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하반기 코로나19만큼이나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 이슈가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미국 대통령 선거였을 것이다. 그만큼 미국이라는 나라가 가지고 있는 국제적인 영향력에 대한 방증이면서 특히나 지난 4년간 돌발적이고 극단적인 트럼프 스타일로 인해 우여곡절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트럼프의 시대가 저물고 보다 안정적이고 합리적일 것으로 기대되는 바이든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트럼프 시대와는 여러 가지 면에서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바이든 시대를 맞이해 주요 경제정책인 재정·통화 정책을 점검하고, 그에 따른 실물경제 및 금융시장 영향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부자 증세와 법인세 인상을 중심축으로 조세제도 개편
바이든 행정부 역시 경기부양 기조는 트럼프 행정부와 동일하지만, 경제성장 방향과 수단에 있어서는 상당한 차이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발 경제위기 극복에 초점을 맞추는 가운데 인프라 투자 확대, 중산층 복원, 사회안전망 강화, 제조업 회복 등을 기반으로 양적·질적 경제성장을 위해 보다 공격적인 재정부양책을 단행할 공산이 크다. 특히 인프라 투자의 경우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기후변화에 적극적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친환경 분야를 중심으로 대규모 재정 투입이 예상된다. 비영리 연구기관 ‘책임 있는 연방 예산위원회(CRFB)’는 바이든의 선거 공약이 현실화될 경우 향후 10년간 미국의 재정지출은 인프라, 교육, 사회보장 등을 중심으로 10조 달러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대규모 재정지출의 재원 마련과 조세의 재분배 효과 제고 등을 위해 부자 증세와 법인세 인상을 중심축으로 조세제도도 개편될 것으로 보인다. 고소득층(연소득 40만 달러 이상 개인)의 경우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및 세액공제한도 제한, 자본이득세 인상 등으로 세금 부담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세정책센터(TPC)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소득세 인상분(1조9천억 달러)의 93%를 소득 상위 20%가 부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의 경우에도 법인세 인상, 최저한세 도입, 해외 수익에 대한 최저세율 인상 등으로 세금 부담(10년간 2조1천억 달러 증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통화정책의 경우 연준의 고유 영역이며 바이든도 연준의 독립성을 존중하는 입장이지만,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지원 차원에서 저금리 등 통화완화 기조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연준 역시 코로나발 경제위기 상황 속에서 평균물가목표제(AIT) 도입 등을 감안할 때 상당기간 완화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의 불평등 완화, 금융규제 강화, 기후변화 대응 등에 있어 연준의 역할 강화 요구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연준의 통화정책 수행에 있어 인종별·성별 경제적 격차 축소를 위한 노력을 강력하게 주문할 것으로 보이며, 실제로 해당 법안이 지난 8월 하원에서 발의된 상태다. 불평등 완화 노력은 연준의 목표를 물가보다는 고용에 초점을 맞추게 할 수 있으나, 정책 효과 및 수단 등을 둘러싼 논란은 점차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규모 재정확대와 불평등 완화 노력은 총수요를 진작시키고 사회안정성을 높이면서 미국의 경기회복세를 강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지금처럼 경기침체가 극심하고 취약계층의 피해가 확대된 상황에서는 바이드노믹스(Bidenomics)의 유효성에 대한 기대가 높다. 아울러 바이든 행정부의 다자주의 및 자유주의 복원, 과도한 관세정책 지양 등 대외정책도 글로벌 통상환경과 금융여건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된다.
바이드노믹스에 따른 미국의 경기회복세 강화와 글로벌 교역 증대는 심리·금융·무역 등을 통해 한국경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된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 완화, 정책 예측 가능성 제고 등은 소비·투자 심리 향상과 금융여건 개선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의 성장 모멘텀 강화는 미국의 수입수요 증대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과 세계 경기회복에 의한 간접적인 영향을 통해 국내 수출 진작과 경기여건 개선에 일조할 전망이다.
연준의 저금리 기조에도 불구하고, 미국 신정부의 공격적인 재정지출에 따른 국채발행 확대 속에 경기와 물가가 빠르게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는 시중금리의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현대화폐이론(MMT)이 정책에 반영될 경우 인플레이션과 소버린 리스크(sovereign risk;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을 빌린 국가가 채무상환을 못했을 때 발생하는 위험)에 따른 금리상승 위험이 증대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바이드노믹스에 따른 미국발 상승압력과 정책 불확실성 완화 등은 국내 금리 상승요인으로 연결될 수 있다.
글로벌 달러화의 경우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와 연준의 통화 완화 유지로 인해 하락세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 게다가 기업·금융 규제 강화 역시 미국으로의 자금 유입을 억제하면서 달러화 약세를 자극할 것으로 판단된다. 더욱이 상대적으로 온건한 통상정책과 교역환경 개선도 달러화 약세와 신흥통화 강세로 연결되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의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드노믹스의 불안요인 점검하면서 보다 신중한 접근 필요
바이드노믹스와 관련해 미국 조지아주 결선 투표(1월 5일)에 따른 상원 선거 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화당이 다수당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지만, 민주당이 다수당을 탈환할 가능성(2석 모두 획득)도 남아 있다. 공화당이 다수당을 유지할 경우 새 정부의 정책 추진력은 약화되겠지만, 증세나 규제 완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기업 경영환경에는 긍정적일 수 있다. 반면 민주당이 다수당을 탈환할 경우 바이드노믹스가 강화되며 경기여건에는 우호적이나 재정건전성 우려 및 금리 급등 위험이 부각될 소지가 있다.
한편 바이드노믹스의 대외 파급효과와 관련해 미국발 무역정책 불확실성의 재확대 여부도 주목해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미국 중심주의 통상정책이 유지된다는 점에서 미국의 수입 수요가 예상보다 저조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바이든이 강조하는 노동·인권·환경 등 비경제적 요소들이 무역정책과 맞물릴 경우 교역 상대국에는 새로운 무역장벽이 될 수도 있다. 더욱이 미중 갈등의 본질(패권 경쟁)과 바이든 역시 대중국 무역의 공정성을 강조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G2 갈등이 지속될 위험도 여전히 남아 있다. 미국발 무역정책 불확실성이 재차 확대될 경우 무역 경로가 약화되면서 미국의 경기회복이 세계경제 및 국내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축소되고, 금융시장 변동성도 확대될 수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새로 출범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통상·환경 등 주요 정책들이 트럼프 정부와 차별화되면서 트럼프 시대의 극단주의와 정책 불확실성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다만 바이든 역시 미국경제를 우선시한다는 점과 G2 갈등이 지속될 가능성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바이든호의 출범이 새로운 시대의 서막일지, 아니면 또 다른 형태의 트럼피즘(Trumpism)일지, 안개는 걷히고 있더라도 암초는 여전히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