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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시공간, 생명 키워드 일깨운 코로나19… 바이오헬스경제에 역량 모을 때다
문미옥 과학기술정책연구원장 2022년 01월호


코로나19를 지나면서 전 세계가 가장 주목하는 경제 분야는 디지털과 바이오헬스다. 인간이 물리적 육체로 살아가는 가장 기본적인 틀은 시공간과 생명이다. 디지털경제는 인간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도록 돕는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바이오헬스경제는 생명을 지켜주고, 건강하게 그리고 안전하게 살기 위한 생명과학기술을 그 바탕에 둔다. 코로나19는 이 두 가지 경제 트렌드에서 어떠한 역할을 한 것일까.
코로나19는 인간이 살아가는 공간을 제약했다. 마음껏 움직여 공간을 옮겨가는 일을 더 이상 하지 못하게 됐다. 그러나 사람들은 만나지 않아도 소통하고 일할 수 있는 길을 찾아 자연스럽게 나아갔고, 이제 메타버스에까지 다다랐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부터 정보화 혁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디지털경제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폰과 같은 정보통신·제조 산업을 비롯해 인터넷과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하는 정보통신 서비스산업이 2020년 기준으로 전체 수출에서 36%를 차지할 정도로 우리나라 경제의 큰 축을 이뤘다. 이는 우리나라가 산업개발로 성장하면서 구축한 제조역량의 확장과 발전으로부터 가능한 일이었다. 
반면에 정보통신 서비스산업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새롭게 열리는 성장의 기회를 포착하고 경제적·산업적 영역을 만들어 온 측면이 있다. 새로운 산업이 성장하고 자리 잡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업의 탄생과 성장이 앞선다. 2000년대 초반 IT 벤처 붐이 일어나 현재 판교 테크노밸리를 가득 채우는 크고 작은 수많은 기업이 만들어지고 이전에 없던 신주력산업을 형성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사이버-피지컬 시스템의 결합으로 혁신이 폭발하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산업·경제·사회 전반의 스마트 융합 확대를 강조하는 가운데 코로나19로 그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이제 정보통신기술은 정보통신산업으로 독자적 영역을 구축하고 성장한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다른 경제·사회·문화 영역과 융합해 ‘신융합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디지털경제에서는 데이터가 원유고 네트워크가 고속도로며 인공지능(AI)이 자본이다. 디지털-D.N.A. 강화와 디지털융합 확대에 가속이 필요한 시점이다. 

수명 연장에서 예방·관리·치료 영역으로 
바이오헬스 기술·정책 설계를 바꿔나가야

코로나19는 인류로 하여금 ‘생명’을 다시 보게 했다. 지금까지 많은 바이오헬스기술은 질병을 치료하고 수명을 연장하는 데 많이 집중됐다. 하지만 이제는 일상생활이 모두 생명과 안전을 중심으로 재설계되고 있다. 일부 지역이나 집단에 발생하던 감염병을 넘어서 인류 모두가 그 대상이 되고 전 세계 모든 지역이 안전한 곳은 없는, 그야말로 인류공동체가 함께 겪어나가고 함께 극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나 혼자만, 우리나라만 안전하면 되는 수준이 아니어서 나를 위해서 남을 더욱더 같이 챙겨야 한다. 지금까지 바이오헬스기술 연구개발 분야에서는 W-RGB(화이트-레드·그린·블루)로, 신약·의학·농식품·해양 등 기술적 분류로 과학기술역량을 키우고 산업을 일으키려고 수십 년간 꾸준한 정책으로 연구개발과 그를 통한 인재배출을 뒷받침해 왔다. 이제 관점을 면역-위생-의료로 바꿔, 예방·관리·치료의 영역과 단계로 바이오헬스 기술 및 정책 설계를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  
바이오헬스의 경제적·산업적 성장세는 강하나, 그 비중이나 역량은 아직 미미하다. 디지털경제에서 2000년 IT 벤처 붐에서 조성된 것과 같은 경제성장의 조짐이 현재 제2의 벤처 붐이 진행되는 바이오헬스에서 나타나고 있다. 2019년 우리나라 벤처캐피털(VC) 투자는 2015년 2조 원 수준에서 2배 이상 늘어나 4조2천억 원 이상이 됐고, 그중 특히 바이오헬스가 전체 투자의 25%를 넘게 차지하며 투자 분야 중 1위를 기록했다. 
지금의 투자가 나중에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축이 되도록 디지털경제 성장 과정에서 학습한 성공 요인은 이어가고 실패 요인은 점검·보완해 단단하고 든든한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판교 테크노밸리에 꽉 들어선 디지털경제 기업들처럼 바이오헬스경제를 이끄는 선도적인 기업을 키워나가야 한다. 
여기서 우리는 디지털경제와 바이오헬스경제의 차이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디지털경제는 제조업을 포함하지만, 공장이 없는 경제가 주류를 이뤄갈 수도 있다. 그러나 바이오헬스경제는 일부 디지털 헬스케어서비스를 제외하면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다. 따라서 바이오헬스 분야 벤처캐피털 투자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 상황까지 깊이 들여다보고 이들이 새로운 제조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디지털경제와 구분되는 또 다른 점은 ‘신뢰’가 시장 진입과 성장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디지털은 사용해 보고 아니면 그만이어도 되지만, 생명을 중심으로 하는 바이오헬스는 처음부터 해로움이나 부작용이 없을 것이라는 믿음이 중요하게 작동한다. 까다롭고 깐깐하고 깔끔한 소비자가 국민이라는 한국의 거대한 ‘신뢰 브랜드’가 시장 경쟁력 구축에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 

우주산업은 통신·에너지 산업으로 연결·확장되고
자원개발로 이어져 생명산업으로 연장돼

코로나19에도 우리나라는 포스트 누리호 시대를 시작한다. 시공간 제약을 뛰어넘게 하는 것이 디지털기술이고 생명을 중심으로 한 바이오헬스기술이 모두 총화돼 인류에게 새로운 공간을 열어주는 우주시대가 우리나라에도 다가왔다. 
우리가 사는 지구에서 우주로 우리의 공간을 확장해 탐험과 개척에 나서고, 새로운 공간과 환경에서의 인간과 생명에 대한 연구와 준비를 시작한다. 러시아를 시작으로 미국 그리고 중국까지 한 국가의 과학기술 경쟁력을 내세우는 국가사업으로 추진되던 우주과학기술이 이제는 산업화되고,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우주산업은 연결과 연장이다. 발사체산업이나 위성산업에서 그치는 일이 아니다. 지구에서 일어난 거의 모든 일과 연결되고 확장되고 연장된다. 통신산업으로 연결되고, 에너지산업으로 확장되며, 자원개발로 이어지고, 생명산업으로 연장돼 갈 것이다. 심지어 영화뿐만 아니라 음악으로, 미술로 영감을 자극하며 예술문화산업으로 나아가고 있다. 누리호는 그 발걸음을 뗄 수 있다는 신호를 쏘아 올렸다. 우주경제를 끌어올릴 정책과 전략을 설계하고 준비해야 한다.
물리적으로 어떤 물체가 일정한 속도로 자신의 운동 상태를 유지하는 데에도 추가로 힘을 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주변의 마찰이나 저항으로 속도를 잃어버리게 된다. 현상 유지에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자연의 섭리다. 하물며 더 빨리 더 멀리 나아가고 방향을 바꾸는 새로운 변화를 원할 때 더 많은 힘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기술패권 경쟁과 같은 마찰은 거세지고 자국 우선주의 같은 저항도 커지고 있다. 여건과 환경을 이겨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역량을 모으고 집중해 필요한 힘을 발휘하도록 할 중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