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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바이든의 공격적 기후변화 대응 정책, 글로벌 탄소 감축 대전 재점화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 2021년 01월호


바이든의 당선으로 트럼프 시대와는 완전히 다른 환경이 조성될 예정이다. 대표적인 변화는 에너지정책이다. 트럼프는 화석연료 중심이었고 바이든은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그린에너지 육성을 최우선 정책순위에 두고 있다.

행정부를 그린 어벤저스로… 정책목표 달성 의지 반영
바이든의 기후위기 대응 관련 정책은 파리기후협약 즉시 복귀, 2050년 이전 탄소배출 순제로 달성, 2035년 전력 부문 탄소배출 제로 달성, 캘리포니아식 엄격한 연비규제 도입 등이다. 이를 위해 첫 임기 4년 동안 2조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매우 공격적이고 달성하기 어려울 정도로 벅찬 계획이다. 하지만 주요 직책의 인선을 보면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 시작하기도 전부터 매진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재무장관, 백악관 경제위원장, 에너지장관, 교통장관 등 바이든 행정부의 대부분이 기후위기론자들로 채워지고 있다. 그린 어벤저스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이들이 탄소배출 순제로를 목표로 뭉치면 의회의 도움 없이도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바이든의 공격적인 목표는 달성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 이유는 오바마 초기의 실패를 교훈삼아 행정부의 인선을 그린 산업 신봉론자들로 일원화하고 있고 재생에너지, 전기차 등 대표산업들의 경쟁력이 높아져 작은 정책지원으로도 수요증가 효과가 크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오바마 집권 초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했음에도 탄소배출권거래제 도입을 두고 논쟁을 벌이면서 2년을 낭비했다. 일부 지역과 기업의 반대로 도입도 못 하고 에너지 전환의 황금기를 놓쳐버렸다. 그 뒤로는 하원·상원을 번갈아 공화당에 내주며 입법으로 할 수 있는 일 대부분이 시행하기 어려워졌다.
바이든은 이러한 교훈을 바탕으로 잘 짜여진 행정부 조직을 통해 주요 지원정책을 하나씩 실행할 것이다. 그 첫 번째 사례가 최근에 나왔다. 조만간 통과될 경기부양안에 풍력과 태양광의 핵심 보조금인 생산세액공제(PTC)와 투자세액공제(ITC)를 ‘필수 통과’ 항목으로 양당 상하원이 지정하게 한 것으로 파악된다. 공화당 지역구에 재생에너지 일자리가 많아 반대가 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접근이 통했던 것이다. 경기부양안이 통과되면 미국의 풍력·태양광 시장은 2021년 이후에도 보조금이 연장되면서 지속 성장할 것으로 판단된다.
바이든의 집권이 국내 그린 산업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035년까지 탄소배출 제로 전력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과거 평균보다 3~4배 이상의 풍력·태양광이 설치돼야 한다. 또한 2050년 이전 탄소배출 순제로를 달성하려면 2035~2040년 이후로는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 전기차·수소차 판매를 급격히 늘려야 하는 것이다. 재생에너지 설치를 단기간에 급상승시키기 위해서는 위에 언급한 보조금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연방정부 차원의 재생에너지의무사용비율(RPS)이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전기차·수소차의 확대를 위해서도 의무판매제도와 캘리포니아식 연비규제가 예상된다. 바이든은 미국의 그린 산업 육성을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로 달성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중국 등 해외로부터의 저가 제품 공급으로 목표를 달성하지 않고 미국 내에서 제품을 제조해 일자리를 지키겠다는 의미다. 한국 업체들은 이미 미국에 진출해 있거나 언제든지 진입할 준비가 돼 있다. 따라서 바이든의 그린 산업 육성으로 우리 업체들이 혜택을 볼 것으로 판단된다.
반면 바이든의 등장으로 위기에 봉착한 산업도 많다. 미국 대선을 전후로 대부분의 경제대국이 탄소배출 순제로를 확정 발표했다. EU와 영국은 지난해에 미리 확정했다. 중국의 최고지도자로는 처음으로 시진핑이 2060년 이전 탄소배출 순제로를 발표했고, 2030년 감축목표도 상향했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도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역사상 처음으로 주요 국가가 탄소배출 순제로라는 목표를 동시에 실행하게 됐다.

탄소배출 감축 속도 빨라질 듯…국내 수출 기업엔 부담
특히 중요한 것은 미국, 유럽, 중국이 자국의 목표달성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탄소국경세가 이를 반영한다. 탄소 다배출 국가에서 제조해서 역내로 수입되는 제품에 세금을 부과한다는 것이다. 탄소배출 순제로 달성을 위해 천문학적인 재정부담을 감수해야 하고 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이 낮아지는데, 미이행 국가들에 어부지리를 줄 리 없다. 철강, 화학, 조선, 기계 등 국내 제조업 대부분이 탄소국경세 대상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포스코에서 생산하는 강판으로 제조되는 자동차에 탄소국경세가 부과되는 것이다.
또 다른 위기는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초래된다. 바이든의 등장으로 탄소배출 감축 속도가 빨라지고 여기에 글로벌 기업들의 노력도 동행한다. RE100(기업이 2050년까지 사용 전력량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국제 캠페인) 기업의 빠른 확산은 수출로 연명하는 국내 기업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2020년 7월 대만의 반도체 업체 TSMC가 사상 최대 규모의 재생에너지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한 바 있다. 이 계약 후 애플은 납품하는 모든 업체에 2030년부터는 재생에너지로 제조할 것을 요구했다. TSMC가 고객사인 애플의 움직임을 알고 미리 대응한 것이다. 최근 SK그룹 업체들이 RE100 가입을 신청한 이유도 같다.
우리나라 배터리 업체들은 약 300조 원 이상의 수주잔고를 기록하고 있다. 과거 같으면 배터리 셀 공장 증설로 국내 많은 지역의 경제가 활성화됐을 것이다. 하지만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셀 공장 증설이 국내에는 거의 없고 대부분 유럽이나 미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고객사인 전기차 업체들이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배터리를 제조하길 원하는데, 국내에서는 법적 제도 미비와 높은 재생에너지 단가로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례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글로벌 탄소배출 감축 전쟁은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해서기도 하지만 주요 국가의 신산업 쟁탈전이기도 하다. 전 세계 전력량 중 재생에너지 비중은 2019년 말 기준 14%에 불과하고, 전기차 비중도 3% 수준이다. 앞으로 30년 안에 이를 100%로 확대해야 하기 때문에 천문학적인 경제패권 다툼이 동반되는 것이다. 이 경쟁에서 뒤처지면 기업, 산업, 국가 전체가 위기를 맞을 것이고, 기회를 잘 살리면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는 국가가 될 것이다.
트럼프에 의해 잠시 소홀했던 글로벌 탄소감축 대전이 바이든에 의해 재점화되고 있다. 기후악당이라는 오명을 들을 정도로 한국은 탄소 다배출 국가다. 어느 나라보다도 빨리 변하지 않으면 우리의 많은 제조업이 낙오될 것이고 일자리를 해외로 뺏기게 된다. 한국은 재생에너지를 도입하기에 입지 조건이 좋지 못하다느니, 전기차를 너무 빨리 확산시키면 내연기관차산업이 위험해진다느니 하는 변명조차 할 시간이 없다. 2050년 이전에 탄소배출 순제로를 만드는 것은 의무사항이다. 다른 국가들보다 빨리 전환해야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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