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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플랫폼 규제, 잘못은 지적하되 경제성에 입각한 합리적 판단 필요
유병준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2021년 11월호


정보기술의 발전과 함께 줄어든 정보 획득 비용과 많아진 정보의 효익으로 수익성을 갖게 된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은 플랫폼 기업을 등장시켰다. 이를 기반으로 세계 시가총액 기준 10위 기업 조사에 플랫폼 기업이 언제나 6~7개씩 포함될 정도로 플랫폼 기업들은 세계 비즈니스를 석권하고 있다. 
‘GAFAM’이라 불리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마이크로소프트로 대표되는 미국의 실리콘밸리 기업들과 ‘BAT’로 불리는 중국의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의 시가총액을 보면, 미국 기업의 경우 2천조 원, 중국 기업은 1천조 원을 향해 가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네이버와 카카오를 비롯한 한국의 플랫폼 기업들은 국내에서는 대기업 반열에 들어가고 있지만 시가총액은 60조 원 수준이다. 한국의 대표 선수로 세계의 유수 플랫폼들과 싸우기에도 힘이 벅찬 기업들에 규제가 또 다른 부담이 되지는 않을지 다소 우려된다.

국민 전체의 사회적 후생 고려하고 특정 집단 이익 보호 재고해야
물론 플랫폼 기업들도 국민들의 부정적 시선을 받을 빌미를 제공할 잘못을 하지 말고, 잘못이 있으면 빠르게 시정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과거에 있었던 온라인 광고상 자사  관련 기업에 상위 위치를 주는 알고리즘 하드코딩 문제, 오픈마켓 납품 기업 불공정 문제, 기업 내부 갑질 방관, 소비자 권리에 대한 적절한 대응 부족 등에 신속한 시정이 필요할 것이다. 고무적인 것은 젊은 인터넷 기업들이 빨리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잡아 왔고, 기존 대기업들보다는 시정된 내용을 계속해서 잘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젊은 인터넷 기업들은 계속 지적해 주고 지켜봐 준다면 잘 시정하고 발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잘못된 것은 지적하되 모든 것이 도매금으로 슬그머니 넘어가지 않도록 산업별, 경제성에 입각한 합리적 판단도 필요하다. 골목상권 이슈에 대해 꽃 배달, 택시 유료 호출, 고비용의 카카오 택시 멤버십 등 시정해야 할 부분에 대한 지적은 타당하다. 그러나 카카오의 스크린골프 사업 철수의 경우 오히려 기존 스크린골프시장 1위 사업자인 골프존의 독점이 더 심화될 우려가 있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독점에 의한 가격 인상의 피해를 볼 부분이 있다. 따라서 산업별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무턱대고 전체 분위기에 의해 도매금으로 철수하도록 하는 것은 사회적 후생(social welfare) 극대화 관점에서 판단해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콜택시산업의 경우 카카오가 기사 수수료를 안 받거나 적게 받는 부분까지 공정경쟁이라는 이유로 기존 콜택시 회사에서 반발하고 있는데, 이것은 특정 집단을 제외하고 국민의 소비자 잉여와 사회적 후생을 줄일 수 있는 부분이다. 어디까지가 보호이고 어디까지가 사회적 후생의 희생인지를 전체적 입장에서 생각해야 할 것이다. 기존 사업이 무작정 특정 집단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적·국민적 효익을 희생하는 것으로, 이런 점은 분명히 정리하고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전문가 플랫폼의 영업 규제 문제에서도 기업 간 경쟁을 막고, 특히 소비자가 좋은 서비스를 받을 권리는 고려되지 않고 기존에 비즈니스를 영위하던 집단의 극단적 저항에 의해서만 결정이 되는 부분은 해결돼야 할 문제다. 법률 플랫폼 로톡의 경우, 변호사 전체도 아니고 이미 자리를 잡은 시니어급 변호사들이 전문가 플랫폼의 도입을 반대하고 있고, 새로 서비스시장에 진입한 변호사들은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고객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잃고 있다. 로톡을 규제하는 움직임은 변호사 전체의 의견이 아니며, 내부의 상대적 약자의 권리뿐 아니라 싸고 좋은 서비스를 받을 국민의 권리도 간과하는 것이다. 새로운 좋은 서비스가 나올 수 있는데도 정치적 논리로 인해 개선되지 않는 부분은 이제 분명히 시정돼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민간의 수익성과 사회적 공기(公器) 기능에 대한 조화로운 입장 필요
플랫폼에 대한 시각도 보다 합리적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고급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을 어렵게 구해 고가의 인건비를 쓰고 있는 플랫폼 기업의 서비스가 마치 대동강 물 퍼서 파는 봉이 김선달로 인식되는 것, 배달의민족이 수년간 적자를 기록했을 때는 아무 얘기 없다가 흑자전환 하자마자 수수료가 높다고 지적하는 것 등은 문제가 있다. 국내 플랫폼 기업들이 해외에 나가서 세계적 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기고 한국에 부를 가져오게 해줌으로써 발생할 효익을 고려해야 한다. 한국이 앞으로 어떤 산업을 집중 육성해야 할 것인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고성장성을 가지면서 노동집중형 산업인 소프트웨어산업은 현재 한국 정부와 경제가 집중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인 일자리, 그것도 고급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주는 조건을 갖췄다. 
민간 기업이긴 하지만 네이버의 포털과 카카오의 카카오톡이 국민의 공기(公器)라는 인식과 의무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에서도 구글, 아마존의 공정거래 문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이 부분은 구글의 인앱 결제 문제, 아마존의 골목상권 침해 등에서 효율을 넘어 탐욕 수준까지 가는 것은 아닌지, 구글이 당초의 멋진 비전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를 상실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최근 국회 청문회에서 카카오 김범수 의장이 국민들에게 사랑받던 초기 카카오의 모습을 찾겠다고 했다. 그 혁신성과 세상을 바꾸는 모습을 성숙된 환경에서 어떻게 추구할지 지켜보고 격려하고 싶은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