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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이해당사자 합의, 사회적 공론화 등으로 인구변화 대응 방안 마련할 때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 정책학과 교수 2021년 09월호


우리나라 베이비붐 세대는 생애주기를 거치면서 대단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학령기에 도달한 때에는 3부제 수업 등 과잉학생 문제가 발생했으며, 결혼적령기에는 주택가격이 폭등하고 혼수품의 수요가 급증했다. 이들 세대가 신규로 노동시장에 진입한 시기에는 일자리 부족으로 치열한 경쟁이 시작됐다. 아이러니하게 베이비붐 세대는 저출산 현상의 서막을 올린 세대이며, 그들의 자녀인 에코세대(y세대)는 초저출산 현상의 서막을 올린 세대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인구의 양적 팽창에 따른 사회문제의 극복에 중점을 뒀다. 그 접근법은 기존 사회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인구증가로 인한 수요 증가에 맞춰 공급을 확대해 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미래에 인구변화가 미칠 영향력은 과거에 비해 훨씬 크고 복잡 다양할 것이다. 과거와 정반대로 인구가 감소하고, 동시에 인구구조가 급속히 고령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존 사회시스템 내에서 양적 공급 확충이라는 전략만으로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다.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 2028년 이후 총인구 감소…
지금부터 대응 방안 논의 과감하게 시작해야

인구변화는 사회구조적인 이유 등으로 그 방향이 쉽게 변경되지 않는다. 이러한 인구의 ‘관성의 법칙’을 감안하면, 미래 인구변화에 따른 사회경제적인 영향들은 어느 정도 결정돼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학교 수급 불균형, 병력자원 부족, 노동력 부족, 내수 위축, 성장 둔화, 사회보장 위기, 노후 돌봄 공백, 지역소멸 등을 들 수 있다. 이와 같은 인구변화의 영향들을 방지하거나 적어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기존 사회시스템을 변경하고, 그에 맞춰 제도들을 개혁해야 한다. 개혁 방안들은 합리적이고 타당해야 한다.
그러나 합리적이고 타당한 것으로 간주되는 개혁 방안일지라도 모두가 동의하고 합의하지는 않는다. 사회구조적으로 합의를 도출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인구팽창 시대에 구축된 사회시스템 내에는 이미 기득권층이 형성돼 있다. 인구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사회시스템을 새로운 사회시스템으로 변경하는 데 공감할 수 있어야 하지만, 기득권층은 자신이 쌓아오고 누려왔던 권리와 이득이 침해받는 것을 두려워해 기존 사회시스템을 고수하려 할 것이다. 특히 배분관계에 있는 자원이 미래에 인구변화로 줄어드는 것이라면 합의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갈등이 두려워 합의도출을 포기할 수는 없다. 시대에 따른 절체절명의 과제들 즉, 인구변화의 부정적인 영향들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커다란 사회 혼돈과 삶의 질 저하가 야기될 것이기 때문이다.
2020년대 초반은 인구변화의 사회경제적 영향에 대응하기 위한 과제들을 과감하게 테이블 위에 꺼내 놔야 할 시기다. 합계출산율 1.0명 미만의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거대 인구집단인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대부분이 2023년까지 60세 정년퇴직을 하며, 2차 베이비붐 세대(1968~1974년생)가 2028년부터 정년퇴직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2025년부터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총인구가 2028년을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대응 방안들에 대해 논의를 시작하고 합의를 해도 실행 시기는 2020년대 중반 이후가 될 것이다. 그런데 논의조차 시작하지 않는다면 2030년대 혹은 그 이후에야 대응이 가능해질 것이다. 고령화 속도나 생산인구 감소를 감안하면 너무도 늦은 시기가 될 수 있다.
이미 정부 부처나 각종 위원회에서는 소관 과제들에 대해 많은 시간을 투입해 검토하고 대응 방안들을 모색해 왔을 것이다. 앞으로는 각 과제마다 시간표를 만들어 이에 의거해 이해당사자들 간 논의가 이뤄지고, 대국민 의견 수렴 및 합의 등을 차질 없이 수행해야 할 것이다.

초중고 통합 운영, 학제 개편 등으로
과소학생 지역의 문제 해결

여기에서는 대표적인 인구변화의 사회경제적 영향에 대응하는 과제들 각각의 본질을 조명하고, 방안 마련의 기본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 수급의 불균형 문제다. 본질은 인구팽창 시대에 설립한 학교들이 학생 수 감소에 따라 비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학생과소 학교·학급이 증가해 교육의 질이 낮아지고, 학교 운영 자체가 어려워진다. 이는 남아도는 학교들을 폐교 조치해 해결할 수 있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어느 지역에서 학교가 문을 닫는다는 것은 지역사회의 정신적인 지주가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학생과 부모를 위한 상품을 판매하는 가게 등이 함께 사라져 지역소멸이 본격화된다.
대학교가 문을 닫으면 그 파급력은 더욱 크다. 지역경제가 붕괴될 위기에 처하게 되고 지역 간 교육 불균형이 심화될 것이다. 이와 같은 과소학생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초중고를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도입해 지역에 적어도 1개의 학교라도 남게 하도록 한다. 예컨대 일제 강점기에 정립된 ‘6-3-3-4제’ 학제를 서구 국가들과 같이 8-4-4제나 7-5-4제로 개편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대학교도 종합대학 중심이 아닌 단과대학 중심의 특성화 대학들을 만들어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에 균형적으로 배치하는 것을 고려하도록 한다. 대학 수급을 조절하되, 수도권에 위치한 종합대학들만이 살아남게 되는 모순을 방지하는 것이다.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에 따른 노동력 부족에 대응해 여성인력의 노동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도모하고, 정년 연장 등을 통해 고령인력이 보다 오랫동안 노동시장에 남아 고령사회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도록 한다. 정년은 노동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점진적으로 연장하며, 세대 간 일자리 경쟁이 심한 정도에 따라 직종 간 정년 연장 시기에 차이를 두도록 한다.
연금 등 사회보장제도의 보험료와 급여 수준을 수시로 개혁하는 것은 매번 개혁 방안들의 유불리를 따지게 한다. 이로써 갈등만 발생하고 개혁은 무위로 돌아가곤 한다. 이른바 ‘개혁 피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사회적·제도적 합의를 한 후에는 기준에 따라 자동적으로 변경될 수 있는 시스템을 작동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기대수명과 고령화 수준 등에 연동해 보험료 등이 자동적으로 변동되게 하는 것이다.
끝으로 인구변화의 영향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들에 대해 이해당사자들 간 합의하는 방법이다. “내가 어떻게 하면 덜 손해 볼까”가 아니라 “내가 얼마나 양보하면 미래에 우리 모두 함께 행복해질 것인가”에 역점을 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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