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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워싱 방지 위해 투명한 정보 필수
이시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2021년 06월호


기업 및 경제 전체의 지속 가능성 제고를 목표로 투자 의사결정 시 재무적 요소만이 아닌 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비재무적 요소까지 고려하는 ESG 투자. 2015년 파리기후협정 이후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국제적 노력이 강화되고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발생과 각국의 탄소중립 목표 선언, 그린(뉴)딜 정책 수립 등이 이뤄지면서, 환경변화에 대한 높아진 관심과 함께 ESG 투자 규모도 크게 확대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ESG 투자 수요가 급증하는 와중에 이와 동반되는 ESG 평가 등 ESG 투자 생태계 형성과 관련된 이슈들을 살펴보고, 향후 ESG 투자의 건전하고 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과제를 제시해 본다.

환경에 대한 관심 증가로 녹색채권 발행 유인 높아져
현재 국내 ESG 투자는 영국이나 기타 유럽 주요 국가 등에 비해서는 아직 낮은 수준이나 올해 들어 매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국내 주식형 ESG 펀드 설정액은 지난 5월 13일 기준으로 연초 대비 약 5,723억 원 증가했으며 사회책임투자(SRI) 펀드의 경우에도 설정액이 약 6,454억 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5월 13일 기준으로 전체 국내 ESG채권(SRI 채권) 상장 종목은 767개로 상장 잔액이 114조1천억 원에 이르고 있는데, 이 중 200개가 넘는 채권이 연초 이후 신규 상장됐으며 상장 잔액은 연초 대비 약 30조 원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까지는 상장된 ESG채권 중 사회적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월등히 높고 정책금융기관이 발행하는 특수채의 비중이 컸으나, 기후대응을 포함한 환경 관련 투자 수요가 높아지며 올해 들어서는 민간 부문에서 발행하는 녹색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이는 탄소중립 추진 등 기후·환경에 대한 관심 증가로 민간 발행주체나 투자수요 증가 측면에서 ESG채권 발행, 특히 녹색채권 발행 유인이 크게 높아졌음을 방증한다.
한편 국내 ESG 투자 또는 사회책임투자에서 연기금은 절대적으로 큰 규모를 차지한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의 경우 2019년 말 기준으로 약 27조 원에 이르는 국내주식 자산(국내주식 직접운용 중 적용 금액이며, 국내주식 위탁운용 적용 금액까지 합칠 경우 약 32조 원)을 책임투자 대상 자산으로 삼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민간 금융회사들도 자체적인 ESG 경영전략과 이사회 내 위원회 설치 등 관련 지배구조를 마련하고 탈석탄금융, 탄소 중립 또는 대폭 감축 등을 선언하고 있으며 ESG 투자 수요에 대응하는 금융상품의 출시도 계속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OECD에 따르면 ESG 금융 생태계에는 발행자(기업), 평가 제공기관, 지수(index) 생산자, 자산운용사, 투자자, 공시 관련 기관, 규제·감독 관련 기관, 국제기구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이 중에서도 현재 발행자(기업)에 대한 ESG 관련 정보 부족과 ESG 평가 제공기관 간 평가 결과의 큰 편차,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업자들의 ESG 관련 투자 원칙이나 선관의무 미확립 등은 향후 국내에서의 ESG 투자가 장기적으로 건전하게 성장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발행자(기업)의 ESG 관련 정보와 관련해서는 ESG로 포괄될 수 있는 요소들의 범위가 광범위하고 구체적으로 어떠한 지표가 실제 유의한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한 검증이 아직까지 많이 이뤄지지 못했으며, 국제적으로도 매우 다양한 공시 표준들이 제시되고 있는 어려움이 있다. 그린워싱(greenwashing) 또는 ESG 워싱(기업·상품 등이 실제 환경·ESG 요소에 미치는 영향이나 ESG 전략 실행 수준과는 별개로 명칭 부여 홍보·마케팅 등만으로 친환경·ESG 기업 또는 상품으로 인식되는 현상)을 방지하고 투자 대상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정확하고 투명한 ESG 정보가 필수다. 최근 국내에서도 정부 주도의 ESG 평가를 위한 표준 지표 설정 노력이 이뤄지고 있고 한국거래소가 ‘ESG 정보 공개 가이던스’를 제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ESG 요소와 같은 비재무적 정보는 재무적 정보와 달리 산업별로 유의한 정보에 큰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일정 수준의 다양성을 고려해야 하는 측면이 있어 획일적인 기준을 설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또한 새롭고 다양한 ESG 관련 정보를 추가적으로 공시하는 것은 기업에 단기적으로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국내 기업 전반적으로 환경·사회 관련 정보공시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둘째, 현재 국내 평가기관들이 제공하는 ESG 평가는 동일 기업에 대해서도 상당한 결과의 차이가 존재할 수 있는 문제가 있다. 이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ESG 평가 요소가 광범위하고 다양하며, 공개된 정보가 부족하거나 기업별로 상이하며, 동일 기업 내 E, S, G 각 영역 간 상관관계도 낮은 가운데, 기관별로 각 영역에 대한 평가를 통합해 결합하는 방식에 따라 최종적인 ESG 등급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각각의 E, S, G 영역 내 특정 요소에 한정된 평가가 아닌 한 ESG 평가 결과는 투자자들에게 상당한 혼란을 야기시킬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러한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평가기관들의 평가방식을 투자자 등이 명확히 파악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나, 아직까지 국내에서 ESG 평가방식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규율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다.
셋째, 현재 국내 금융투자업자 일부는 유엔 책임투자원칙(PRI; Principle for Responsible Investment) 가입 등 국제적 원칙을 반영한 ESG 투자 원칙을 확립하고 있으나, 대다수의 금융투자업자는 아직까지 명확한 원칙의 확립 없이 투자 의사결정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ESG 관련 투자상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ESG 워싱과 이로 인한 투자자 피해 위험도 높아지고 있으나, ESG 관련 투자상품에 ESG를 고려하는 지침이나 방식이 불투명하고 이와 관련된 금융투자업자들의 선관의무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필수 ESG 요소나 산업별 특수성 감안한 공시범위 확대,
모니터링 수단 강화 등 선결돼야

현재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ESG 관련 투자가 경제·사회 전체에 장기적으로 바람직한 자본 흐름을 유도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앞에서 지적된 문제점들과 관련해 다음 과제들이 선결될 필요가 있다. 첫째, ESG 평가의 질을 제고하기 위한 기업의 정보공시 범위를 확대하되, 엄격한 유의성 검증을 통해 선별된 필수 ESG 요소들에 대한 공시를 의무화해 이행과정에서의 과도한 경제적 비용 발생을 지양하고 산업별 특수성과 다양성을 감안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둘째, 각기 상이한 평가 결과로 인한 투자자 혼란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획일적 평가기준을 도입하기보다 평가기관들이 활용하는 정보, 등급 산출방식 등을 보다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규율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이로써 ESG 투자의 본질적인 다양성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투자자 스스로의 판단을 도울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셋째, ESG 투자와 관련된 투자자 위험도 높아지고 있는 만큼 금융투자업자들의 투자 원칙·지침과 선관주의 의무 이행 등을 투자자들과 감독당국이 확인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는 수단들이 강화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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