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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스타트업과 스케일업은 경제성장의 쌍두마차
김선우 과학기술정책연구원 혁신기업연구단장 2021년 04월호


스케일업은 단기간에 매출과 고용 측면에서 급성장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OECD는 스케일업을 10인 이상 기업 중 최근 3년간 연평균 매출 혹은 고용이 20% 이상 증가한 기업으로 정의한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회복되는 시점을 전후로 기업의 지속성장을 위한 스케일업 정책이 강조됐다. ‘새로운 기업(창업)’을 통한 기업생태계 보전과 양적 팽창 중심의 정책이 금융위기 극복시기에 ‘기존 기업의 새로운 성장’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전환되면서 스케일업 중심의 정책 패러다임이 확산된 것이다. 
스케일업 정책이 본격적으로 논의된 시점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어느 정도 해소돼 경기회복이 가시화된 2014년부터다. 그해 글로벌 차원에서 글로벌 스케일업 선언문(The Global Scale Up Declaration)이 발표돼 지속성장을 추구하는 스케일업 정책에 불을 붙였다. 선언문에는 스타트업 대비 스케일업의 중요성이 과소평가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스케일업이 많은 국가에서 경제적·사회적 번영을 견인하고 있다는 주장이 담겨 있다. 같은 해 EU는 EU 스케일업 의정서(EU Scale Up Manifesto)를 발표했다. 의정서는 EU 차원의 성장을 위한 경영환경 조성을 비롯해 EU 단일시장 구축과 자본 확충, 고용 활성화, 혁신 촉진, 기업가정신 교육 확대, 스케일업의 모니터링 및 평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영국은 스케일업 육성 정책을 선도적으로 채택…프랑스는 정부·민간이 유기적으로 상호작용
영국은 스케일업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대표적인 국가로, 경제정책에서 스케일업 육성을 선도적으로 채택했다. 2016년부터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BEIS)에서 스케일업 지원을 주도적으로 추진했고, 산하 기업등록소(Companies House)와 국세청(HMRC)이 보유한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스케일업의 실태를 적극적으로 파악했다. 또한 스케일업연구소(ScaleUp Institute)를 통해 매출 규모, 성장률 구간, 종사자 수 구간을 세분화해 지역별 스케일업 실태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영국 스케일업연구소는 다음의 역할을 수행한다. 첫째, 스케일업 현황 및 스케일업 생태계 진단을 위한 조사와 연구를 수행한다. 둘째, 스케일업과 관련한 ‘데이터 허브’ 기능을 수행하고 셋째, 스케일업 개별 기업 검색과 스케일업 지원 프로그램 안내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넷째, 지역의 스케일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컨설팅을 제공하고 다섯째, 스케일업 대사 또는 스케일업 챔피언 등을 통해 기업의 애로요인을 해결하고 있다.
테크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는 프랑스는 정부 지원책인 라프렌치테크(La French Tech)와 민간 스타트업 캠퍼스인 스타시옹F(Station F) 등을 통해 정부와 민간이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창업가들이 프랑스에 관심을 갖는 주요 요인 중 하나는 스타트업 초기단계와 성장단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전문 개발인력이 풍부하다는 점이다. 파리는 런던 다음으로 전문 기술인력이 많다.
라프렌치테크가 처음 시행됐을 때는 국내외 커뮤니티나 클러스터 설립, 인재유치를 위한 제도로 운영됐으나 이후 자금·조세·성장 지원, 프랑스 스타트업 홍보행사 등이 새롭게 추가·개정됐다. 2019년부터는 스타트업 성장 인센티브와 홍보 지원을 강화하는 등 정책 다변화를 통해 프랑스의 스타트업 생태계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인 프렌치테크 120(French Tech 120)은 성장단계에 진입한 프랑스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120개 기업이 정부 및 공공기관의 우선 지원 대상이 된다. 지원 영역은 5가지로 글로벌 진출, 자금 조달, 시장 접근을 위한 보증 지원, 인재 유치를 위한 가족비자 발급, 공공조달 등이다.
미국은 2014년 7월 스케일업 아메리카 이니셔티브(ScaleUp America Initiative)를 발표했다. 미국 중소기업청(SBA)은 정부 지원을 받는 미국 전역의 전담기관(15개)을 통해 연매출 1억5천만~5억 원 규모의 중소기업을 선정해 다음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했다. 첫째, 기업가정신 교육이다. 성장 지향의 중소기업에 대해 검증된 교육과정 및 성장전략 수립을 지원했다. 둘째, 경영자문 및 관련 전문 분야의 지원을 했고 셋째, 자금지원 및 대출중개를 통해 자금에 대한 접근을 제고했다. 넷째, 네트워킹을 통한 다양한 성장 기회를 제공했다. 이 정책은 오바마 행정부 기간인 2015년과 2016년 2년간 지원되다가 트럼프 행정부에서 중단됐다.

스타트업에 비해 정책적 우선순위 낮았던 스케일업에 초점 둘 때
우리나라는 통계청에서 매년 기업생멸행정통계를 통해 고성장 기업 실태를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 말 발표된 「2019년 기업생멸행정통계 결과」에 따르면 20% 이상 고성장 기업(최근 3년간 매출액 및 상용근로자 수가 연평균 20% 이상 증가한 기업)은 4,449개로 전년 대비 3.3% 감소했다. 10% 이상 고성장 기업은 1만4,221개로 전년 대비 4.5% 감소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제조업 침체의 영향이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도 고성장 기업의 혁신 특성을 매년 조사해 발표하고 있는데, 두 조사 간의 기준 범위가 상이해 연계·활용에는 제약이 있다. 통계청은 상용근로자 10인 이상 고성장 기업의 전체 수와 산업별·지역별 분포를 발표하고 있으며, STEPI는 특정 산업에 한정해 혁신 특성을 조사하고 있다. 스케일업 관련 데이터를 지역, 기업 규모, 업력, 업종 등 다각도 특성으로 구분해 이해관계자들이 스케일업을 식별하고 영향요인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조사·분석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스케일업 지원이 아직 구체적으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 현재 추진 중인 월드클래스 300 사업(산업통상자원부)과 SW고성장클럽 200 사업(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 유사한 경우에 속하는데 이 가운데 월드클래스 300은 연매출 400억~1조 원의 전 업종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스케일업과는 차이가 있다.
창업과 성장은 혁신성장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창업해야 경제가 활성화되고, 기업이 성장해야 창업이 이어진다. 스타트업과 함께 스케일업은 일자리 창출과 투자를 이끄는 경제성장의 쌍두마차다. 이제는 상대적으로 정책적 우선순위가 낮았던 스케일업에 초점을 둬야 할 시기다. 스케일업은 각자 다른 환경과 특징을 갖고 있어 기존 정책과 같은 OO산업 육성, OO기술 촉진, 성장단계별 지원 등의 접근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개별 기업의 특수성을 반영한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의 기업 생태계에서는 제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밀려난 인력이 저부가가치 서비스업으로 유입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소위 생계형 창업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창업 생존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관련 분야에서의 성공 기업이 흔치 않으며, 청년들은 여전히 안정적 직장을 선호하고 있다. 저성장 기업 생태계의 고착화를 막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 방안이 스케일업의 육성이다. 한국형 스케일업 전략이 구체화되고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 또한 스케일업을 추구하기 위한 산학연관 협력이 요구된다. 스케일업 생태계의 지역격차 해소도 우리 경제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지역 스케일업 생태계 육성을 위한 실태 모니터링과 관련 교육 그리고 컨설팅 등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디지털 대전환과 코로나19가 가져온 비대면 사회로의 전환 등은 넥스트 노멀(next normal) 시대를 지향하고 있다. 스케일업의 관점에서는 새로운 기회의 시대다. 기업과 정부 모두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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