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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디지털 기술로 세상을 연결한다
홍기영 매일경제신문 월간국장 2021년 11월호



우리는 플랫폼 전성시대에 살고 있다. 세상 모든 곳에 플랫폼이 영향을 미친다. 플랫폼은 기업의 가치 창조와 수익 획득의 토대로서 각광을 받는다. 플랫폼의 부상으로 제조, 통신, 유통, 금융, 엔터테인먼트, 교육, 의료 등 이종산업 간 영역을 파괴하는 경계소멸(big blur) 현상이 두드러진다.
일반적으로 플랫폼은 넓고 평평하면서 주변보다 높게 만든 구조물을 뜻한다. 이는 16세기 중반 프랑스어 ‘plate­forme’에서 유래했다. 대포를 배치할 수 있도록 성의 높은 포대 안에 만든 평평한 자리를 의미했다. 이후 플랫폼은 열차 승강장, 석유시추선 갑판, 다이빙 도약대, 오케스트라 지휘대, 정당 강령, 자동차 기반 구조물, 스마트폰 운영체제 등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참여자 집단 연결하는 비즈니스 혁신의 장
2000년대 들어 기업 비즈니스 모델은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았다. 수직적 통합을 추구하는 가치사슬(파이프라인) 모델은 수확체감의 법칙이란 태생적 한계에 직면했다. 이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이 부상했다. 플랫폼 모델로 무장한 테크 기업들은 스타트업으로 출발해 폭풍 성장에 성공한다. 이들은 디지털 신세계를 만들고 경쟁에서 이겨 승자독식을 달성한다. 거대 플랫폼(빅테크)은 스마트폰 운영체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전자상거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검색엔진 시장을 석권했다. 빅테크는 전통산업을 와해시키는 파괴적 혁신으로 디지털 대전환을 주도한다.
빅테크는 산업영토 확장 경쟁에서 가공할 힘을 발휘한다. 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의 머리글자를 딴 이른바 FAANG은 빅테크의 선두주자들이다. 이와 함께 우버, 에어비앤비 등 공유경제 기업이 성공신화를 쓴다. 특히 FAANG은 기업가치가 가장 큰 기업으로 급성장했다. 1조8,864억 달러로 세계 7위인 이탈리아 국내총생산(GDP)조차 일부 빅테크 시가총액에 뒤진다. 애플은 세계 최초로 시가총액 2조 달러를 돌파했고 마이크로소프트도 시가총액 2조 달러 클럽에 합류했다. 한국의 네이버와 카카오는 검색과 SNS에서 플랫폼 비즈니스 양강구도를 구축했다. 쿠팡과 배달의민족은 이커머스와 배송 분야에서 공격적인 사업전개로 맹위를 떨친다.
플랫폼은 4차 산업혁명에 최적화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언택트 소비와 스마트 생산이 대세로 자리 잡는다. 기업 경영 전반에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한다. 만물인터넷(IoE), 메타버스, 블록체인, 양자컴퓨팅 등 신기술이 공진화(coevolution)한다. 디지털 플랫폼은 온라인유통, 서비스거래, SNS, 구독서비스, 자산공유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한다. 특히 빅테크는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빅데이터 분야를 이끌며 4차 산업혁명의 전방위적 확산에 앞장서는 주역으로 부상했다. 모든 기기에 AI가 탑재되고 클라우드를 통해 모든 상품을 서비스(XaaS)함으로써 소비자 경험(UX)을 확장한다.
플랫폼은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서로 만나지 못하던 참여자 집단이 필요에 따라 쉽게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비즈니스 혁신의 장이다. 플랫폼은 참여자들이 신제품과 서비스를 새로운 방식으로 교환하게 돕는 시장조성자다. 또한 플랫폼은 복수의 참여자 집단 간 상호작용을 활성화하는 다면시장 구조를 갖는다. 다면적 시장역학을 활성화하는 플랫폼은 참여자 사이의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고 거래비용을 경감시키며 거래상대방 위험을 완화한다. 동시에 직거래 방식의 탈중개화와 분리된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재중개화 현상이 플랫폼 간 경쟁을 촉진한다.
2014년 프랑스의 장 티롤 툴루즈 제1대학 교수가 양면시장의 비대칭적 가격결정 구조에 관한 연구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이래 경제학과 경영학, 산업공학, 미디어학, 법학, 사회학 등 여러 분야에서 연구가 활발히 전개됐고 플랫폼에 대한 학제 간 연구성과가 축적돼 왔다.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세상을 연결하는 플랫폼은 세 가지 특성을 갖는다. 첫째, 개방형 응용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기술로 개발자와 생산자 등 참여자 집단을 연결하는 상호연결성(interconnectivity)이 증대된다. 둘째, 플랫폼에 참여하는 주체와 협력자들의 기능적 연결 관계는 상호보완성(mutual complementarity)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키운다. 셋째, 플랫폼은 참여자, 콘텐츠, 네트워크, 디바이스 간 유기적인 연결에 의해 확장성과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을 활성화한다.
플랫폼 기업은 서로 만날 수 없는 소비자와 공급자를 연결해 핵심가치를 창조하고 참여자에게 성과를 보상한다. 또한 플랫폼 기업은 실물자산 보유를 최소화하면서 한계비용이 제로에 가까운 무형자산(정보재)을 키워 경쟁우위의 무기로 삼는다. 플랫폼 기업 수익 모델은 제조업체의 그것과 크게 다르다. 플랫폼 수익원은 중개 수수료, 서비스와 지식자산 사용료, 커뮤니티 가입비, 직간접 광고 노출에 대한 광고료 등 다양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플랫폼 기업 수는 2020년 기준 678개로 이들 기업의 매출액은 총 126조 원에 달한다. 매출액 구성비는 수수료가 52.7%로 가장 많고, 서비스 사용료(17.2%), 상품판매(8.8%), 정기 구독료(7.6%), 광고료(7.3%), 가입비(3.3%) 순이다.
플랫폼의 특유한 성장성은 네트워크 효과에서 생겨난다. 네트워크 효과에는 두 가지가 있다. 우선 한 면의 참여자 집단에서 개별 참여자가 늘어날수록 다른 참여자의 효용이 증대돼 많은 참여자를 끌어들이는 직접 네트워크 효과가 있다. 그리고 한 면의 참여자 집단은 다른 면의 집단 규모가 커질수록 더 큰 효용을 얻는다. 그래서 한 면의 참여자 증가가 다른 면의 참여자 증가를 낳는데, 이를 간접 네트워크 효과라고 한다.
플랫폼이 직간접 네트워크 효과를 키우려면 참여자에 대해 진입장벽을 낮추고 유인책을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중독 현상과 같은 잠금효과로 참여자 이탈이 억제된다. 아울러 공급자와 소비자 간 사이드 전환(side switching)이 원활하면 네트워크 효과가 증폭된다. 양면시장에서 플랫폼은 한 면에 대해서는 낮은 가격(subsidy)을 적용하고, 다른 면에 대해서는 높은 가격(money)을 부과하는 교차보조를 시행해 네트워크 효과를 끌어올린다. 양면 참여자를 키운 플랫폼은 성장의 임계점을 넘어 수익화에 나선다. 플랫폼의 독점력은 데이터에서 생긴다. 플랫폼이 축적·가공·분석하는 빅데이터는 고객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비밀병기가 된다.

빅테크, 탐욕의 상징에서 상생의 기업으로 변신해야 할 시대적 요구에 직면
플랫폼 기업은 선순환하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안정적인 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 플랫폼화는 플랫폼 생태계를 창조하는 일이다. 플랫폼 생태계에서는 혁신의 중심이 기업 내부에서 외부 협력기업으로 구성된 거대한 네트워크로 옮겨진다. 플랫폼은 다른 기업을 흡수하는 전략으로 사업을 다각화한다. 성공적인 플랫폼은 규칙을 마련하고 공정한 운영원칙을 확립하며 상호협력을 촉진하도록 통제력을 발휘한다. 이때 개방적이고 유연한 지배구조가 요망된다.
최근 빅테크가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각종 폐해를 키우자 사회·정치적으로 비난이 드세다. 나라마다 플랫폼 규제를 강화한다. ‘빅테크 해체론’, ‘거대함의 저주’를 극복하고 혁신의 주역으로 성공하는 플랫폼이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선(善)이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공정경쟁에 앞장서는 착한 기업만이 고객과 사회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빅테크는 이제 ‘탐욕의 상징’에서 상생의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변신해야 하는 시대적 요구에 직면했다. 단기적인 이익극대화보다는 장기적이고 생태계 참여자 전체가 창조하는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관점을 전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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