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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재생에너지 기반 에너지원 간 통합 공급을 구현하는 ‘그린에너지 통합시스템‘ 지향



매년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이 발간하고 있는 「세계 위험 보고서(The Global Risks Report)」는 향후 10년간 세계가 직면할 수 있는 위험요소를 명시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 보고서다. 올해 초 출간된 2021년 보고서에서는 코로나19의 시대를 지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대변하듯 ‘감염병’이 새로운 위험요소로 등장했다. 이러한 돌발적 요소를 제외하면 이 보고서에서 최근 상위권에 지속적으로 위치하고 있는 핵심적 위험요소는 기후위기다.
특히 세계는 기후변화 대응 실패를 심각한 위험요소로 인식하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 실패(climate action failure)’가 위험의 발생 가능성, 잠재 영향 면에서 모두 2위로 선정됐다는 점은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기후변화 대응의 시급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세계 공통의 인식은 많은 국가, 도시, 기업 등이 탄소중립이라는 새로운 길로 나가는 핵심 동인이 됐다.

온실가스 배출량의 86.9%가 에너지 부문···탄소중립은 곧 화석에너지와의 결별
국가 차원의 탄소중립은 국가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양만큼 산림과 같은 흡수원을 통해 흡수하거나,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등의 기술을 통해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제한해 실질적 온실가스 배출을 ‘0’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날 우리 생활양식을 구성하는 시스템을 ‘탄소경제’라고 일반화한다면 탄소중립은 탄소경제로부터 저탄소 또는 탈탄소경제로의 이행을 요구한다.
이 중 온실가스 배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에너지시스템은 탄소경제의 근간이다. 인류는 2차 산업혁명 이후 200여 년 가까이 화석에너지에 의존한 에너지시스템을 유지해왔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풍요의 근간에 화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시스템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우리 주변에서 화석에너지를 제외한다면 당장 우리 일상생활이 마비되리라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비추어 생각해 보면 탄소중립은 현재 지배적인 에너지시스템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개념이다. 그만큼 에너지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달성하기 어려운 일로, 탄소중립은 화석에너지 중심 에너지시스템과의 결별을 의미한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는 약 7억3천만 톤CO2eq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으며 이 중 에너지 부문에서 약 6억3천만 톤을 배출해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약 86.9%를 차지하고 있다. 에너지전환이 탄소중립 이행에서 핵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지표다.
탄소중립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유럽 국가들은 대체로 1990년 이후 점진적으로 에너지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왔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최근 10년간 배출 증가세가 다소 저하됐을 뿐 여전히 온실가스 배출 증가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에너지 원단위, 온실가스 배출 원단위 등 효율을 나타내는 지표는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의 증가가 지속되는 점은 우리나라의 구조적 한계를 보여준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산업구조, 여전히 낮은 재생에너지 비중, 내연기관차 중심의 도로수송 등 우리나라 특유의 경제·사회적 구조가 그것이다. 비교적 최근 에너지전환을 시작한 우리나라에서 단기에 에너지시스템의 근본적 변화를 기대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에너지전환은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우리나라 에너지전환은 ‘지속 가능한 에너지시스템’을 지향하고 있다. 고효율·저탄소의 에너지시스템을 구축해 지속 가능한 경제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이 우리나라 에너지전환의 핵심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방향성은 이미 에너지전환의 지향점과 일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전환 관점에서 우리나라의 과제는 에너지전환을 충실히 구현하고 가속화해 에너지 부문에서 탄소중립의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다. 탄소경제에서 자생적으로 탈피해 탄소중립으로 나가는 길에는 에너지시스템의 근본적이고 과감한 혁신이 필수적이다.

소비는 효율화, 공급은 전력화하고
온실가스 무배출 에너지 공급도 확대해야

에너지시스템의 혁신은 에너지 소비, 공급, 제도, 산업 등 에너지시스템 전반의 변화로 이해돼야 한다. 에너지 부문의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청사진은 에너지 소비를 효율화하고 에너지 공급의 전력화(electrification)를 추진하며 공급 전력을 온실가스 무배출 전원으로 충당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우선 수요관리를 통해 에너지 소비 증가를 억제하고 에너지효율을 극대화함으로써 에너지 수요를 안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화석연료 소비의 점진적 전력화가 필요하며 온실가스를 무배출하는 전력공급 체계를 확대해나가야 한다. 장기적으로 경제 전반의 탈탄소화를 위해서는 산업, 건물, 수송 부문에서 전면적으로 전력화돼야 하며 전력화가 어려운 부문에 대해서는 그린수소 등 온실가스 무배출 에너지의 공급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에서 신뢰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미래 에너지시스템으로 ‘그린에너지 통합시스템(sector coupling)’이 구현돼야 한다. 그린에너지 통합시스템은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최종 에너지 소비를 위한 에너지 공급이 상호 통합·연계되는 것으로, 재생에너지 전력을 기반으로 에너지원(가스, 열 등) 간 통합이 구현되고 이를 통해 최종 소비 부문이 서로 연계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즉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 생산, 최종 소비 부문의 전력화를 지향하되 에너지 변환 기술을 이용해 공급 부문을 통합해 나가는 것이다. 특히 변동성 재생에너지가 중심이 되는 장기에서는 계통의 신뢰성·안정성 확보를 위해 그린에너지 통합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판단된다. 기술 성숙도, 경제성 등의 측면에서 전력–열–가스가 통합·연계되는 그린에너지 통합시스템 관련 사업의 본격적인 상용화는 아직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기반을 탄탄히 다지기 위해서는 그린에너지 통합시스템 구축 및 관련 기술 선점을 위해 대규모 실증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제도를 정비해나가는 과정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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