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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기술 보호 및 인력 유출 방지에는 규제보다 지원 강화가 효과적
이종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반도체공동연구소장 2021년 07월호


반도체는 우리나라 총수출의 약 20%를 차지하고 9년째 수출 1위를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산업이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부품으로 그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주요 경쟁국들은 반도체를 국가 산업은 물론이고 안보까지 직결시켜 자국 내에서 반도체 기술 및 제조기반을 확보하는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고, 더 나아가 미래기술의 조기 확보를 위한 경쟁이 진행 중이다. 세계 반도체 관련 주요 기업들은 대규모 투자와 M&A를 통한 미래시장 선점에 집중하고 있다.
경기 변동에 큰 영향을 받는 메모리반도체는 우리나라가 1위를 유지하고 있으나 최근 시장점유율이 정체되거나 살짝 감소하는 추세이며, 첨단기술 양산에서 미국의 메모리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이 국내 기업을 앞섰다는 보고가 있었다. 시스템반도체의 경우 팹리스시장 점유율은 2% 미만이고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점유율은 대만 TSMC에 크게 뒤지는 17% 수준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로, 마침 정부에서 K반도체 전략을 발표했다. 주요 전략은 K반도체 벨트 조성, 인프라 지원 확대, 반도체 성장기반 강화, 반도체 위기대응력 제고 등 4가지로, 촘촘하게 잘 준비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좀 더 효율적인 전략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제언한다.

소재·장비 성능 검증에 R&D팹 이용하는 기업에는 추가 세액공제를
먼저, K반도체 벨트 조성은 지리적으로 가까이 있는 제조기반, 소재·부품·장비(이하 소부장), 첨단 장비, 패키징, 팹리스를 한데 묶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기에 적절한 전략이다. 테스트베드 구축이 잘 준비됐다. 소부장 업체의 초기 기술개발은 대전 나노종합팹센터에서 수행하고 분석측정 전문센터와 연계해 운영돼야 효과적일 것이다. 충분한 연습으로 양산 수준의 성능이 확보되면 기업 양산팹보다는 R&D팹에서 이미 검증된 소재·장비와 그 성능을 소자 및 회로 측면에서 검증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기업 양산팹을 이용해 검증을 하게 되면 양산에 상당한 지연을 초래하기에 기업의 R&D팹을 이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이 경우 해당 기업에 추가로 세액공제를 해줄 필요가 있다. 한국형 팹리스 밸리 조성도 적절한 방안이다. 다만 기술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팹리스들이 있는데, 이러한 업체에는 연구비를 지원하는 것보다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지식을 고도화해 재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선순환 관점에서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 제도는 팹리스 업체뿐만 아니라 소부장 업체에도 적용되면 틀림없이 발전이 있을 것이다. 정부는 가능한 한 기업을 믿고 자리를 깔아주는 역할을 하면 된다.
K반도체 전략 중 인프라 지원 확대 관련 방안에도 세제·금융·규제·기반시설에 대해 기업체의 의견을 적절히 반영하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물론 기업체 관점에서 합리적으로 만족할 수준이어야 할 것이다. 필자가 좌담회나 포럼에서 기업체 연사로부터 들은 필수항목들이 꼼꼼히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성장기반을 강화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인재 양성이다. 2030년까지 3만6천 명을 양성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 발표됐고, 이는 반도체산업을 위해 꼭 필요하다. 그러나 대학의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 확대는 대학의 총정원이 고정된 상태에서 계약학과나 연합전공을 통해 할 경우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시행되는 수준에서 그 수를 더 늘리면 대학 내 전공 간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수도권 정원 동결이라는 대전제하에 발생하는 이슈로 이해되기도 하지만, 시대의 요구에 따라 국가 산업발전에 꼭 필요한 경우 반도체와 같은 특정 산업 분야에 대해서는 어느 범위 내에서 정원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이번에 제정  추진 중인 ‘반도체 특별법’에 꼭 담기기를 희망한다.
인력양성 방안에 포함된 학생·재직자·취업준비생 교육 및 퇴직인력 지원에 관한 내용은 정리와 체계화가 더 필요해 보인다. 반도체 설계 교육과 제조 실습을 연계해 교육하는 ‘반도체 설계+공정’ 전략은 기존에 없었던 것으로 경쟁국 대비 차별화된 인재양성 측면에서 좋아 보인다. 다만 구체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잘 준비해야 의미가 있을 것이다. 반도체 인력양성은 특성화고, 학부, 대학원, 박사 후 과정으로 구분해 이뤄져야 한다. 학부 과정은 기초과목을 주로 교육하므로 전문가를 양성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대학원 석·박사 과정은 반도체에 집중된 전문교육 및 연구과제를 통해 고급인재를 육성할 수 있다. 반도체 기술은 지식축적이 이뤄져야 더 강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따라서 기초과목 지식이 우수하고 전공 분야에서 뛰어난 박사는 박사 후 과정에서 추가로 지원해 탁월한 인재로 키워야 한다. 이들에게는 자신의 분야를 더욱 깊게 배울 수 있게 하거나 자신의 전공 분야(예: 반도체 소자)와 근접한 반도체 전공 분야(예: IC 설계)를 융합해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지원할 필요가 있다.
탁월한 인재는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고 신격차의 기술을 개발하고 신시장을 창출할 확률이 높은 인재다. 전문 기술능력을 갖춘 인재를 지원하는 핵심인력 관리, 성과보상(직무발명 보상 강화), 훈·포장 격상 등은 시기적절한 전략으로 생각한다. 특히 상을 줄 때 기업 대표에게는 우수 경영상을, 발명자나 핵심기술을 개발한 당사자에게는 우수 기술상을 줘야 상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반도체는 대표적 지식기반산업, 탁월한 인재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
다양한 주체 간 연대·협력을 확산시키기 위한 자리를 마련해 주는 전략과 핵심기술(차세대 전력반도체, AI반도체, 첨단 센서, 소부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도 적절하게 준비된 것으로 보인다. 가속기용 AI반도체는 높은 전력 소모가 문제다. 메모리 기술을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PIM 반도체 기술은 전력 소모를 줄이는 AI 기술로, 지구온난화 억제에도 기여할 것이다. AI반도체는 각종 센서와 융합될 때 시너지 효과를 더 높일 가능성이 있어 이 부분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반도체 특별법’ 제정, 차량용 반도체 수급 대응, 핵심기술 보호 등 반도체 위기대응력을 제고하기 위한 전략들도 적절하게 준비된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서 ‘반도체 특별법’을 준비하기 위한 특위가 구성됐다. 규제 특례, 인력양성, 기반시설 지원, 신속투자 지원, R&D 가속화 방안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신속하게 법제화해야 한다. 국가핵심기술 보호 및 핵심인력 유출 방지를 위해서는 규제보다는 지원을 강화하는 법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정책은 효율로 이어져야 그 존재 의미가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반도체는 지식축적을 기반으로 하는 대표적인 산업으로 전기전자, 전산, 물리, 화학 등 여러 학문에 걸쳐 있다. 여러 규제가 완화되고 인프라 투자가 활성화된다고 해도 인재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 많은 인력을 양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탁월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더 중요해 보인다. 이에 대한 전략과 프로그램이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 이들이 결국 기술 선도를 주도하고, 신격차와 신시장을 창출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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