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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해소는 우리 희망사항일 뿐…더 어려운 상황 올 수 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장 2021년 01월호


지난 4년간 트럼프 행정부의 미중 무역분쟁, 보호무역주의 기조에서 우리 수출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해왔나.
트럼프 행정부는 기존의 글로벌 자유무역질서를 무력화하고 일방주의적 보호무역 정책과 힘에 의한 양자무역협정 체결에 주력해왔다. 동시에 중국 견제를 본격화하면서 우리 기업들로서는 지정학적·지경학적 리스크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발 빠르게 공급망을 점검하고 거대 소비시장에 다가가는 ‘마켓쇼어링(market-shoring)’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제품을 직접 생산해서 팔면 관세나 여러 가지 규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에 최근에 미국에 공장을 신설하는 기업이 많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워낙 예측 불가능한 측면이 있었던 만큼 바이든이 당선되면서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될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바이든의 당선으로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라는 평가는 우리의 희망사항이 반영된 측면이 크다. 즉 미국의 새 행정부가 미중 갈등을 완화하고 다자체제에 복귀할 것이라는 우리의 기대감이 큰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게 전개될 것이다. 바이든은 동맹국을 규합해 대중 압박을 더욱 강화하고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적 기조도 내세우며 중국과 북한 그리고 교역 상대국들을 몰아붙일 것이다. 우리로서는 더 힘든 시련의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차기 정권에서 예상되는 정책적 변화는?
바이든 행정부가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환경·인권·노동이다. 환경의 경우 탄소배출을 많이 하는 외국산 제품에 적용하는 탄소조정세 부과 등의 친환경 정책은 세계 많은 기업에 경제적 부담이 될 것이다. 노동과 관련해서 바이든은 대선 캠페인에서 상대국이 노동 여건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무역협정을 맺지 않겠다고 여러 번 언급했었다. 무역 상대국의 입장에서는 트럼프 때의 여러 보호무역 조치와 투자제한 조치가 그대로 남아 있는 가운데 바이든이 환경·인권·노동에 대해 드라이브를 걸고 있기 때문에 대외정책이 우호적으로 변하지 않는, 오히려 더 어려워지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바이든 당선인이 기후변화 대응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최근 친환경 산업에 대한 관심이 많다. 우리 기업들은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기조에 대비가 돼 있는지 궁금하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한국 기업의 약 70%는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해도 통상환경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미국이 유럽과 함께 강력한 친환경 정책을 펼친다면 우리나라 기업 상당수는 추가적인 비용 부담을 안게 될 것이다. 물론 기회도 있다. 신재생에너지, 저탄소배출 기업이나 태양광, 풍력, 전기차, 수소차, 반도체, 바이오, 2차전지 등의 산업에는 유리한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세계경제가 친환경 그린 모드로 전환하는 것은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 될 것이다. 대기업들은 지금 굉장히 빠르게 움직이는 것으로 안다. 바이든의 친환경 정책이 한국 대기업들의 수출전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점검이 이뤄지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여러 방면에서 트럼프와는 다른 정책방향을 취할 것이지만 통상에서만큼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통상이슈와 당면과제는?
미중 패권경쟁하에서 바이든은 2021년 초 새로 구축하려는 글로벌 가치사슬에 한국이 참여하도록 노골적으로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그것이 어떤 형태가 될지 현재로서는 예단하기 쉽지 않다.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번영네트워크(EPN)처럼 정부와 기업 및 시민단체 등이 모두 참여하는 일종의 새로운 서방민주주의 네트워크가 될지 아니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한국, 영국, 태국, 필리핀, 대만 등과 참여하는 방식이 될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한국이 미국의 진정한 동맹인지 여부는 조만간 판가름이 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은 중국과의 1차 무역협상을 실패로 간주하고 중국의 구조적인 문제들, 예를 들어 국영기업, 보조금, 사이버 간첩행위, 디지털 통상, 지식재산권 보호 등의 문제를 동맹국들과 함께 해결하려 노력할 것이다.

바이든 시대를 맞아 한국 기업에 어떤 기회요인이 있을까.
미중 디커플링(decoupling)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첨단 디지털 플랫폼 영역에서는 2000년대 초반 이후 중국 주도로 디커플링이 이미 이뤄져 중국이 자체 테크 자이언트들을 보유한 상태다. 이 분야는 디커플링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 아래 자본집약적인 장치산업에 있어서는 중국이 산업고도화를 위해 여전히 선진국, 특히 미국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다. 미국의 정책은 이 분야의 디커플링에 방점을 두고 있다. 반도체, 화학, 조선, 기계 등이 여기에 속한다. 하지만 미국도 무턱대고 디커플링을 추진할 수는 없다. 중국 의존도가 낮은 순서대로 서서히 수입 대체 혹은 동맹국으로의 수입 전환을 꾀하는 전략을 택할 것이다. 바이든의 대중 강경 압박은 한국 입장에서는 중국의 산업이 고도화되는 것을 막아주는 동시에, 중국에서 들어오던 제품이 동맹국으로부터의 수입으로 대체되면서 우리도 일정 기간 상당한 반사이익을 볼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바이든 시대 WTO체제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까.
바이든은 다자주의자가 아니다. 그는 대선 캠페인 동안 WTO 개혁에 대해 어떠한 구상도 내놓지 않았다. 미국경제를 되살리고 국내투자를 활성화하는 정책에 비해 우선순위가 떨어진다고 보는 것이다. 바이든은 다자주의 복원보다는 복수의 동맹국을 중심으로 미국이 이끄는 새로운 가치사슬을 구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때 ‘가치’는 ‘부가가치’가 될 수도 ‘이데올로기적 가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WTO는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 이후에도 상당기간 표류할 것으로 보인다. 입법, 사법, 행정 모두 제대로 작용하지 않고 있다.

우리가 경제적 실익을 챙기면서 호의적 한미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궁극적으로 우리 정부는 다가오는 글로벌 외교·통상 지형에서 어떤 미래를 꿈꾸는지, 다시 말하면 향후 30년 우리의 ‘한국몽(Korean Dream)’이 무엇인지를 적어도 내부적으로는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권이 바뀌어도 최소한의 핵심 가치와 비전은 서로 공유하려는 정치문화의 형성이 절실하다. 경제적 실익은 중국에서 챙기고 안보는 미국에 맡기는 것이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꿈꾸는 30년 후’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한편 호의적 한미관계는 일시적인 경제적 피해를 수반할 수는 있다. 하지만 끈끈한 한미관계가 중국과의 협상에서는 강한 레버리지로 작용해온 것이 사실이다. 향후 세계경제 판도를 바꿀 미국의 새로운 네트워크 구축에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이지연 『나라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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