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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플랫폼 노동자의 ‘근로자성’ 인정하는 노력 필요
권오성 성신여대 법과대학 교수 2021년 11월호


최근 온라인 기기를 활용해 그때그때의 노동수요에 따라 초단기적으로 노동력을 활용하는 온라인플랫폼 사업 모델이 급속하게 확산됐고, 온라인플랫폼에서 일감을 구해 일하는 사람(이하 편의상 ‘플랫폼 종사자’라고 한다)의 규모도 급속하게 증가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플랫폼 종사자 수는 좁게는 약 22만 명에서 넓게는 179만 명(취업자의 7.4%)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동시에 플랫폼 종사자의 취약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는데, 플랫폼 종사자의 삶을 들여다보면 최저임금이나 근로시간의 제한 등 가장 기본적인 노동법의 보호에서 부당하게 배제돼 전통적인 근로자보다 더 취약한 상황으로 내몰리는 경우가 빈번하다. 

노동자와 독립계약자의 경계 모호해 기업이 부담할 비용을 플랫폼 종사자에 전가
온라인플랫폼은 종종 시장과 위계의 중간에 있는 혼성조직 형태라는 말로 설명된다. 경제학에서는 전통적으로 경제활동을 조정하는 두 개의 메커니즘으로 기업과 시장을 상정했으나, 오늘날 온라인플랫폼의 부상은 이러한 오래된 가정에 도전한다. 디지털 데이터와 매칭 알고리즘으로 작동되는 온라인플랫폼은 기본적으로 시장의 양편에 있는 행위자들을 중개하는 성격을 갖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플랫폼 기업은 단순한 중개의 역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알고리즘을 통해 일감의 분배를 제어하고 플랫폼 종사자의 업무수행을 통제하고 있다. 즉 시장이 아니라 위계적 기업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플랫폼 기업은 플랫폼 노동자에게 통제력을 직접 행사하기보다는 플랫폼 종사자에게 업무 수행 여부를 선택하게 하고, 구체적인 지시명령이 아니라 플랫폼이 제공한 매뉴얼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며, 고객에게 업무수행 결과를 평가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노동력을 활용한다. 이를 통해 종래 임노동의 방식으로 수행되던 업무는 독립노동의 모습을 띠게 되며, 그 결과 노동자와 독립계약자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모호성이 플랫폼 종사자에게는 노동법의 보호를 상실시키는 ‘위협’으로 작용하는 반면 플랫폼 기업에는 노동법상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노동법상 책임을 회피하는 데 성공한 플랫폼 기업은 마땅히 스스로 부담했어야 하는 비용을 플랫폼 종사자에게 전가한다. 이를 통해 비용을 줄인 플랫폼 기업이 노동법상 책임을 다하고 있는 다른 기업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한다. 결국 다른 기업들도 경쟁에서 불리해지지 않으려고 노동법상 책임의 회피를 위한 다양한 방책을 궁리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근로자 계층은 점점 더 그 수가 적어지는 반면 플랫폼 종사자의 수는 증가할 것이다. 이는 장기적으로는 중산층 감소와 소득 불평등의 심화를 불러올 것이고, 종국에는 사회적 연대를 느슨하게 해 복지국가의 위기를 불러올 것이다.
최근 각국의 최고법원은 플랫폼 기업의 노동법 회피 시도에 대응해 우버 드라이버나 음식배달 라이더 등 플랫폼 종사자의 ‘근로자성’을 긍정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먼저, 프랑스에서는 ‘테이크 잇 이지(Take Eat Easy)’라는 음식배달 플랫폼의 배달원으로 일하기 위해 자영업자로 등록하고 용역계약을 체결한 배달원의 근로자성이 다퉈진 사건이 있었다. 프랑스 파기원(Cour de cassation)은 테이크 잇 이지가 배달원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총이동거리를 산정할 수 있는 위치파악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그 역할이 음식점과 고객 및 배달원을 중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던 점, 배달을 지연하거나 거부한 배달원은 보너스를 지급받지 못하는 등 테이크 잇 이지가 배달원에게 사실상 징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 등으로부터 종속관계의 특징을 나타내는 노무이행에 대한 지시 및 감독권의 존재가 인정된다고 보고 배달원의 근로자성을 긍정했다.
영국에서도 우버의 드라이버들이 우버가 최저임금법상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점 등이 다퉈진 사건에서 비슷한 판결이 나왔다. 영국 대법원(Supreme Court of the United Kingdom)은 드라이버에게 지급되는 보수가 우버에 의해 결정된 점, 서비스 수행계약의 조건을 우버가 정하고 드라이버는 표준적인 형태의 서면 약정을 수용하도록 요구받았다는 점, 드라이버는 승객의 운송 요구 승낙 여부에 대한 선택을 제한받았다는 점, 우버가 드라이버의 서비스 수행 방법에 대해 상당한 정도로 통제를 가했다는 점, 승객과 드라이버의 소통이 제한됐다는 점 등을 종합해 드라이버가 우버의 노동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 외에도 스페인 대법원(Tribunal Supremo)은 음식배달 플랫폼 기업 글로보(Glovo)의 배달 라이더가 임금노동자라고 판결했고, 이에 스페인 정부는 이 판결을 반영해 배달 플랫폼 노동자를 임금노동자로 추정하는 조항을 도입한 「라이더법(Ley Rider)」을 입법했다. 「라이더법」은 의회의 추인을 얻어 지난 5월 12일 시행됐다. 한편 지난해 독일 연방노동법원(Bundesarbeitsgericht)도 크라우드 노동자(crowdworker)의 근로자성을 긍정하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했다.

플랫폼 노동자의 근로자성 판단에 관한 증명책임의 전환 고려해야
노동법의 보호 대상에 관한 전통적인 인식은 기업의 통제 아래서 일하는 사람만이 노동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플랫폼경제가 불러온 근로자와 자영업자 사이의 모호성으로 인해, 이러한 전통적인 인식을 계속 고집하는 경우에는 사실상 근로자보다 취약한 지위에 있는 다수의 플랫폼 종사자를 법의 바깥에 두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따라서 그 일하는 방식이 어떠한가를 묻지 않고 다른 사람을 위해 일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법적 보호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근로자와 ‘근로자로 평가받지 못하는 일하는 사람’ 사이의 법적 보호의 격차를 줄여나가야 한다.
동시에 당연히 근로자로 봐야 마땅한 플랫폼 종사자가 근로자가 아니라고 부당하게 판단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를 교정하기 위한 유용한 방법으로 근로자성 판단에 관한 증명책임의 전환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는 일하는 사람의 규범적 기본값을 ‘근로자’라고 추정하고, 이러한 추정을 깨뜨리고 싶은 당사자에게 반증의 증명책임을 부담토록 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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