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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변동은 다양한 사회요인과 장기간 상호작용하며 진행되는 구조적 문제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2021년 09월호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구고령화를 경험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 인식과는 달리 현재 우리의 노인인구 비율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불과 20여 년 후인 2045년경에는 우리나라가 일본을 넘어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된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때의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노인인구 비율은 약 40%로, 현재 국내에서 가장 고령화된 지역인 경북 의성군, 전남 고흥군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렇게 가파른 고령화 추이마저도 유례없이 낮은 출산율로 인해 그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사실 이러한 인구고령화의 부정적 파장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지방 지역들의 ‘소멸 위기’와 고령화로 인한 지역 활력 및 경제·생활 여건의 악화, 학생 수 감소로 인한 폐교 증가, 신규 교원임용 축소, 지방대학의 대규모 입시 미달사태, 육아 및 청년 관련 산업의 시장 축소 등이 그 예들이다. 그리고 이러한 인구변동의 파급효과들은 앞으로 더 많은 사회 영역에서 더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의제화됐으나
사회부양 비용 증가, 노동력 감소 등 한정적 논의만

인구변동의 사회적·경제적·정책적 파장은 사회적 맥락을 따라 확산되면서, 하나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연쇄적이고 종합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예를 들어 병력자원 감소에 대응하는 국방개혁은 군의 효율성 증대를 목표로 하고, 이에 따라 사단 수가 감축될 것이다. 이 경우 현재 군 의존도가 높은 일부 지방에서는 지역경제가 위축되고, 소위 ‘지역소멸’ 문제를 야기하면서 지자체, 행정안전부, 국방부 등이 관련되는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
또한 인구변동은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되지만 그 파급효과는 매우 불평등하게 분배된다. 예를 들어 학생 수 감소에 따른 교원 신규임용의 축소는 결과적으로 청년층에 더 많은 피해가 집중되는 것을 보여준다. 지방대학의 위기는 결국 수도권 대학의 영향력을 더욱 공고히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와 같이 인구변동의 부정적 효과는 연령, 지역, 계층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면서, 특히 청년, 지방, 빈곤층이 가장 큰 위협에 노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인구변동의 사회경제적 파장은 사회적 갈등의 양상으로 발전될 위험성이 매우 높다.
지난 10여 년간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사회의 주요 문제로 의제화되면서 인구변동에 대한 경각심은 널리 공유됐다. 하지만 그 파급효과에 대해서는 사회부양 비용 증가, 노동력 감소, 학령인구 및 병력자원 감소 등 인구변동의 일부 직접적 영향에만 그 논의가 한정되고 있다. 그리고 제안되는 대책들 역시도 정부의 재정투여 및 관리·지원 확대 등 성장시대의 방안들을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고령화의 사회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국내외의 연구들은 고령화의 진전으로 정부 정책역량이 오히려 약화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사회정책 수요 증가와 경기침체에 따른 세수 감소로 인한 정부 재정 불균형 문제 확대, 금리 탄력성 감소로 인한 통화정책의 효과성 감소, 인프라 수요 축소에 따른 경기부양정책의 효과성 제한, 정책자원 배분에 대한 정치 문제화 등은 앞으로 정부의 정책역량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우리 사회(정부와 민간 모두)는 앞으로 발생할 인구변동의 문제들에 대해 합리적 예측과 체계적 대응을 위한 방안들을 본격적으로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인구 문제에 대한 종합적 대처인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은 저출산과 노인복지 관련 정책사업들의 관리로 활동이 제한되면서, 인구변동의 부정적 파급효과에 대한 선제적 대응의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려운 구조다. 또한 고령화의 파급효과에 대응하기 위해 발족한 ‘인구정책TF’는 노동력 부족, 초고령사회 부양부담, 지역소멸 등 주로 경제 부문에 논의가 한정돼 있다.

인구변동 모니터링, 종합적 대응방안과 운영관리,
파급효과 예측 및 사회적 합의 기능 등 담아내야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주요 정책으로 다뤄지기 시작한 2000년대 초 우리 사회의 인구, 출산, 청년 등에 대한 이해수준은 그리 깊지 못했다. 이러한 가운데 출산·양육에 대한 부담 경감(총비용 감소)이라는 정책 프레임이 받아들여지면서, 인구변동을 사회구조적 수준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닌 정책사업 수준의 대응으로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다는 ‘단순 정책과제’로 여기는 경향이 자리 잡게 됐다. 하지만 인구변동은 사회의 다양한 요인과 상호작용하면서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구조적 문제다. 지금과 같은 개별 사업들을 나열하는 방식으로는 인구변동의 완화나 부정적 파급효과에 대한 효과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리 멀지 않은 시점에 우리가 경험할 수밖에 없는 인구변동의 파급효과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인구변동 완화정책(저출산정책 등)과 적응정책(파급효과 대응)을 병행하는 이중적 인구 대응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대응체계에는 인구변동에 대한 모니터링과 파급효과에 대한 예측 기능, 종합적 대응방안의 마련과 이에 대한 종합적 운영관리 기능, 정책 이행에 따른 사회적 갈등을 완화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 기능을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 인구와 사회 간의 상호적 변동에 대한 체계적 이해를 바탕으로, 인구변동에 대한 정책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종합적 대응 거버넌스 체계를 새롭게 모색하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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