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경제는 2020년 6.5%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선진 경제권 중 코로나19로 가장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2021년에는 다른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2022년에도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OECD는 지난 9월 전망에서 2021년과 2022년 유로존의 경제성장률을 각각 5.3%와 4.6%로 예상했다. EU 집행위가 지난 11월 11일에 발표한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OECD에 비해 다소 낮아졌다. 글로벌 공급 경색의 영향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EU 집행위는 EU와 유로존이 모두 2021년과 2022년 각각 5.0%와 4.3%, 영국은 6.9%와 4.8%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글에서는 최근 유럽경제 현황을 살펴보고 EU 집행위의 최근 전망치를 기반으로 2022년 유럽경제를 전망해 보고자 한다.
먼저 2021년 유럽경제가 팬데믹의 충격에서 빠르게 벗어나게 된 것은 내수회복의 힘이 크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는 것에 발맞춰 다수 국가가 2분기부터 방역조치를 과감하게 완화하면서 내수가 살아났다. 노동시장 여건이 개선되면서 소비심리가 회복됐으며 투자도 우호적인 금융여건과 수요 증가 예측으로 호전됐다. EU의 실업률은 2분기 들어 전기에 비해 0.3%p 떨어졌으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U 집행위는 EU 전체의 실업률이 2021년과 2022년 각각 7.1%와 6.7%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경제는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 중…
프랑스·이탈리아 등이 회복 견인
유럽의 경기회복에는 EU 차원의 대규모 지원정책도 한몫할 것으로 보인다. EU에서는 코로나19 재난 극복과 디지털 전환 및 기후변화에 대비한 투자에 활용할 목적으로 7,238억 유로에 달하는 재난복구기금(Recovery and Resilience Facility)이 지난 2월 공식 출범했다. EU 집행위가 채권 발행 등을 통해 조성된 자금을 2026년까지 각국 사정에 따라 대출 또는 보조금 형태로 지원하게 된다. 지난 6월 포르투갈에 166억 유로가 지원됐는데, 향후 순차적으로 다른 나라에도 지원될 계획이다.
그러나 2021년 하반기 들어 수요의 급속한 증가에 공급 여건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경기 확장세가 다소 제약을 받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물류비용 상승, 차량용 반도체 부족,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글로벌 차원에서 나타나고 있는 공급 측면의 문제에서 유럽이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 미국과 비할 정도는 아니지만 일부 부문에서는 노동력 부족 현상도 관찰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수요 측면의 증가세가 강한 모습을 보이면서 올해 성장률은 여전히 높게 예측되고 있다. 공급 측면의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호전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유럽경제는 2022년에도 상당히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방역조치 완화가 내수에 미치는 모멘텀이 다소 약화되면서 내년에는 올해보다는 다소 낮은 수준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수요 확대와 공급 축소가 결합돼 나타나면서 유럽에서도 다른 지역과 유사하게 물가상승률이 높았다. 유럽은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디플레이션을 걱정하던 곳이었으나 올해부터는 상당히 높은 물가상승을 경험하고 있다. 유로존은 2020년 4분기 전년 동기 대비 0.3%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했으나, 2021년 3분기에는 2.8%를 기록했으며 연간으로는 2.4% 수준일 것으로 예측된다. 공급 경색이 완화된다는 가정하에 2022년에는 2.2%로 다소 낮아질 전망이다.
예상보다 빠른 경기회복에 힘입어 재정수지 적자도 연초 예상보다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EU 전체의 GDP 대비 재정수지 적자는 2020년 6.9%를 기록한 후 2021년에는 대규모 경기부양에도 불구하고 6.6%로 낮아지고, 2022년에는 3.6%로 대폭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의 유로존 경기회복을 견인하고 있는 곳은 프랑스, 이탈리아 등 2020년 팬데믹의 영향을 크게 받았던 나라들이다. 2021년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성장률은 기저효과 및 방역조치 완화에 힘입어 각각 유로존 평균 성장률을 상회하는 6.5%와 6.2%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국가는 내년에는 각각 3.8%와 4.3%로 전체 유로존 성장률과 비슷한 수준을 보일 것이다.
스페인은 강화된 방역조치를 2021년 상반기에도 유지해 회복이 늦었으나 방역조치가 완화된 하반기와 2022년에는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빠른 경기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2021년 성장률은 유로존 평균을 하회하겠지만 2022년에는 5.5%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의 2021년 성장률은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2.7%지만, 2022년에는 4.6%의 견조한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독일이 올해 상대적으로 낮은 성장세를 보이는 것은 2020년 EU 주요국에 비해 침체의 폭이 작아 기저효과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던 데다가 제조업 중심의 경제구조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 차질의 충격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영향이 완화되는 2022년에는 유로존 평균을 상회하는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EU에서 탈퇴한 영국의 경우 2020년 9.8% 성장률을 기록할 정도로 큰 피해를 경험했으나, 2분기 이후 방역조치 완화에 따른 소비 진작에 힘입어 2021년에는 6.9%, 2022년에는 4.8%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예측된다.
글로벌 공급망 문제 장기화되면
독일 등 제조업 비중 높은 국가 큰 타격
올해 경기회복세의 일등공신이 방역조치 완화라는 점을 감안할 때,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돼 방역조치가 강화된다면 유럽경제도 다시 내리막길을 걷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11월 들어 다수 유럽 국가에서 나타나고 있는 확진자 급증 사태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한편 글로벌 공급 경색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무엇보다도 독일과 같이 제조업 비중이 높은 나라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더 클 것이다. 2022년 유럽경제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이 우세하지만 궁극적으로 그 성패는 하방위험이 어떻게 전개될지, 그리고 그러한 위험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