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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ESG 경영성과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온누리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이사 2021년 06월호
 

ESG라는 용어와 개념이 최근 화두가 됐지만, 사실 그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1987년 세계환경개발위원회(WCED; World Commission on Environment and Development)가 「우리 공동의 미래(Our Common Future)」 보고서를 통해 처음 제시한 ‘지속 가능한 발전’ 개념에서 출발한다. 인류는 끊임없이 개발, 진보, 발전을 추구하면서도 미래세대를 위해 환경적 사회적으로 지속 가능할 수 있는 지구를 만들기 위해 고심해왔다. 이러한 관점은 기업 경영을 바라보는 시각에도 적용됐는데, 기업이 비즈니스를 통해 이윤을 창출하고 경제적 성장을 추구하는 것도 중요하나 그 과정에서 사회나 환경의 가치를 훼손시키지 않도록 책임 있는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요구였다. 이렇게 등장한 개념이 바로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즉,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다. 처음에는 이 개념을 기업에 적용하는 것이 선택의 문제처럼 여겨졌고 일부 이해관계자의 요구로 치부됐다. 하지만 2006년 유엔의 책임투자원칙(PRI; 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 발표 이후 연기금을 비롯한 투자자들이 환경과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기업을 투자대상에서 배제한다는 사회책임투자(SRI; 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 참여를 선언하며 지속 가능한 투자를 위해 기업의 비재무적 가치를 평가하기 시작했다.

파타고니아, 창립 후 30여 년간 ESG 경영 실행해 와
ESG 경영은 이제 더 이상 기업에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로 여기는 인식전환이 시작됐고, 최근에는 ESG 이슈에 대한 각국 정부의 정책, 기후 협약, 코로나19 등의 이슈가 더해지며 그 전환의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ESG 경영으로 주목받고 있는 기업을 소개하기에 앞서 이같이 ESG 경영의 뿌리에 대해 설명한 이유는 ESG 경영에 대한 논의가 지난해에 들어서야 활발해졌지만, 사실상 현재 ESG 경영을 잘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글로벌 기업들은 오랜 기간 사회 및 환경 이슈에 민감하고 민첩하게 대응해 왔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기업의 ESG 성과는 단기간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글로벌 기업들은 비즈니스상에서 사회 및 환경적 가치를 창출하면서도 동시에 경제적 수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사회문제 해결에 접근하고 있다. ESG 경영의 우수사례로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는 기업 중 하나인 미국의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가 바로 그런 경우다. ‘우리는 지구를 지키기 위해 사업한다’는 파타고니아의 사명처럼 제품의 전 과정에서 환경적·사회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비즈니스를 추구하고 있다. 원재료는 유기농·공정무역 제품을 사용하고, 환경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오래 입을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한다. 오랜 연구 끝에 개발한 친환경 소재는 오픈소스로 공개해 환경보호와 기업 재무가치 창출의 양립이 가능함을 입증했다. 또한 파타고니아의 해외 진출은 단순한 규모 확장이 아닌 그 지역이 직면한 환경과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비즈니스로서 의미를 찾는다. 제품 판매 과정에서는 지속 가능한 소비, 윤리적 소비를 강조하는 광고를 통해 사회적 캠페인을 펼치고 있으며 매년 매출의 1%는 지구를 위한 세금 명목으로 환경을 위해 사용한다. 파타고니아는 창립 후 30여 년간 이러한 ESG 경영을 꾸준히 실행해 왔고, 의식 있는 소비를 추구하는 두터운 마니아 고객층을 확보하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공급망 전반에 걸친 ESG 관리 및 협력을 통해 비즈니스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있다. 스웨덴의 가구 기업 ‘이케아’는 2030년까지 원자재 수급에서 생산, 재활용에 이르는 전 밸류체인상에서의 친환경성 달성 및 탄소중립 목표를 공식적으로 선언했으며 이러한 프로젝트와 성과를 매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공개할 것을 약속했다. 윤리적인 원자재 조달을 위해 정기적으로 감독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중국 목재 공급처의 원산지 문서 위조 사실을 적발해 내 해당 업체와 즉시 계약을 해지한 것은 물론 관련 상품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책임 있는 공급망 관리로 협력사까지 ESG 경영 확산
독일 자동차 기업 ‘메르세데스 벤츠’는 ‘Ambition 2039’를 통해 2039년까지 생산제품 및 전 밸류체인의 탄소중립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는 탄소 배출량을 핵심 기준으로 주요 협력 업체를 선정 및 계약하며 2039년 이후부터는 탄소중립 제품을 공급하는 기업하고만 계약을 체결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인권 및 노동 이슈와 관련해 공급사 전체에 벤츠사의 ESG 경영 표준을 공유하고 준수 의무를 부여했으며, 협력사 대상으로 인권 평가를 실시해 그 결과를 공시하겠다고 공언했다. 중요한 것은 고객사의 공급망 관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협력사도 ESG 경영을 추진하게 되는 긍정적인 확산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ESG 경영이 일부 글로벌, 다국적, 대기업에만 해당되는 사항이 아닌 모든 기업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이유다.
지금까지 ESG 경영은 기업의 ‘선택적’ 책임이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제는 법적 규제 안에서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의무가 돼가고 있다. 앞서 언급된 유엔의 책임투자원칙(PRI) 발표 이후 기업의 비재무 성과(ESG)에 대한 공시 논의가 활발해졌고 이미 한국을 비롯한 미국, 유럽, 일본, EU 등 다양한 국가에서 ESG 공시 의무화를 도입했거나 추진하고 있다. 공시뿐만이 아니다. ESG 경영 요소들이 하나하나의 법적 구속력을 가진 규제로 도입되고 있다. 2015년 영국은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은 공급망을 포함한 사업 현장에서 노예제나 인신매매가 일어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는 명확한 조치를 취했다는 성명을 발표해야 한다는 「현대식 노예제 방지법(Modern Slavery Act)」을 발효했으며, 2018년에는 호주에서도 그와 같은 법이 제정돼 시행 중이다. 또한 탄소 규제가 느슨한 국가에서 수입하는 상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EU의 탄소국경세 도입,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활동을 정의 및 판별하는 기준인 EU 분류체계(taxonomy) 도입, 공급망의 환경 및 인권 이슈에 대한 실사를 의무화하는 공급망 실사제도(due diligence) 등은 해외로 진출할 우리 기업들이 직면한 ESG 경영의 규제 요소가 됐다. 향후 법적 책임은 더욱 강화될 것임이 분명하고, 규제는 점차 고도화돼 일회성 대응이 불가능한 형태로 진화할 것이다.
이제 우리 기업에 가장 필요한 것은 단기적 관점에서 현재 기업이 맞닥뜨린 규제적 차원의 ESG 경영활동을 찾아 검토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우선순위 과제를 도출해 이행해야 한다. 규제를 넘어 각 기업이 속한 산업군에서 직면한 ESG 우선순위 이슈에 대해 단기 그리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추진해야 할 ESG 경영활동도 찾아내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ESG 경영을 잘하는 기업은 하루아침에 등장하지 않았다. 우리 기업들도 사실상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 가능한 ESG 경영을 추진할 것이 요구된다. ESG 경영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다음에는 더 늦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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