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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엑시트, 스타트업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


해외 스타트업들은 창업 초기부터 기회가 될 때마다 투자자나 창업자 자신을 위해 엑시트(exit)를 시도한다. 엑시트란 스타트업이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투자자들이 투자한 자금을 회수시켜 주거나 창업자가 사업에 대한 성과를 거두는 과정으로,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발표한 「창업기업 동향」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창업기업 수(누적)는 약 128만5천 개이며, 매년 10만 건 정도의 창업이 일어난다. 이 수치는 식당이나 카페와 같은 개인사업자형 일반 창업을 상당수 포함한 것이다. 이 중에서 일반적으로 ‘기술창업’이라 할 수 있는 스타트업은 연간 약 1만 개가 만들어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편 2015년부터 2020년 기간 중 연평균 신규 상장기업 수는 약 72개다. 이는 스타트업 1만 개 중에서 창업 후 꾸준히 성장해 IPO를 통해 엑시트하는 기업이 단지 0.7% 수준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IPO에 성공한 회사를 제외한 99.3%의 스타트업은 다른 엑시트 전략을 모색해야만 한다.

M&A 통한 엑시트 등 스타트업의 상황별 선택 수용해야
실리콘밸리의 통계자료를 보면 스타트업의 약 26%만이 엑시트에 성공하며, 이 가운데 97%가 M&A를 통해 엑시트를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나머지 기업은 파산하거나 좀비기업으로 전락한다.
스타트업에 있어 IPO를 통한 엑시트는 비유하자면 극히 일부 기업의 ‘마라톤’ 경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모든 스타트업이 풀코스 42.195km를 완주해 엑시트를 할 필요가 없을 뿐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다. 비즈니스모델의 특징, 앙트레프레너(entrepreneur)의 역량, 시장의 객관적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스타트업의 엔드게임’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창업 초기단계에서 300만 달러 내외의 M&A를 통한 엑시트가 대다수 스타트업이 택할 수 있고 실현 가능한 ‘보편적이고 교과서적인 모델’로 인식되는, 스타트업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경험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수용해야 한다. 42.195km를 달려서 IPO에 도달하는 0.7%의 스타트업이 있는가 하면 100m, 200m, 500m를 뛰는 단거리 선수도 있고, 중거리 선수도 있다. 절대 다수의 스타트업은 IPO의 게임이 아닌 자신에 맞는 완전히 다른 게임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고위험·고성장 비즈니스모델로 무장한 스타트업은 투자를 통해 성장하며, 이 투자는 일정기간 내에 재무적으로 이익을 실현하는 것을 전제로 이뤄진다. 결과적으로 엑시트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이다.
투자 대상 스타트업의 성공적인 엑시트를 통해 자금을 회수하고 이익을 거둔 투자자(financial investor)의 자금은 새로운 투자처를 찾게 된다. 마찬가지로 엑시트를 통해 성공 경험과 자산을 축적한 앙트레프레너는 연쇄적인 창업에 도전하거나, 스스로 투자자가 되는 비즈니스 엔젤로 거듭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스타트업의 성공적인 엑시트는 창업자나 투자자에게 이익을 줄 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활력을 부여한다. 만약 투자자들이 투자한 돈을 회수하지 못하게 되면 스타트업 생태계에 투입될 수 있는 자금이 고갈된다. 이는 곧 생태계의 붕괴를 의미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실리콘밸리와 달리 엑시트의 의의나 중요성이 간과되고 있다. 거의 모든 스타트업이 무의식적으로 IPO를 하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다. 정부도 모태펀드를 비롯한 여러 가지 스타트업 지원책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제공하고 있으나, 정작 가장 중요한 엑시트에 대해서는 상당히 무감각하고 그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벤처투자 회수시장의 경우 M&A를 통한 엑시트는 2019년 금액 기준 0.5% 수준에 불과한 반면, IPO를 통한 회수 비중은 36.7%로 IPO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 미국은 2018년 기준 M&A를 통한 회수금액 비중이 44.5%로 우리나라에 비해 상당히 높다. IPO는 기업이 성장해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단독으로도 가능하지만, M&A를 통한 엑시트는 반드시 상대편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스타트업의 경영자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전략을 세워야 한다.

한국에도 페이팔·페이스북 사례 같은 ‘선한 마피아’ 나와야
‘창업–투자–성장–엑시트–재창업·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엑시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해소해야 한다.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의 경우 5조 원에 달하는 금액에 인수됐으나 일각에선 해외 기업에 인수되는 사례를 ‘먹튀’로 평가했다. 쿠팡이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것을 두고도 비판적인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실리콘밸리에는 ‘페이팔 마피아’, ‘페이스북 마피아’란 말이 있다. 페이팔이나 페이스북의 창업자나 투자자들이 회사의 성공적인 엑시트를 통해 얻은 엄청난 자금과 네트워크로 새로운 기업을 창업하거나 엔젤투자자가 돼 뛰어난 성과를 거둔다. 그 결과 스타트업 생태계에 없어서는 안 될 아주 중요한 엔젤로 자리를 잡으며 ‘선한 마피아’로 불리고 있는 것이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를 운영하는 일론 머스크가 대표적이다.
이제는 한국에도 ‘배민 마피아’, ‘카카오 마피아’가 나와야 한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기부하겠다고 밝힌 금액만 해도 6조 원 가까이 된다. 이들이 비즈니스 엔젤투자자가 된다면 초기 스타트업 성장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앞으로 글로벌 자본과 결합하는 스타트업 엑시트 사례가 다양하게 등장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자본의 국적이 아니라 해당 기업의 비즈니스가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다.
스타트업은 유능한 창업자가 좋은 비즈니스모델로 사업을 시작하지만, 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에 반드시 투자자의 투자를 받아서 성장을 해야 한다. 창업 초기부터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실현 가능한 엑시트 전략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스타트업, 투자자, 엑시트는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3개의 축이다. 이 중 하나라도 부실하면 생태계의 선순환을 기대할 수 없으며 우리나라에 스타트업을 통한 미래는 없다.
우리나라는 미국 등에 비해 스타트업 생태계의 역사가 길지 않다. 최근 수년간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대규모 해외투자 유치, 유니콘 기업의 등장 등은 화제를 모으지만, 스타트업의 결승선이라 할 수 있는 엑시트에 대한 논의는 아주 미진하다. 이제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바람직한 성장과 선순환을 위해 엑시트 전략에 대한 고민과 연구가 활발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