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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년 70세 시대 개막… 기업에 ‘고용 노력 의무’ 부과
최인한 시사아카데미 일본경제사회연구소장 2021년 09월호


지난해 2월 초 일본 방문 당시의 ‘중앙알프스’ 휴양지 풍경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스키 리조트나 온천에서 서빙이나 시설 관리를 하는 직원은 대부분 노년층이었다. 그래도 고급 휴양지에는 젊은 직원이 있었다. 동남아, 아프리카계 등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다. 일본 산간벽지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만나는 건 흔한 일이다. 이는 저출산·고령화, 인구감소 사회의 단면들이다. 일본은 주요 선진국 가운데 최고 저출산·고령화 국가다. 주요 선진국 가운데 인구가 줄어드는 나라도 일본이 처음이다. 2008년(1억2,808만 명)을 정점으로 13년째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불과 24년 사이 노인인구 비율 7% → 14% 진입
일본 인구는 2019년 기준 1억2,614만 명으로 세계 인구(약 77억 명)의 1.6%를 차지한다. 인구수 기준 세계 11위다. 생산연령(15~64세)인구는 정점이었던 1995년 8,700만 명에서 2019년 7,500만 명까지 줄었다. 인구감소는 사회 활력을 떨어뜨리고 노동력 부족과 소비시장 축소를 가져와 경제성장을 가로막는다.
평균 수명은 남녀 모두 세계 최고 수준으로 2018년 기준 여성 87세(세계 2위), 남성 81세(세계 3위)다. 전체 인구에서 고령인구(65세 이상)가 차지하는 비중은 1975년 7.9%에서 2010년 23.0%, 2020년 29.1%로 점점 높아지고 있다. 유엔은 만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7%를 넘으면 고령화사회, 14%를 넘으면 고령사회, 20%부터는 초고령사회로 정의한다. 일본은 고령비율이 7%에서 14%까지 도달하는 데 24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독일은 40년, 영국 46년, 스웨덴 85년, 프랑스의 경우 126년이나 걸렸다. 고령인구 급증은 임금, 고용, 연금, 의료제도, 교육 등 경제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끼친다.
저출산 현상도 초고속으로 진행 중이다. 2016년 출생자 수는 약 98만1천 명에 그쳐 100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출생자 수가 1949년 269만6,638명에서 70여 년 만에 3분의 1로 감소한 것이다. 유아·청소년인구(0~14세) 비중은 1975년 24.3%에서 2010년 13.1%, 2020년 12.0%로 줄었다. 그럼에도 고령자와 유아·청소년을 합친 비생산연령인구(부양해야 하는 대상)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게 일본 인구의 가장 큰 구조적 특징이다.
절대인구가 급감하고 고령자가 급증하면서 당장 눈앞에 다가온 ‘2025년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인구 비중이 큰 ‘단카이 세대’(베이비붐 세대)가 75세 이상이 되는 해로 중병 환자 수가 급증해 사회보장비가 팽창하고 의료기관 및 노인요양 시설이 부족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더블 케어(육아와 요양을 동시에 부담)도 큰 부담이다. 인구전문가인 가와이 마사시의 저서 『인구감소 일본에서 일어날 일들』에 따르면 오는 2040년께 사망자가 급증해 화장장이 부족해지고, 고령자 수가 정점을 맞는 2042년께 무연금 또는 저연금의 가난하고 의지할 곳 없는 고령자가 거리에 넘쳐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2050년에는 국토의 20%가 사람이 살지 않는 황폐지로 바뀌고 일본인이 떠난 지역에 외국인들이 집단으로 이주하는 등 최악의 시나리오도 나온다.
‘대학 도산’ 현상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일어나고 있다. 대입 연령인 18세 인구가 급격히 줄면서 지방을 중심으로 정원이 미달하는 대학이 속출한다. 사립대학의 경우 40% 이상이 정원을 채우지 못한다는 통계도 있다. 18세 인구는 2009년 120만 명 선에서 최근 100만 명을 밑돈다. IT 등 기술 인력 부족도 심각하다.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2019년 약 92만3천 명을 정점으로 IT산업의 취직자가 퇴직자를 밑도는 상황이며 오는 2030년에는 약 85만7천 명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관련 분야 평균 연령은 2010년 37.5세에서 2030년 41.2세로 높아진다. 지난 2015년에는 IT 인력이 약 17만 명 정도 부족했으나 2030년의 부족 인원은 59만 명으로 예상된다.
고령 치매환자가 늘면서 생기는 문제도 있다. 올 8월에는 치매를 앓는 사람들이 소유한 주택이 급증해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2040년에는 그 수가 지금보다 약 27% 증가한 280만 호에 이를 전망이다. 고령 치매환자들은 보유한 주택의 처분이 힘들고, 간병 비용 마련을 위한 자산 활용도 어렵다. 집은 예금과 달라 부분 매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산 관리를 자녀에게 맡기는 가족신탁 활용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금 감면, 규제 완화 통해
고령화로 늘어난 빈집 활용 비즈니스 유도

2005년 일본은 주요 선진국 중에서 가장 먼저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2019년 기준 70세 이상은 다섯 명 중 한 명 꼴인 2,621만 명(20.7%)에 달한다. 70세 전후 노인들이 제조업은 물론 농·수·축산업, 자영업 등 모든 업종에서 일한다. 소재·부품·장비 등 기초산업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도 숙련 기술을 가진 노년층이 버티는 덕분이다. 의사, 교수, 건축가 등 전문직에도 고령자가 많다. 사립대학은 정년을 70세로 한 곳이 꽤 있다. 
지난 4월 1일 개정된 「고령자 고용안정법」이 시행됐다. 이 개정법에 따라 근로자에게 만 70세까지 취업 기회를 연장토록 하는 ‘노력 의무’가 기업들에 부여됐다. 기존에는 만 65세가 법정 정년이었다. 당장 70세 정년이 의무는 아니지만, 기업 측이 최대한 노력하라는 요구다. 지금도 고령 근로자가 적지 않지만, 법적으로도 70세까지 일할 수 있는 평생 현역 시대가 열렸다. 이 법은 기업에 근로자들의 정년을 70세까지 늘리도록 의무화하는 대신 65세 초과 근로자를 자사 직원이 아니라 개인사업주 또는 프리랜서로 분류할 수 있도록 한다. 고용형태도 직접 고용에서 업무 위탁 계약으로 변경 가능하다. 자사 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고용보험에 가입할 의무도 없다. 기업은 고용형태 변경을 통해 인건비를 20~50% 줄일 수 있다. 정년은 연장하면서도 기업의 인건비 부담은 줄여주려는 것이다.
기업들은 ‘70세 정년 시대’에 대응해 인사제도를 손질하고 있다. 세계 최대 지퍼 제조 업체 YKK그룹은 연초 65세 정년을 폐지했다. 일본 최대 에어컨 제조 업체 다이킨은 4월부터 희망자를 대상으로 정년을 70세로 연장하는 재고용 제도를 도입했다. 가전 유통 상장사 노지마도 연초 65세에서 80세로 정년을 연장했다. 미쓰비시화학 등 대기업도 정년 폐지를 추진 중이다.
70세 정년은 평균 수명 증가로 고령자 근로 수명이 길어진 것이 기본 배경이다. 노동인구 감소도 영향을 미쳤다. 고령자 급증에 따른 연금, 의료비 지원 등 국가의 복지 지출 부담을 줄이려는 목적도 있다. 일본 정부는 고령인구가 급증하자 각종 노인복지 제도를 보완하고 있다. 장기 요양의 경우 시설 입소에서 재택 간병으로 제도를 개선 중이다.
인구감소는 기본적으로 내수시장 축소를 의미한다. 그렇다고 모든 시장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시장이 생겨나기도 한다. 부동산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요즘 일본에서는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빈집이나 노후 주택이 전국에 늘어나면서 ‘중고 주택’이 투자 대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주택으로 재테크를 하는 개인도 있고, 매매업을 전문으로 하는 상장회사도 생겨났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빈집은 2019년에 848만9천 호에 달해 전국 5,361만6천 세대 중 빈집 비율이 13.6%를 기록, 사상 최고였다. 낡은 빈집이 늘어나면 인근 지역이 황폐해지고 범죄가 증가하는 등 피해가 발생한다. 정부는 「빈집 대책 특별 조치법」을 제정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등록면허세 인하와 부동산 취득세 감세를 통해 민간 사업자의 빈집 활용 비즈니스를 유도하고 있다. 등록면허세 인하는 토지나 건물을 매매·상속·증여로 취득한 경우 발생하는 부동산 등기 세금인 등록 면허세를 줄여주는 것이다. 정부의 규제 완화도 빈집 비즈니스를 활성화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자 숙박시설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2018년 6월 도입한 「민박 개정법」이 대표 사례다. 「여관업법」 허가가 없어도 신고만 하면 민박을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세금은 줄여주고, 규제를 완화한 결과 빈집 거래에 참여하는 민간 업체가 계속 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인구감소를 겪는 일본의 인구구조 변화와 사회 현상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이 일본이 간 길을 그대로 따라가지는 않겠지만, 우리의 미래 준비에 도움이 되는 정보와 지식은 여전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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