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미국경제는 매우 빠른 속도로 회복됐다. 2022년에도 경기 확장세가 이어질 것이나, 자산가격 거품 붕괴 가능성과 대내외 불균형 확대 등 하방 리스크도 많다.
2020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미국경제는 마이너스 3.4% 성장했다. 그러나 2021년 11월 블룸버그 컨센서스에 따르면 2021년에는 5.7%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경제가 ‘V자형’ 회복을 보인 것은 정책당국의 적극적 통화 및 재정 정책에 기인했다.
2020년 3월 코로나19로 경제가 급격하게 위축되자 미 연준은 연방기금금리를 0%로 인하하고 3~6월 사이에 연준 자산이 거의 3조 달러 증가할 정도로 통화공급을 대폭 늘렸다. 이후에도 계속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고 있다. 재정정책도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전례가 없을 정도로 과감했다. 미국 정부는 2020년 4차례에 걸쳐 GDP의 약 17%에 해당하는 3조6천억 달러의 경기부양책을 내놨다. 2021년 3월에도 고소득층을 제외한 전 국민에게 1,400달러를 지불하는 등 1조9천억 달러를 추가 지출했다.
그 결과 실제와 잠재 GDP 차이인 GDP갭률이 2020년 2분기 10.8%에서 2021년 3분기에는 1.7%로 크게 축소됐다. 고용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20년 3~4월에 비농업 부문에서 일자리가 2,236만 개 줄었으나, 그 이후 2021년 10월까지 1,816만 개 늘었다.
2022년에도 미국경제의 회복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미국 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70%로 매우 높다. 소비지출 내용을 보면 서비스 부문이 65%를 차지하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는 동안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2%인 내구재 소비가 크게 늘었는데, 2021년 4월까지 코로나19 직전보다 39%나 증가했다. 그러나 서비스 소비지출은 2021년 6월에야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복귀했다. ‘위드 코로나’로 전환돼 외식, 여행 등 서비스 지출이 지속적으로 늘면서 2022년에도 소비가 경제성장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다가 그린 뉴딜 관련 투자도 증가할 전망이다. 블룸버그 컨센서스에 따르면 2022년 경제성장률은 4%로 전망된다.
인플레이션 등에 따른 금리인상으로
자산가격 경착륙해 소비심리 위축될 수도
그러나 미국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넘어야 할 장애물도 많다. 우선 인플레이션이다. 수요가 회복되고 실제 GDP가 잠재 수준에 접근하면서 수요 측면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나타나고 있다. 공급 측면에서도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원자재나 중간재 공급의 병목 현상이 나타나면서 물가상승률이 높아지고 있다. 2021년 10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에 비해 6.2%나 상승했다. 1990년 11월(6.3%) 이후 30년 만에 최고치다.
수요와 공급을 고려하면 당분간 물가상승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연준은 2021년 11월에 개최됐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테이퍼링을 하기로 결정했다. 연준이 매월 1,200억 달러의 국채와 모기지채권을 시장에서 매입했는데, 그 규모를 1,050억 달러로 줄인 것이다. 물가상승세가 지속되면 연준이 양적 완화를 조기에 끝내고 금리도 2022년에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금리 인상 시 자산가격이 연착륙할 수 있는가에 있다. ‘모든 자산가격에 거품이 발생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미국의 자산가격이 높은 수준에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명목 금리는 실질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의 합인 명목 경제성장률과 거의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실제로 1990년에서 2020년까지 31년 동안 명목 금리를 대표하는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이 연평균 4.4%로 명목 경제성장률(4.3%)과 거의 유사했다. 2021년 미 의회에서 추정하는 잠재 명목 성장률은 3.9%다. 최근 1.5% 안팎인 10년 국채수익률은 지나치게 낮다. 채권가격이 과대평가됐다는 의미다.
주식시장의 거품은 전례가 없을 정도로 부풀어져 있다. 연준의 자금순환에서 각 경제주체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모두 합한 것을 시가총액으로 정의하면, 2021년 2분기 현재 GDP 대비 시가총액 비율이 322%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0년 이후 평균인 180%보다 훨씬 높을 뿐만 아니라 정보통신혁명 거품이 있었던 2000년의 210%도 크게 웃돌고 있다. 가계의 금융자산 가운데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1년 2분기 현재 53%로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비중이 2000년 정보통신혁명 거품 붕괴 직전에는 48%, 2008년 금융위기 전에는 47%였다.
주택시장에서도 거품이 일고 있다. 케이스실러 20대 도시 주택가격이 2012년 3월을 저점으로 2021년 8월까지 101%나 상승했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상승률 19%나 개인소득증가율 49%보다 훨씬 높았다.
자산가격은 기본여건을 과대평가하거나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면 거품 영역에 있는 주가와 집값이 경착륙하면서 경제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소비심리를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
바이 아메리칸 정책에도 무역적자 확대,
확장정책에 따른 정부부채 증가도 문제
확대되고 있는 대외 불균형도 미국경제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트럼프에 이어 바이든 정부도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제조업 부흥과 공급망 확충을 통해 미국에서 상품을 생산하고 소비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2021년 1~9월 무역적자는 6,386억 달러로 이전 3년 평균(4,500억 달러)보다 42%나 증가했다.
미국 소비의 상당 부분을 수입으로 대체한 결과, 대외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 2021년 6월 말 기준 미국의 대외 순자산은 15조4,200억 달러로 2010년(2조5,100억 달러)에 비해 적자 수준이 6배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GDP대비로도 17%에서 68%로 크게 늘었다. 이 같은 대외 부문의 적자를 미국은 외국인의 포트폴리오 투자나 직접투자로 메꾸고 있다. 2021년 2분기 기준 미국의 포트폴리오 누적 적자가 10조6,900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외국인들이 상품을 만들어 미국에 수출해서 벌어들인 돈으로 미국 주식과 채권을 사준 셈이다.
대외 불균형이 확대되는 가운데 미국 정부부채도 크게 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로 경기가 침체에 빠지자 정부는 재정지출을 대폭 늘렸다. 그 결과 2007년 연방정부의 부채가 20조4,927억 달러에서 2021년 2분기에는 28조5,294억 달러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GDP 대비로도 62.7%에서 125.5%로 늘었다. 미국의 대내외 불균형이 확대되고 있다는 의미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금보다 대내외 불균형이 훨씬 덜한 상태였는데도 2011년 8월 미국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내린 적이 있었다. 피치(Fitch)는 최근 부채한도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을 경우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내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이 충격 없이 어떻게 자산가격 거품과 대내외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는지를 지켜봐야 할 2022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