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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 형태 달리하면서 계속 진전될 것…불평등 해결할 진정한 포용정책 필요”
박태호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 2020년 12월호

 


2008년 금융위기 등으로 타격을 입은 세계화가 코로나19로 더 큰 위기에 빠졌다는 이야기가 많다. 세계화 위기의 근본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세계화 위기의 근본 원인은 세계화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세계화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가, 산업, 사회 구성원에 대한 진정성 있는 관심 및 정책의 부재에 있다고 하겠다. 기술발전, 개방 등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생겨났고 이제 더욱 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편 일부 정치인들이 정치적 목적으로 반세계화 정책을 내세우면서 상황을 더 악화시킨 측면도 있다.

그 대표적인 정치인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 미국의 통상정책이 많이 달라질까?
바이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WTO 정상화 등에 대한 기대가 많지만 바이든은 미국 민주당에서 배출하는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기본적으로 노동자 보호, 제조업 부활 등의 정책을 펼칠 것이고 인권, 환경 등에 큰 관심을 둘 것이지만 세계무역을 더 자유롭게 할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무엇보다 바이든이 대통령에 취임하면 코로나19 통제, 경기회복 등 국내 이슈에 더욱 집중할 것이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정책과 관련해서 가장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은 미국의 세계 리더십 복원이다. 바이든 정부는 파리기후협약 재가입, 다자체제 존중 등으로 정상적인 글로벌 리더십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그렇게 한다고 해서 WTO 문제 등이 바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국제공조 강화로 지정학적 리스크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상소기구 기능 정지 등 WTO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면, 지금의 다자체제 위기 속에서 우리의 통상외교정책의 큰 방향은 무엇이 돼야 할까?
우리나라와 같이 대외무역 의존도가 높은 중견국가 입장에서는 WTO 중심의 다자무역체제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우리 통상외교정책의 큰 방향은 다자무역체제의 역할 및 기능 재건에 최선을 다해 참여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와 입장을 같이하는 다른 중견국가들과 공동 대응함으로써 나름대로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동시에 다자체제와 보완이 될 수 있는 지역무역협정이나 복수국 간 협정 참여 등에도 관심을 갖고 입장을 정립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15개국이 체결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우리나라가 참여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바이든 취임 후 미중 통상갈등은 어떻게 될까?
바이든 정부도 대중 압박을 가할 것이지만, 트럼프 정부와 같은 일방적이고 자의적인 조치는 지양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불공정한 조치를 개선함에 있어 공정한 무역을 위한 국제규범을 바탕으로 하면서 미국과 입장을 같이하는 다른 여러 국가와 함께 대응하는 통상정책을 구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중 통상분쟁, 코로나19 등으로 탈중국화를 비롯해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다. 우리 기업에 가장 잘 맞는 공급망 재편 전략이 있다면?
기업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인 전략을 말하기가 어렵다. 다만 중국과 밀접하게 기업활동을 하는 우리 기업이 많은 만큼 다음 몇 가지 측면에서 전략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일단 중국에서 생산된 부품을 사용하는 기업은 중국 밖에서도 부품을 공급받을 수 있는 추가 공급처를 확보하는 것이 안전하다. 단지 중국의 임금이 싸서 중국에서 부품을 생산해서 공급받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인도 등과 같이 임금 측면에서 중국에 비해 월등하게 경쟁력을 가진 지역으로 공급처를 완전히 전환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한편 중국 내수시장을 보고 중국에서 생산활동을 하고 있는 기업은 앞으로 중국이 국가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는 내수시장 중시 정책을 감안해 생산시설을 확장하는 방안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이렇듯 우리 기업은 이미 글로벌 기업이 된 만큼 각자의 이해관계에 맞는 공급망 재편으로 앞으로 있을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공급망 재편 전략으로는 기존 공급망 확대, 새로운 공급망 구축, 공급망 단계 축소, 추가 공급처 확보 등이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차이나 플러스 원 등의 전략에 가장 유망한 곳을 꼽는다면?
베트남이라고 생각한다. 노동자들이 교육 수준이 높고 부지런하며 손재주가 아주 좋은데, 임금은 중국의 3분의 1보다 낮은 수준이다. 또한 중국은 1인당 GDP가 1만 달러인 데 비해 베트남은 2,800달러 정도다. 낮은 임금을 이유로 중국으로 생산지를 옮겼던 기업들이 이제는 베트남으로 향하고 있다. 베트남으로의 생산지 이전이 하도 많이 이뤄지니 미국이 베트남을 환율조작 감시대상에 넣는 등 견제를 하고 있다. 통상분쟁에 있어 이처럼 환율뿐 아니라 환경, 인권, 노동 등의 문제도 중요해질 것을 고려해 투자처를 선정해야 한다.

바이든 정부가 친환경 부문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환경산업에 더 큰 관심이 쏠리고 있고 말씀하셨듯이 통상분쟁에서도 환경이 중요해질 텐데,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독일에 사는 지인에 따르면 독일에서는 2030년부터 휘발유차 등 내연기관차 신차 판매가 전면 금지되는데, 벌써부터 내연기관차는 거의 중고시장에서만 거래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휘발유 사용, 쓰레기 배출 등의 심각성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많이 떨어진다. 우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나가야 한다. 2005년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한 우리나라로서는 탄소세 도입에 대해서도 보다 적극적인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유럽에서는 이미 탄소세를 도입하고 있고 바이든 정부도 탄소세와 탄소조정세 도입 계획을 밝혔다.

내년 1월 브렉시트 발효가 우리 통상에 미치는 영향은?
EU와 영국 간에 협상이 원만히 이뤄지지 못한 채 브렉시트가 이행된다면 세계경제에 불확실성이 추가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환율 및 투자의 흐름 등 세계 금융시장에서 혼란이 가중될 것이며 이는 간접적으로나마 우리 경제에도 안 좋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미 영국과 양자 FTA를 체결했으며 EU하고도 기존의 FTA를 유지하기로 했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EU 및 영국 양 지역 간 교역관계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EU 내에서 기업활동을 하는 우리 기업이 제품을 영국으로 수출할 경우와, 반대로 영국에서 생산된 우리 기업 상품이 EU로 수출될 경우 각각 관세를 내야 한다. 따라서 여기에 해당하는 우리 기업들은 브렉시트 이후 적용될 관세부과 등 전에 없던 무역장벽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로 가속화된 디지털 전환과 함께 디지털무역이 활성화되고 있다. 이에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
디지털무역 시대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데, 그 주역은 기업이다. 따라서 정부는 기업이 디지털무역을 창의적이고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국내 비즈니스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필요하다면 규제도 과감히 풀어주고 4차 산업혁명 분야에 기업들이 투자할 수 있도록 유인 정책도 써야 한다. 또한 WTO, OECD 등 국제기구에서 진행되는 디지털무역 관련 국제규범 제정에 대한 논의나 협상에 적극 참여해 규범 도입 단계부터 우리나라의 입장이 반영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지난 30년간 한국은 세계화의 혜택을 받았다고 할 수 있을 텐데, 세계화로 잃은 것은 무엇일까?
지난 30년 동안 놀라운 경제발전을 이룬 뒷면에는 우리나라가 미처 관심을 두지 못했던 분야도 많다.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고실업, 양극화 현상, 저출산 문제, 빠른 고령화, 미진한 기후변화 대응 등 심각한 사회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정부와 우리나라가 대외무역을 통한 경제성장에 집중하는 동안 국내에서 일어나는 사회문제 해결에 노력을 등한시한 측면도 있다고 본다.

우리가 세계화로 잃은 것을 만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세계 모든 나라가 자국 내 여러 분야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포용적 정책들을 택하고 있는 것과 같이 우리나라도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본질적으로 접근하고 효과적인 해결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보호무역 정책을 쓴다든지 반외국기업 정책을 쓴다든지 해야 한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우리나라는 앞으로도 세계경제와 밀접하게 연계돼야만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다만 앞으로는 국내 사회문제 해결에도 정책의 우선순위가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향후 30년 세계화는 어떻게 변화할까? 세계화로 초래된 국내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세계화로 나아가려면?
어려운 질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세계화는 형태를 달리하면서도 계속 진전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초연결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우리 국민 전체가 이러한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가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본다.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를 포용정책의 일환으로 보면 되나?
진정한 포용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기술발전, 개방 등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단순히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 훈련을 통해 실질적으로 능력을 키워 4차 산업혁명 부문 등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즉 실업자,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중소기업 등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과거에는 경쟁을 부추기고 거기에서 낙오된 사람들에게 복지를 좀 나눠주고 했지만, 이제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재교육이 힘든 계층은 사회보장제도로 도와줘야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능력을 갖춰 함께 사회 및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원을 받는 사람들이 자신들이 진정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더 적극적이고, 더 미래지향적이고, 더 많은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는 포용정책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가 진정성 있는 포용정책을 만들지 못하면, 소외층의 극심한 반대로 세계화의 과실은 무의미해지고 정치적·사회적으로도 문제가 될 것이다.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우선 학교 교육에 대대적으로 투자할 수 있을 것이다. 교사에게 높은 보수 지급 및 해외연수 제공, 해외 인재 유치 등 수준 높은 교육자를 확보하기 위한 투자를 하고, 그렇게 투자받은 교사들이 훌륭한 제자를 키우는 식의 선순환이 이뤄져야 한다. 개방으로 피해 입은 산업 노동자들에 대한 재교육도 중요하다. 교육에 그냥 많이 투자하는 정도가 아니라 집중적으로 크게 투자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세계화 등으로 이익을 보는 승자에게 패널티를 줘서 받은 자금을 패자에게 이전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승자가 돈을 많이 벌면 세금을 더 많이 내게 돼 있고, 따라서 승자가 많아질수록 패자에게 쓸 자금이 더 많아진다. 그러면 그 자금을 통해 그들이 다른 곳으로 직장을 옮길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고, 그래서 그 사람들이 정부의 정책에 진정으로 고마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단지 뭘 좀 나눠주고 하는 것 가지고는 부족하다.

개인뿐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도 세계화의 패자가 있는데.
세계 전체로 보면 세계화로 인해 최빈개도국과 개도국이 피해를 본 경우가 많다. 힘 있는 다국적 기업에 대응하지 못하고 기대했던 경제적 이득도 제대로 얻지 못하는 등 불평등한 일이 많이 일어났다. 앞으로는 이러한 국제적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더 많이 있어야 할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개도국을 지원하고 있다. 사실 많은 개도국이 한국의 경제발전 경험을 전수받길 원한다. 이들 국가에 경제발전과 함께 국내 사회적 문제 해결에 대한 지원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창간 30주년을 맞은 『나라경제』에 한 말씀 부탁드린다.
나는 학자이면서 정책에도 참여한 경험이 있다. 따라서 늘 『나라경제』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다. 특히 『나라경제』는 경제정책을 입안하고 이행하는 정부와 공공부문에서 일하는 젊은 사람들이 다양한 인사와 소통할 수 있는 유익한 채널이 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다가오는 30년도 이러한 소통의 역할을 잘해주길 기원한다.

 
강지은 『나라경제』 기자
KDI 경제정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