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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대전환의 시대, 탈탄소경제 향한 초개척이 필요하다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장 2022년 01월호


우리 경제의 지난 걸음을 되돌아보면, 불확실하고 어려운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도 빠르고 강한 회복세를 보여 왔다. 지난해 말 발표된 「KDI 경제전망」에 따르면, 2020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과 사회적 거리 두기로 경제활동이 위축됐지만 2021년은 수출과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4%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그리고 올해는 3%의 경제성장을 달성해 코로나19 이전과 비슷한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회복세는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볼 때 매우 빠르고 견실한 모습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글로벌 경제질서 재편 촉발하고
디지털·에너지 전환 가속화시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글로벌 경제질서가 새롭게 달라지고 있다. 코로나19 위기 대응과 경제회복을 위한 정부지출 증가로 미국과 EU 등 선진국에서는 ‘큰 정부’가 부활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신자유주의 시대를 풍미했던 세계화의 물결은 뚜렷이 퇴조하고 있다.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국가전략기술과 전략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산업정책을 부활시키고 있으며, 자유무역을 배경으로 한 글로벌 공급망이 자국과 동맹국 사이의 협력에 의존한 동맹 공급망으로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 배경은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본격화된 미중 패권경쟁이다. 지난해 2월 미국 바이든 정부는 미국 경제안보에 필수적인 반도체, 배터리, 의약품, 희토류 등 4개 핵심 전략산업의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공급망 재검토 행정명령을 발동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이는 과거 신자유주의 시대 효율성을 중시한 글로벌 공급망이 이제는 회복력(resilience)과 안정성에 중점을 두는 동맹 공급망의 시대로 달라질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새해에도 공급망에서 자국의 전략적 우위를 점하기 위한 움직임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한편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사회의 논의도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지난해 6월 G7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은 2050년까지는 탄소중립에 도달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지난 11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는 석탄발전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기후변화 적응기금을 두 배로 늘리는 ‘글래스고 기후조약’이 채택됐다. 이처럼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공조가 확대되면서 관련 글로벌 규제 역시 강화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할 때, 탄소중립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으로 부상하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디지털 비대면경제로의 전환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21세기에 들어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기술·경제 패러다임이 등장했고, 인터넷과 플랫폼 기반의 초거대 기업이 출현했다. 그리고 이런 디지털경제로의 전환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비대면 소비와 재택근무를 일상화시킴으로써 우리의 생활방식까지 바꿔놓고 있다. 
이러한 대내외 환경 변화는 2022년 우리 경제가 대응해야 할 어려운 과제들을 던져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재편 과정에서 우리 경제의 원자재나 중간재 공급차질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 지난해 우리는 철강, 석유, 차량용 반도체와 같은 원자재와 중간재 가격 급등 등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에 노출됐다. 그리고 요소수 사태를 경험하면서 특정 전략품목의 중간재뿐만 아니라 일반 범용 중간재까지를 포괄하는 국가적 공급망 관리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이제 공급망 관리는 수급 안정과 가격 안정을 위한 선제적 대응이 중요하며, 효율성 차원을 넘어 경제안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에너지 수급관리도 그간의 석유, 가스 등 전통 에너지 중심에서 수소, 재생에너지, 광물 등으로 전면 확대해야 할 것이다. 
한편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글로벌 에너지 전환은 우리 경제가 해결해야 할 과제이지만 동시에 기회의 창을 열어줄 수 있다. 미중 패권경쟁 시대 중국의 글로벌 공급망 이용이 미국의 견제로 제약될 경우 중국의 산업 추격 속도는 둔화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는 제조업 강국으로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미국·EU 동맹과 중국 견제 시대의 도래는 1980년대 3저 호황의 대외적 환경과 흡사하다. 1985년 플라자 합의에 따른 엔화 절상이 한국경제에 3저 호황의 기회로 작용했다는 사실은, 위기는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상기시켜 준다.

탈탄소 향한 산업 전환의 첫발 내딛는 원년, 초개척 위한
그린 인프라, 미래 신기술에 과감히 투자해야

그간 우리 경제는 반도체, 배터리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산업이 성장을 견인해 왔고, 바이오산업도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런가 하면 <오징어게임>과 <지옥>같은 K콘텐츠가 전 세계 시청자를 사로잡으며 문화강국으로도 부상하고 있다. 새해에는 여기서 더 나아가, 초격차를 넘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초개척(beyond frontier)을 이뤄내야 한다. 그간 잘해 왔던 분야를 더 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식과 기술을 융합한 새로운 접근을 통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과감하게 도전해야 한다. 
2020년 문재인 대통령이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데 이어, 2021년에는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에서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바로 이 탄소중립산업이 초개척의 영역이다. 우리 경제에서 탄소중립이란 그야말로 도전적인 과제다. 탄소중립은 그간 대한민국의 성장을 이끌었던 산업과 에너지 시스템, 발전경로를 완전히 뒤바꿔야 하는 어렵고도 험난한 과제다.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우리 경제와 기업이 떠안아야 할 부담도 크다. 하지만 탄소중립은 가지 않으면 안 되는 길이다. 우리가 탄소중립산업에서 초개척을 이뤄낸다면, 이는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산업의 새로운 기회가 열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탄소중립을 우리 경제 도약의 동력으로 삼기 위해서는 에너지 전환에 따른 공급망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새로운 기회 활용을 극대화하는 국가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그린 인프라 투자와 미래 신기술 확보로 초기 시장을 창출하고, 국내시장을 테스트베드 삼아 세계 인프라시장까지 진출해야 한다. 한때 경쟁력 상실을 우려했던 우리의 조선산업이 친환경 선박 수요로 부활하고 있다. 이와 같은 기회를 더 많이 살리기 위해 탄소중립사회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강화해야 하며, 친환경 기술에 적극적이고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 전 세계 산업 판도가 격변하면서 그간 추격자에 머무른 우리 산업이 선도자로 도약할 기회다.  
2022년은 한국경제가 탈탄소를 향한 산업 전환의 첫발을 내딛는 원년이다. 우리 경제는 대전환기 초개척으로 코로나19 완전 회복과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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