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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살아남아야 리더 될 수 있어…기업의 반도체 공장 투자 적극 지원해야”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 2021년 07월호


지난 5월 13일 발표된 K반도체 전략에는 반도체 분야의 민간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한 다양한 지원 방안이 담겨 있다. 전략 수립에 앞서 지난 4월 정부는 산업계로부터 의견을 수렴한 바 있다. 국내 반도체산업을 대표하는 한국반도체산업협회의 안기현 전무를 만나 국내 반도체산업의 현황과 이번 전략에 대한 평가 그리고 정부에 바라는 점 등을 들어봤다.

우리나라 반도체 생태계를 어떻게 보나.
현재 반도체를 생산하는 국가는 한국,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대만 정도다.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제조에 필요한 여러 산업과 연결이 잘돼 있어야 하는데 우리가 이 부분이 약하다. 미국, 유럽 등은 처음부터 모든 게 갖춰져 있는 상태에서 반도체산업이 출발한 반면, 우리는 제조부터 출발하다 보니 소재·부품·장비(이하 소부장)를 사서 썼다. 그러다가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해 제조업이 중단될 위기에 처하면서 소부장 공급 부족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겼다. 또한 반도체 분야에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형성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데, 가장 시급한 게 인력양성이다. 기업이 발전하려면 사람이 필요하지 않나. 그런데 반도체산업 규모가 많이 커졌음에도 학교에서 배출하는 인력은 그대로라 인력 구하기가 예전보다 어려워졌다.

K반도체 전략에는 기업들이 그간 정부에 건의해 왔던 사항이 반영됐나.
지난 4월 9일 정부에 건의한 내용에는 산업계가 그동안 갖고 있던 문제점도 있고 지금 이 시기에 필요한 것도 있다. 그런데 전략이라는 것은 “앞으로 이렇게 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중요한 점은 앞으로 어떻게 이행하느냐다. 최근 반도체 공급이 부족해 자동차 생산이 중단된 사례가 있었다. 이러한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면 공장을 빨리 많이 지어야 하고, 그러려면 투자가 활성화돼야 한다. 그래서 첫 번째로 투자를 활성화하도록 세액을 감면해 달라고 요청했다. 두 번째는 규제에 관한 것이다. 환경·안전·근로에 관한 기준이 높아지면서 관련 법률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기업 입장에서는 이러한 규제 때문에 공장을 짓거나 운영하는 데 불편함을 겪고 있다.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화학물질관리법」,
「산업안전보건법」, 「근로기준법」 같은 법들의 목적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불편함을 완화해 달라는 것이다. 세 번째는 인력양성으로, 대학의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을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또 석·박사 인력이 필요하니까 석·박사들에게 연구비를 지원하는 사업을 만들어달라는 건의도 있었다.

미국은 반도체산업에 대해 정부가 과감한 지원에 나서고 있는데.
미국은 원래 정부가 나서서 지원하는 나라가 아니다. 시장 자율에 맡기는 나라다. 그랬던 미국이 정부 차원에서 반도체산업을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이는 그만큼 반도체의 위상이 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쌀, 원유 등과 같이 전략산업이 된 것이다. 미국은 지난 1월 반도체 생산라인 구축 시 건당 최대 30억 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이 포함된 「국방수권법」을 발효했고, 3월에는 반도체 제조시설에 500억 달러를 추가 지원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미국이 우리 기업에 자국 내 공장 투자 확대를 요청하고 있다. 기업들이 취할 수 있는 전략은?
우리 입장에서 미국은 굉장히 중요하다. 우리가 국내에서 제조시설을 지으려면 미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미국 장비가 반드시 필요하고 미국이 원천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미국이 자국 내에 공장을 지으려고 하고 기업들에 투자를 요청하고 있는 것은 우리에게 기회다. 우리 반도체 제조시설의 고객은 미국 회사들이다. 미국이 시장인 셈이다. 그러니 미국에 공장을 짓는 것이 고객 확보 차원에서 유리하지 않겠나. 반도체 종주국인 미국에서 우리 기업들에 제조시설을 지어달라고 요청할 정도면 우리가 얼마나 좋은 기술을 갖고 있다는 것인가. 미국에 공장을 신·증설하는 문제는 선택사항이 아니다. 여기에 얼마나 투자하느냐가 관건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반도체산업은 대기업이 이끌어왔다. 앞으로는 중소기업의 역할이 커져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반도체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소부장 기업과 반도체를 설계하는 팹리스 기업이 잘해야 하는데, 이들이 주로 중소기업이다. 중소기업이 막강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기 쉽지 않은 만큼 정부에서 많은 부분을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

정부와 국회는 ‘반도체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특별법 제정이 갖는 의미는?
정책이라는 것은 정권이 바뀌면 없어질 수 있지 않나. 정책은 법으로 만들어져야 지속성을 갖게 된다. 그래서 ‘반도체 특별법’은 꼭 제정돼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를 정부에 건의했다. 다행히도 정부와 정치권에서 반도체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영향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반도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관련법을 의회에 발의하니까 우리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

우리 반도체산업을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
지금은 격동기라고 볼 수 있다. 그동안 미국, 유럽, 일본 등은 반도체 제조에 관심이 없던 터라 이 분야에서는 우리나라와 대만이 경쟁자 없이 잘해 오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이 제조에 뛰어들면서 앞으로는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이 시기에 우리가 살아남으면 리더가 되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죽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기업들이 미국에 가서 공장을 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10년 뒤 강한 기업은 지금 공격적으로 투자해서 몸집을 키운 기업이 될 것이다.

끝으로, 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K반도체 전략에는 세제지원, 규제완화, 인력양성 등 다양한 내용이 담겨 있는 만큼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해 여러 부처가 관여하고 있다. 그런데 부처들마다 지향점이 다르다 보니 이견이 생기기도 한다. 예컨대 환경부에서는 환경 관련 규제완화를 반대하거나 교육부에서 계약학과 신설을 반대하는 입장을 보일 수 있다. 이번 전략이 ‘생색내기’에 그치지 않도록 관계부처들이 모두 ‘산업’에 방점을 두고 전략을 이행해 줄 것을 당부한다. 국회에서도 여야가 공동의 가치를 갖고 추진해 주기를 바란다. 지금 반도체산업을 지원하는 것은 재난지원금 지급과 같은 개념이다.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투자다. 반도체가 지금보다 훨씬 좋은 상태로 살아남아야 후배들에게도 좋지 않겠나. 미국과 중국은 풍부한 지원을 바탕으로 공장을 많이 짓고 있다. 우리도 대기업이든 중견·중소기업이든 일단 반도체 공장을 많이 지을 수 있도록 투자를 지원해 줘야 한다.
이지연 『나라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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