현지화 문제)와 정보보호 문제다. 우선 데이터의 소유권 문제다. 많은 나라가 자국에서 생산된 데이터를 자국의 소유물로 간주하려 한다. 또한 데이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자국에 반드시 컴퓨터 업체나 현지 지사를 설립하도록 요구한다. 하지만 플랫폼 기업들은 데이터의 국가 간 이동을 통해 사업을 하고, 글로벌 제조업체들은 생산의 효율화를 위해 다양한 국가에서 만들어진 데이터를 필요로 한다. 그러므로 데이터의 국가 간 자유로운 이동이 보장되지 않고서는 디지털무역의 실질적인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 다음 개인정보보호 문제다. 디지털경제가 발전할수록 개인의 특성이나 기호에 맞춘 서비스나 상품의 발매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개인정보의 자유로운 활용이 필요하다. 하지만 개인의 정보가 보호돼야 하다 보니 개인정보의 자유로운 이용이 제약되고 있다.

데이터 이동 관련 규범 재정비 위한 양자 간, 다자간 협정 등 적극 주도할 필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디지털무역를 활성화하려면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국제규범이 재정비돼야 한다. 첫째, 이 문제와 관련해 현재의 WTO 관련 규정을 적용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자세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디지털무역의 경우 서비스무역의 비중이 커진다는 점에서 ‘서비스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S)’의 시장접근, 무차별대우 등의 조항이 어떤 방향으로 적용될 수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둘째, 이런 조치로도 미흡할 경우 새로운 서비스무역협정의 체결을 주도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협정 체결의 대표적 선례가 서비스무역협정(TiSA; Trade in Services Agreement)의 체결이다. 또 양자 간 FTA를 통해 이런 문제에 대한 새로운 규범 제정이 필요한지 점검해야 한다. 한국은 현재 발효되고 있는 한미 FTA에 디지털무역과 관련된 좋은 규정들이 있기 때문에, 향후 이런 규정과 원칙의 확대를 위해 한중 FTA와 같은 양자 간 협정,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과 같은 복수국 협정 그리고 디지털무역협정과 같은 다자간 협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셋째, 디지털무역과 관련된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해나가기 위해 정부·민간단체·NGO가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디지털무역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데이터의 자유로운 이동과 활용이 전제돼야 하지만, 이와 관련해 개인정보보호라는 또 다른 원칙이 있으므로 이 양자를 적절히 조화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 차원의 논의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는데, 그 부족한 부분을 민간단체나 NGO가 메꿀 수 있다.
디지털무역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닌 지금 바로 진행되고 있는 현실의 문제다.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우리의 경제와 무역의 미래를 좌우하게 된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디지털무역으로의 무역환경 변화에 기민하고 적절하게 대응함으로써 우리나라가 그 변화의 과실을 충분히 누릴 수 있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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