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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구동형 사회 눈앞에
길재식 전자신문 경제금융증권부 차장 2020년 12월호



미래산업의 마중물로 불리는 마이데이터산업이 내년 본격 개화하며 우리나라도 이제 산업에서 데이터를 수집·축적하고 유통해 새로운 융합 가치를 창출하는 데이터 구동형 사회 진입을 앞뒀다. 각종 정부 단위 사업과 유통, 통신, 가전, 부품소재에 이르는 전후방산업 모두에 데이터를 자유롭게 입힐 수 있는 법적·기술적 환경이 조성됐고,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전송 환경을 소비자가 능동적으로 선택하며 자기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중계기관으로 데이터 유통의 효율성 높아질 것
한국에 앞서 미국, 유럽 등에서는 이미 데이터 구동형 사회로 진입해 다양한 마이데이터 사업을 추진 중이다. 미국 스타트업 플레이스미터(Placemeter)는 데이터를 가공해 뉴욕시 방범카메라 영상 데이터를 해석, 거리 교통량을 분석한다. 날씨나 여러 이벤트 변수, 교통량을 연결해 ‘몇 시간 후, 어디에 사람들이 집중되는지’ 예측할 수 있다. 또한 데이터 집적과 분석을 통해 도시를 설계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데이터를 활용해 효과적으로 도시를 설계함으로써 거리 정체를 완화하고 배기가스 배출량을 저감하는 효과를 낳았다. 시카고시는 거리 범죄율부터 수질조사 결과에 이르기까지 600여 종이 넘는 데이터를 분석·공개한다. 31개에 달하는 도시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플랫폼도 상용화했다. 날씨나 쓰레기가 넘쳐나는 장소, 공실 등의 위치를 데이터 융합을 통해 분석해 쥐가 발생할 장소를 예측하기도 한다.
다양한 산업에 관계하는 결제, 금융업에도 데이터가 주는 가치와 영향력은 막대하다. 금융마이데이터와 전문개인신용평가업, 중금리대출, 소액신용대출, 소상공인 컨설팅 등 파격적인 금융서비스가 대거 상용화된다. 또 유통·제조·바이오 등 후방산업 실핏줄이 연결되고 데이터 혈류를 자양분으로 하는 각종 혁신 융합서비스가 촉발된다.
정부는 데이터산업을 효율적으로 진흥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등 주요 데이터 집적기관은 물론 각 분야별 중계기관을 최근 선정했다. 마이데이터산업의 핵심은 데이터 유통과 가공·결합이다. 마이데이터 중계기관은 고객이 마이데이터 앱을 통해 여러 기관에 흩어져 있는 자신의 데이터를 조회할 때 해당 데이터를 중간에서 연결하는 브릿지(가교) 역할을 한다. 해당 데이터가 금융기관에서 마이데이터 사업자로 직접 가지 않고 중계기관을 거쳐 유통되는 셈이다. 마이데이터 사업자와 금융기관을 개별로 연결할 경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업무 비효율은 물론 기업의 이중 투자가 초래될 것이다. 마이데이터 사업자와 중계기관을 1:1로 연결해 데이터 유통에 대한 효율성을 높이는 역할이 중계기관의 핵심 업무다.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신용정보법」)에 따르면 신용정보제공·이용자는 정보 주체의 신용정보를 본인신용정보관리회사에 직접 전송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 중계기관을 통해 전송이 가능하다. 개별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로 구축할 경우 막대한 자금이 소요됨은 물론 모든 금융회사 등의 API 시스템과 별도 계약을 거쳐 연동해야 하지만, 중계기관을 거치면 공동 분담으로 비용이 책정되고 통합 API 형태로 기업이 손쉽게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 중계기관 참여 금융사 등은 공동 API 시스템을 통해 저렴한 구축·운영 비용으로 마이데이터 사업자에게 개인신용정보 전송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중계기관을 이용하면 핀테크 기업과 대형 금융사 간 공정한 경쟁환경이 조성된다. 「신용정보법」상 중계기관은 중소형 금융회사 등이 법적 의무사항(마이데이터 사업자 대상 개인신용정보 제공)을 편리하게 이행할 수 있도록 하는 보호조치이자 특례사항이다. 중소형 기업은 중계기관을 이용함으로써 API 시스템을 직접 구축해야 하는 대형 금융사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손쉽게 마이데이터 사업자에게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아직 마이데이터산업이 어떻게 파괴적 혁신을 가져올지는 예측하기 힘들다. 다만 사업의 안정적 출발과 빠른 확산에 중계기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고, 정부가 중계기관의 권한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중계기관은 API 시스템을 공동 구축해 종합적인 관리 체계를 갖출 수 있다. 테스트와 실시 과정을 단계별로 지원하고 일정관리 등을 통해 마이데이터 제공 의무시점을 준수하며, 중소형 기업별 상이한 여건에 따른 서비스 편차, 민원 등 장애 발생요인을 조속히 제거할 수 있다. 중계기관 활용으로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이용하게 될 개인신용정보 유통이 적기에 이뤄지는 효과가 기대된다. 여기에 중계기관의 시스템 운영 노하우(과도한 조회량 조정)와 정보보호(이상 금융거래 탐지 등) 인프라 등을 통해 보다 안전한 정보제공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

「신용정보법」 상 데이터 전송요구권 규정 보다 세밀하게 다듬어야
내년 2월 5일부터 본인신용정보 전송요구권이 법적 효력을 발휘한다. 마이데이터 사업자뿐 아니라 전자금융업자, 공공기관, 신용정보관리회사는 데이터 전송을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의무적으로 갖춰야 한다. 시행까지 4개월이 채 남지 않았지만 데이터 전송요구 인프라 전환을 준비하고 있는 곳은 많지 않다. 법 개정에 따라 앞으로 소비자 정보를 보유하거나 상거래 등을 위해 신용정보 등을 타인에게 제공하거나 제공받는 공공기관 및 기업은 모두 본인신용정보 전송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본인신용정보 전송요구권은 쉽게 말해 고객(소비자)이 본인의 정보를 다른 금융기관이나 기관에 주는 것을 요구하는 행위다. 데이터 전송요구에 응하지 않거나 해당 인프라를 갖추지 않을 경우 「신용정보법」 개정안에 의해 수천만 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정부는 「신용정보법」 개정안에 명문화된 데이터 전송요구권 관련 규정을 좀 더 세밀하게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 개정된 개인신용정보의 전송요구(제33조의2) 정의에는 개인신용정보를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로 처리가 가능한 형태로 전송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그러나 정보처리장치에 어떤 수단이 해당되는지, 또 어떤 정보 등이 속하는지 구체적인 기준이 모호하다.
결국 정부는 당장 시스템 전환이 힘든 곳이 상당수인 점을 감안해 별도 중계기관을 두고, 해당 기관에 권한을 대폭 위임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현재 데이터 전송요구권 관련 중계기관은 금융결제원, 신용정보원, 코스콤 등 3곳이 선정됐다. 각 분야별 중계기관을 늘리고 조속한 전환이 가능하도록 협의가 필요하다. 중계기관을 허브기관으로 활용해 미래산업을 연결하는 촉매인 데이터를 보다 잘 구동되게 해야 할 시점이 왔다. 데이터경제가 실현되면 인공지능(AI), 바이오, 헬스케어, 사물인터넷(IoT) 등 미래 핵심산업 성장 기반 마련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통합적인 제도 수립과 운용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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