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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아동이 행복한 사회, 계층 간 차등 없는 돌봄이 보장되는 사회
김선숙 아동권리보장원 아동정책평가센터장 2021년 05월호


저출산·고령화와 사회 양극화 현상은 우리 사회의 사회복지에 대한 욕구를 증대시켰고, 이에 따라 복지에 대한 투자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아동복지에 대한 투자는 다른 복지 영역에 비해 아직까지도 열악한 수준이다. 어느 정치가가 '민주주의라는 나무는 피를 먹고 자란다'고 표현한 것처럼 한 사회의 아동권리 그리고 그 사회 아동의 행복은 아동의 피를 먹고 자라는 것인가! 실제로 아동학대 사망사건이 사회적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아동학대에 대한 제도가 정비되고 있고, 이에 따라 관련 예산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3월 말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아동학대 대응재원이 지난해 대비 140억 원 증액됐다.
아동이 행복한 사회를 위한 정책, 다시 말해 아동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정책은 그 효과가 인생 전반에 걸쳐 지속되고, 개선의 여지가 높다. 이에 따라 덴마크 사회학자 요스타 에스핑–엔더슨 등 많은 학자가 아동에 대한 사회적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에스핑–엔더슨은 2002년 및 2009년 연구 등에서 소위 '아동 중심적 사회투자전략'을 통해 아동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사회정책의 새로운 틀을 제안했다. 그는 '기회의 평등'과 '투자 대비 수익'이라는 원칙에 따라, 아동의 인적자본 강화를 위한 사회적 개입은 향후 세대 간 빈곤이 전승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84인 오늘날의 대한민국에서 아동에 대한 사회적 투자는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 이 글을 통해 필자는 우리나라 아동의 행복 수준에 대해 살펴보고, 아동이 행복한 사회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아동 행복도 OECD 최하위권,
주위 환경이 다차원적으로 영향 미쳐

아동 행복에 관한 연구들을 살펴보면, 행복도가 아동 개인의 특질에 의해 결정된다는 연구 결과와 다양한 외적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모두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1996년 미국 미네소타대 데이비드 리켄 교수와 오크 텔리건 교수는 아동의 주관적 행복감이 개별 아동의 유전적 특성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결과를 발표했고, 2013년 영국 요크대 조나단 브래드쇼 교수 등의 연구와 2012년 미국 하버드대 제프리 삭스 교수 등의 연구는 살고 있는 국가, 동네, 가정 등의 사회 환경에 의해 개별 아동의 행복이 달라진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아동의 주관적 행복감은 아동의 미래 성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아동발달에 관한 다수의 선행 연구를 통해 아동기의 행복은 성인기의 행복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아동의 긍정적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함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1969년 미국 사회학자 노만 브래드번의 연구와 2005년 미국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먼 등의 연구는 행복이라는 것이 아동의 삶에서 부정적 사건을 제거하는 것만으로 증진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아동이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아동 삶의 부정적인 요인을 제거하는 노력과 함께 행복을 증진시키기 위한 별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2020년 서울대 이봉주 교수 등의 연구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한국 아동의 삶의 질, 즉 주관적 행복감은 완만하지만 점진적으로 향상되고 있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추세에도 사회경제적 요인에 따른 집단 간의 차이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어 일반 아동에 비해 수급가구 아동의 경우 행복도가 낮은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아동의 주관적 행복감은 자신에 대한 인식, 부모와의 긍정적 관계, 또래 관계, 학교 만족도, 동네 만족도 등이 다차원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 아동의 행복도는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단일 문항의 캔트릴의 사다리(Cantril’s Ladder) 척도로 측정한 아동의 행복도(삶의 만족도) 평균은 10점 만점에 6.6점으로 터키와 함께 최하위를 기록했다. 한국을 제외한 OECD 국가들의 평균은 7.6점이었고, 가장 높은 국가는 스페인으로 8.1점이었다(〈그림 1〉 참고).
또한 우리나라 아동의 행복도(삶의 만족도)를 구성하는 각 영역별 지표를 빈곤 아동과 일반 아동으로 구분해 살펴본 결과, 빈곤 아동의 행복도가 모든 영역에서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생활 수준이나 미래 안정성 그리고 성취 등에서 차이가 크게 나타나고 있었다(〈그림 2〉 참고). 이러한 결과는 생태체계적 관점에서 아동의 삶을 주위 환경체계와의 관계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시켜 준다.

코로나19로 취약계층 아동의 삶 더 열악해져…
학대·방임으로부터의 구제 넘어선 돌봄 필요

우리 사회에서 아동은 자신이 태어난 가족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현재까지의 성취는 물론 미래에 대한 기대도 달라진다.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재난 발생으로 나타난 사회적 변화 속에서 경제적으로 취약한 가구의 어려움은 더욱 커지고, 이에 따라 빈곤가구 아동의 삶의 질은 일반가구 아동에 비해 더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
이전까지의 아동복지가 학대와 방임으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고 구하는 소극적인 정책이었다면, 포용국가 아동정책은 거기에서 더 나아가 아동의 권리 보장에 중점을 둔 권리 패러다임에 입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제 우리 사회는 모든 아동에게 돌봄을 기본적으로 보장하는 돌봄의 패러다임을 실현할 필요가 있다. 즉 아동에 대한 경제적 지원과 기본돌봄서비스, 기본건강서비스까지 계층 간 차등이 없도록 평등한 돌봄이 사회 안에서 실현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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