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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규율 강화하는 미국과 EU
강지원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2021년 11월호


플랫폼 비즈니스의 발전과 코로나19의 대확산은 빠르게 진행 중이던 디지털경제로의 소비 이동 현상을 더욱 가속화시켰다. 단순히 온라인 공간에서 입점업체와 소비자를 연결해 주는 가교 역할을 넘어, 검색 알고리즘을 통해 상품·서비스의 노출순위를 결정할 수 있는 플랫폼 사업자의 권한은 거래관계에서 우월적 지위를 행사할 수 있는 힘의 원천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지위를 지렛대로 삼아 플랫폼 사업자가 벌이는 불공정행위를 효과적으로 규율하기 위한 보완 법제를 마련하는 일은 우리나라를 넘어 미국과 EU에서도 단연 중요한 정책 화두가 되고 있다. 미국과 EU에서 진행되고 있는 플랫폼 규제 입법동향을 통해 우리나라 ‘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 정부안) 제정 논의에 참고할 시사점을 살펴보도록 한다.

미국, 플랫폼 불공정행위의 유인을 차단하는 강력한 빅테크 사전규제안 마련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등 이른바 ‘GAFA’로 칭해지는 글로벌 거대 플랫폼 사업자(빅테크)의 ‘종주국’인 미국은, 아이러니하게도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강력한 빅테크 규제 입법을 추진 중이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4개월 남짓 경과한 2021년 6월 발의된 ‘플랫폼 반독점 패키지 5대 법안’은 연방 하원에서 소관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Judiciary Committee)를 그달 내에 신속히 통과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어서 소수 빅테크의 독점화 폐해를 주창해 온 미국 경쟁법 학계의 신진 스타 리나 칸 컬럼비아대 로스쿨 교수가 30대 초반의 나이에 경쟁당국인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으로 전격 취임하면서, 이제 미국의 규제 칼날은 자국 빅테크를 정조준하고 있다.
입법 논의 초기부터 빅테크를 표적으로 명시한 ‘플랫폼 반독점 패키지 5대 법안’은 이용자 수 기준과 금액(매출액 또는 시가총액) 기준 두 가지를 충족시켜 FTC 또는 연방 법무부(DOJ)가 지정·공표한 ‘지정 플랫폼(covered platform)’을 규제 대상으로 한다. 패키지에 포함된 법안들은 플랫폼 사업자가 디지털경제에서 심판(노출순위 결정)과 선수(플랫폼 이용업체와 상품·서비스 판매 경쟁) 지위를 겸하는 데서 오는 이해상충(conflict of interest)을 폐해의 근원으로 전제하고, 사업확장 제한 등의 사전규제와 이해상충의 소지가 있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는 사후규제 등 전례 없이 강한 규제안을 담고 있다.
향후 하원 본회의 통과 및 최종 입법 과정에서 가장 첨예한 논란이 예상되는 법안은, 빅테크의 사업확장에 정면으로 제동을 거는 2개 법안이다. ‘플랫폼 독점 종식법(Ending Platform Monopolies Act)’은 플랫폼서비스 운영과 상품·서비스 제공을 분리하도록 해 검색·노출 순위에서 자사 서비스를 우대(self­preferencing)할 유인 자체를 봉쇄하는 법안이다. ‘플랫폼 경쟁과 기회법(Platform Competition and Opportunity Act)’은 빅테크의 잠재적 경쟁자를 인수하거나 플랫폼 경쟁력의 핵심인 데이터 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인수합병을 경쟁제한적인 기업결합으로 추정해 빅테크 스스로 경쟁제한성 없음을 증명하도록 하고 있다.
그 외에도 ‘온라인 선택과 혁신법(American Choice and Innovation Online Act)’은 자사우대, 데이터 독점, 플랫폼 이용사업자에 대한 가격책정 개입 등의 불공정행위를 사후규제하는 내용이다. 플랫폼을 통해 생성된 거래정보를 빅테크가 독점하지 않고 경쟁 플랫폼과 이용사업자들에 접근권을 보장해 정보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에 의한 진입장벽을 완화하는 ‘데이터 이동·호환 보장법(Augmenting Compatibility and Competition by Enabling Service Switching Act)’ 역시 의미 있는 법안으로 평가된다.

빅테크와 일반 플랫폼 사업자 간 규제 이원화 추구하는 EU 
EU는 최근 구글의 자사우대, 앱 선탑재, 배타적거래 요구 등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에 대한 적극적인 경쟁법 집행과 함께, 세계 최초로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업체 간 P2B(Platform­to­Business) 거래에서 발생될 수 있는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율하기 위한 ‘온라인플랫폼 공정성 및 투명성 규칙(P2B Regulation)’을 2020년 7월부터 시행하는 등 플랫폼 규제의 선도국이라 할 수 있다. P2B 규칙은 우리나라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과 마찬가지로, 상세하고 광범위한 계약서(서비스 이용약관) 필수 기재사항 적시에 의한 거래관계의 투명성 제고 및 플랫폼서비스 제한·중지·해지 시 사전통지 의무화를 통한 절차적 공정성 확보, 역동적인 플랫폼산업의 특성을 반영한 신속하고 유연한 분쟁해결절차 마련 등의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한편 EU의 플랫폼 규율체계는 빅테크와 일반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율강도를 달리하는 이원화를 추구한다. 일반 플랫폼 사업자에 대해서는 거래투명성 개선을 통한 낮은 수준의 사전규제인 P2B 규칙만 적용하고, 빅테크에 대해서는 한층 강도 높은 ‘디지털 시장법(DMA)’을 추가로 적용하는 방안이다. 현재 입법 추진 중인 DMA는 미국 패키지 법안과 마찬가지로 자사우대, 인앱 결제, 데이터 독점 등 플랫폼산업에서 문제되는 행위들을 폭넓게 규율한다. 다만 자사우대, 플랫폼 거래 데이터의 활용 등에 대해서는 해당 행위가 디지털경제에 미치는 효과를 고려해 보다 신중히 위법 여부를 판단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미국보다 일부 완화된 규제안으로 평가된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의 플랫폼 규제 입법 논의는 미국이나 EU DMA 같은 강력한 빅테크 규제안보다는 거래상 우월적 지위의 남용을 막기 위한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을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이는 디지털경제에서 GAFA 수준의 글로벌 국가대표기업(national champion)이 아직 없는 우리 현실상 혁신성장 지원론과 규제 시기상조론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데서도 기인한다.
그럼에도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안이 미국·EU의 규제안에 비해 플랫폼산업 고유의 불공정행위를 규율하는 내용(데이터 독점, 플랫폼 내 차별대우 등)을 계약서 필수 기재사항(사전규제)이나 금지행위(사후규제) 어디에서도 충분히 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경청할 필요가 있다. 당초 입법예고안에서 EU P2B 규칙을 참고해 반영된 플랫폼산업 고유의 계약서 기재항목들은 국회에 최종 제출된 정부안에서 대폭 삭제됐고, 금지행위는 「공정거래법」상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와 대부분 동일한 유형으로 구성돼 있다. 금지행위의 경우 기존 「공정거래법」으로도 충분히 규율 가능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2013년 남양유업 사태 이후 급히 추진된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기존 법률들과 유의미한 차별성을 갖추지 못해 ‘입법을 위한 입법’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던 선례는 플랫폼 규제 입법 논의에서도 참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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