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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돌아왔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센터장 2021년 01월호


말 그대로 유례없었던 미국 대통령 선거 과정이 마무리돼가고 있다. 미국의 국제사회에서의 지위로 인해 미국의 선거는 언제나 큰 관심의 대상이었지만, 이번 선거는 그 과정의 특이함 때문에 관심을 더 가질 수밖에 없었다.
바이든 당선자는 이미 주요 외교안보 담당자를 내정했다. 트럼프 정부 때와 달리 바이든 당선자의 행보는 매우 예측 가능한 수순을 밟고 있으며, 내정된 인사들 역시 세간의 예측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2016년에는 워싱턴 경험이 없던 그가 도대체 어떠한 외교안보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특히 한반도와 관련해 어떠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조차 알려져 있지 않았으므로 그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파악하는 데에 많은 노력을 들일 수밖에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용할 만한 인사는 누구인지, 누가 한반도 문제를 담당하게 될지 모든 것이 안갯속에 있었고, 심지어 한반도 문제를 다룰 국무부의 동아태 차관보를 임명하는 데에는 1년 반이 넘는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그러나 바이든 당선자의 경우 앞으로 어떠한 인사들이 기용될지, 어떠한 외교안보 방향을 추구하게 될지 예측이 어렵지 않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이렇게 예상이 가능한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응하는 우리의 외교안보 정책은 무엇이 될 것인지 하는 부분이다. 이 글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예상되는 외교안보 행보 및 그에 따른 우리의 도전과제를 전망해보고자 한다.

동맹과의 관계와 동맹 간 관계에 보다 많은 정책적 노력 기울일 것
바이든 당선자는 지난 11월 24일 새 행정부의 외교안보팀 지명자를 소개하는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안보팀에 대해 “미국이 돌아왔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세계에서 물러서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주도할 준비가 돼 있다”라며 “미국은 동맹과 협력할 때 최강이라는 나의 핵심 신념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국제사회 주도권 회복과 동맹 강화를 향한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동맹 중시는 단순히 동맹의 의견을 존중하겠다는 의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동맹들이 미국의 정책 방향에 동의하고 참여하기를 바란다는 의미를 강하게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 안보의 주축인 동맹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트럼프 대통령과는 달리 바이든 당선자는 동맹과의 관계 그리고 동맹 사이의 관계에 대해 보다 많은 정책적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동맹을 존중한다는 것이 꼭 우리에게 편한 것만은 아니다. 동맹과의 연대를 강조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미국의 새 행정부가 중요하게 생각하게 될 부분은 한미일 3국 사이의 안보 협력이다.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한국과 일본 사이의 갈등이 지소미아(GSOMIA;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와 같은 이미 확립된 제도 수준의 문제를 건드리지 않는 이상 갈등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는 이와 차이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오바마 정부 당시에도 한일 간 문제 해결을 위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위안부 문제에 적극적으로 발언하는 등 일본을 압박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한일 간 합의가 파기된 이후 양국 간 협력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미국은 한국의 책임이 보다 크다고 보고 있으며, 특히 앞으로 들어설 미국 행정부와 가까운 인사들의 인식 또한 그렇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명확히 정할 필요가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북한의 협상 의지에 달려
이번 선거를 앞두고 한국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북한 핵 문제 해결에 더 낫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 이것은 첫째로 트럼프 대통령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직접협상이 바이든 당선인이 이야기한 실무협상 위주 접근법보다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믿음, 둘째로 바이든 당선인의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미국과 북한의 관계를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생각, 셋째로 바이든 행정부의 한반도 라인 구성 및 정책 검토에 시간이 걸리게 되므로 협상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 이 세 가지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2018년 싱가포르 협상부터 2019년 하노이 그리고 2019년 10월 스톡홀름 협상 결렬의 상황을 보면 미국의 대북정책,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톱다운(top down) 접근법이 북한과의 협상이나 관계 진전을 이끌었다기보다 북한이 협상에 나오겠다고 한 부분이 미국과 북한 사이에 협상이 이뤄진 주요 요인으로 생각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2019년 하노이 회담 이후에는 아무런 조건 없는 김정은과의 만남이 본인에게 정치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인식하고 실무협상을 계속해서 강조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결국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도 북한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이 협상을 하겠다고 할 경우, 바이든이 김정은에 대해 무슨 단어를 사용했건 미국에 대북 라인이 갖춰지지 않았건 미국은 어떻게든 협상을 이끌어낼 팀을 만들어 보낼 것이다. 그렇게 쓸 수 있는 인재의 풀은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 정부보다 훨씬 많다고 볼 수 있다.유일한 차이는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전에 제기됐던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를 최종적으로 이끌어낼 수 없는 합의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였는데, 하노이 협상 결렬 이후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그러한 합의가 불가능하도록 기준을 세워놓은 셈이 됐다. 따라서 2019년 하노이 회담 이후 미국 행정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법은 앞으로 우리가 보게 될 바이든 행정부의 접근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여전히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사람이 북한과의 정상 간 직접협상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미국의 접근은 그것과는 차이가 있을 전망이다. 이러한 인식 차이를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결국 북한이 진지하게 비핵화 협상에 나설 것인가가 중요하고, 2018년 초처럼 북한이 우리와 직접 소통할지 여부가 우리가 미국의 대북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를 판가름하게 될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은 트럼프 행정부와 비교해 매우 예측 가능하다. 그러나 그 예측 가능성이 우리의 입장과 꼭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바이든 행정부가 본격적으로 진용을 꾸리고 정책을 검토하는 동안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 인식이 어떻게 구체적인 정책으로 구현될지에 대해 파악하는 외교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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