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1990~2000년대 이후 정부의 강력한 대기배출 규제로 후진국형 대기오염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됐다. 그러나 2021년 현재 그동안 상대적으로 우선순위가 낮았던 대기환경 문제가 국가적 어젠다로 자리 잡고 있는 이례적인 상황을 경험하고 있다. 미세먼지 문제 등으로 대표되는 환경과 안전에 대한 특단의 대책, 특히 과학적 수단을 통한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국민적 목소리가 높아진 것이다.
2차 생성 미세먼지의 주원인인
노후 경유차 감축 위한 보조금 확대 등 필요
과학적으로 검증된 측정자료(〈그림〉 참고)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미세먼지 농도는 2000년대 초부터 꾸준한 감소세이나 최근 들어서는 감소세가 멈추고 정체 또는 오히려 약간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3가지 과학적 원인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으로부터의 대기오염물질의 장거리 이동을 들 수 있다. 미세먼지로 대표되는 대기오염은 특정 지역 내의 문제가 아니고 같은 대기 흐름을 공유하는 비교적 넓은 지역 공동의 문제다. 우리나라는 편서풍 지역에 위치하므로 1년 365일 한반도 서쪽에 위치한 중국과 대기를 공유하고 있다. 즉 한반도의 미세먼지 농도에는 적어도 동북아 규모에서의 배출 –수송 –확산 과정 등이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주변국과 이러한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제협력 체계 구축이 매우 중요하다. 다만 동북아 국가 간 구속력 있는 형태의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협력 관련 협정이 부재한 상태에서 향후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국제협력을 이뤄나가기 위해서는 책임공방 탈피, 미세먼지의 탈정치화, 참여 주체의 다양화 원칙하에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둘째, 우리나라 자체에서 배출하는 대기오염물질로 인한 미세먼지 생성에 주목한다. 특히 미세먼지 자체로 직접 배출되는 경우보다는 복잡한 대기화학 과정에서 생성되는 이른바 2차 생성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미세먼지 2차 생성에 참여하는 원료물질은 경유차 및 화력발전소 등에서 나오는 질소·황산화물과 페인트, 주유소 등에서 나오는 휘발성 유기화합물 그리고 농축산 시설에서 나오는 암모니아를 들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황산화물을 제외하고는 여타 오염물질 저감 대책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2차 생성으로 인한 미세먼지는 일반적으로 공장 굴뚝 등에서 직접 배출되는 미세먼지보다 그 크기가 매우 작아 인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유해하다. 따라서 원료물질에 대한 특단의 배출 규제 대책이 필요하다. 특히 노후 경유차에서는 가스상 질소산화물과 블랙카본(검뎅) 자체의 배출이 매우 많다. 대기 중에 배출된 가스상 질소산화물은 복잡한 화학반응을 거치면서 매우 작은 크기의 미세먼지로 변하게 되며, 디젤엔진에서 직접 나오는 블랙카본 역시 입자의 크기가 매우 작아 세계보건기구 (WHO)에서는 1군 발암물질로 지정하고 있다. 아무리 공장 굴뚝에서 미세먼지 배출을 잡아도 노후 경유차 운행에서 나오는 질소산화물과 블랙카본의 배출을 억제하지 않으면 미세먼지 농도 및 건강 유해성을 낮출 수 없다. 다만 현재 운행되는 노후 경유차는 대부분 서민의 생계수단인 경우가 많으므로 정부의 보조금 정책 등을 확대해 시민의 경제적 부담은 최소화하고 미세먼지 배출 감소 효과는 극대화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미세먼지 대책과 탄소중립 정책 간
윈-윈 전략 통해 사회적 비용 감축 가능
셋째, 기후변화에 따른 빈번한 대기 정체 영향이다. 기후변화에 의한 지구 온도의 상승 폭은 극지방이 열대지방보다 더 크다. 따라서 기후변화가 일어나면 극지방과 열대지방의 온도 차이가 점점 줄어들게 되고 이에 따라 지구 대기의 움직임이 약해진다. 이로 인해 정체현상 등이 자주 발생하고 연속해서 배출된 대기오염물질의 확산 및 이동이 늦어지고 축적돼 고농도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기후변화에 따라 대기질이 악화되는 강도를 감안해 추가적인 미세먼지 감소 대책이 필요하다.
한편 정부는 ‘그린 뉴딜’, ‘탄소중립’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새로운 먹거리 창출과 친환경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기술·연구 개발 및 획기적 산업구조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동시에 감축할 수 있는 매우 바람직한 정책 방향이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서는 대류권 오존, 블랙카본을 포함한 미세먼지 등 비교적 수명이 짧은 물질도 온난화 유발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즉 이산화탄소 감축과 더불어 이처럼 대기 중 수명이 짧은 대기오염물질에 대한 저감 대책을 동시에 이행하지 않으면 온난화 속도를 늦추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행인 것은 미세먼지 대책과 탄소중립 전략의 경우 관련 사회·경제 시스템에 대한 전환 방식이 매우 비슷하다는 점에서 그 출발선이 동일하고 미래 친환경 사회로의 전환을 지향한다는 점이 같아 동시 편익 또는 윈–윈 전략을 통해 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미세먼지는 당장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미국·유럽도 198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심각한 대기오염 문제를 겪었고 그 해결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특히 호흡공동체로서 동아시아의 경제발전이 비약적으로 이뤄지는 지금의 상황을 고려하면 생각보다 시간이 더 필요할지 모른다. 따라서 긴 호흡을 갖고 환경에 대한 투자를 추가비용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우리의 경제·산업·사회 체계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하고 접근하는 게 현명할 것이다.
배출 저감 대책은 당연히 지속적이고 공격적으로 추진해야 하며, 피해를 줄이면서 원인 파악을 통해 비용 효과적인 정책을 발굴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대기오염의 감시, 모델링을 통한 미래 전망, 영향 평가 등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 또한 병행돼야 한다.
끝으로 미세먼지는 환경의 문제이자 최근 사회재난으로 입법화돼 관리되는 안전의 문제, 국가 산업구조가 변환되는 경제 문제임과 동시에 우리 세대가 감당하고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