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과 12월 전북 김제와 경북 상주에 ‘스마트팜 혁신밸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2018년 첫 삽을 뜬 지 약 3년 만이다.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우리나라 농업의 미래를 상징하는 사업이다. 많은 변화가 있겠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농업·농촌의 정책 여건도 크게 달라졌다. 특히 디지털 전환이 촉발돼 빅데이터·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기술의 적용 영역이 무한대로 확장되고 있고, 이는 농업에도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농업 관측 데이터로 작황을 예측하거나 데이터 학습을 통해 병해충 가능성을 진단하는 정밀 농업, 스마트 농업이 현장에서 구현되고 있다. 요컨대 농업인의 경험과 노동력에 의존해 왔던 농업이 데이터와 기술에 기반한 산업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탄소중립 선언 이후 산업구조의 탈탄소화가 본격화된 것도 농업에는 패러다임적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2020년 공익직불제 도입 및 시행을 계기로 그동안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고투입’ 방식의 농업에서 환경에 미치는 효과를 함께 고려하는 농업으로 정책의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코로나19 그리고 국민 인식과 가치관의 변화 등으로 농촌의 가치가 재조명되면서 귀농·귀촌 인구가 2020년부터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주목해 볼 부분이다.
스마트팜 혁신밸리 중심으로 데이터 수집·공유·활용 체계 구축
그렇지만 농업·농촌에 위기요인도 있다. 우선, 농업인의 고령화 등으로 전통적인 농업 생산기반이 약화되고 있어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코로나19와 국제정세 변화에 따른 공급망 불안 우려로 식량안보 위협이 커지는 것도 중대한 불안요인이다. 농촌의 정주환경도 귀농·귀촌을 선택하는 사람들에게 만족스럽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2022년은 문재인 정부를 마무리하고 새 정부가 들어서는 해이자 미래 농업의 패러다임 전환의 기틀을 다지는 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업·농촌의 위기요인을 선제적으로 관리해 농촌경제에 온기를 불어넣고, 농업·농촌의 디지털 전환과 탄소중립에도 박차를 가하고자 한다.
먼저, 농업인이 안심하고 농사지을 수 있도록 농가 경영 여건을 안정시켜 나간다. 고령화와 코로나19 유행 등으로 심해진 농업인력 문제 해결을 위해 ‘공공형 계절근로 시범사업’을 처음 추진하고, 인력 수요가 많은 마늘과 양파를 시작으로 밭작물 기계화를 확산할 계획이다.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 출연금을 지원해 신용보증 수요에 안정적으로 대응하고, 재해보험 제도도 개선해 재해 대비를 내실화한다. 또한 비료 가격 상승에 따른 농가 부담 완화를 위해 가격 상승분의 80%를 할인 공급한다. 공공비축용 쌀 매입량은 35만 톤에서 45만 톤으로 확대하고, 국산 밀·콩 비축을 확대하는 등 식량안보 기반도 다질 예정이다.
비료 가격 상승분 80%를 할인 공급해 농가 부담 완화···탄소배출 감축 위해 친환경농업 집적지구 20개소 육성
다음으로, 취약계층 먹거리 지원과 농촌사회 안전망을 확충한다. 농식품 바우처,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학교 과일간식 사업 등 취약계층 먹거리 지원 시범사업 수혜 대상을 확대하고, 본사업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다. 농지연금 가입 대상을 확대하고, 여성농 9천 명을 대상으로 특수건강검진을 지원하는 등 고령농·여성농 등에 대한 안전망도 강화한다.
한편, 디지털 전환 가속화에 대응해 농업 생산, 농업 관측 및 수급관리 등에서 데이터 활용을 보다 활성화·고도화하고, 농산물 유통의 디지털 전환 기반을 구축한다. 지난해 김제·상주에 이어 올해 상반기 완공되는 밀양·고흥의 혁신밸리까지 더해 빅데이터·AI 기반 서비스의 농업 현장 적용 확대를 위한 데이터 수집·공유·활용 체계를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중심으로 구축하고, 데이터 활용 농가와 관련 기업·인력의 육성을 촉진할 계획이다. 더불어 지난해의 카자흐스탄에 이어 베트남에도 ‘한국형 스마트팜 시스템’ 수출을 위한 거점을 조성해 우리의 발전된 스마트 농업기술의 수출도 지원한다.
또한 데이터를 활용해 농업 관측을 보다 정교화한다. 지금까지 축적한 관측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양한 독립변수를 발굴하고, 예측모형 경진대회를 통해 모형의 예측 역량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관측 정보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생산자가 자율적으로 수급을 조절할 수 있도록 지원해 반복되는 농축산물 수급 불안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상품과 거래가 한곳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농산물 도매거래의 오래된 원칙도 디지털 전환 시대에 맞춰 탈바꿈해 나갈 계획이다. 2020년부터 운영 중인 마늘·양파 온라인 도매거래 시범사업을 확대하고, 2023년 전국 단위 통합 온라인거래소 출범을 목표로 올해 안에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예정이다.
지난해 농업 분야는 2030년까지 2018년 탄소배출량의 약 20%를 저감하고, 2050년까지 30%를 감축하기로 했다. 농업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산업이면서, 식량안보라는 중요한 역할과 조화가 필요하다. 따라서 농업 분야 탄소중립은 정교한 이행전략과 농업인들의 인식 전환 및 자발적 참여가 필수다.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 논물 관리, 사육기간 조정, 저메탄 사료 개발 등 관행적으로 이어져 온 농법과 사육법의 개선을 지원하고, 친환경농업 집적지구를 20개소 육성한다. 메탄가스 배출원이 되는 가축분뇨의 적정 처리를 위한 지원도 확대한다. 환경부와 협업해 가축분뇨 에너지화 시설과 주민 편의시설을 동시에 제공하는 모델을 처음 추진하고, 기업체와 우분(牛糞)을 고체연료화해 공급하는 협력사업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농촌 공간 정비로 살고 싶은 농촌을 조성한다. 농촌 난개발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농촌마을 주변의 축사나 공장 등의 정비를 지원해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나가고, 향후에도 체계적으로 농촌 공간을 정비·활용·보전할 수 있도록 농촌공간계획 제도의 법제화를 추진한다. 귀농·귀촌 통합 플랫폼 구축을 통해 지역 단위로 수요자 맞춤형 정책 정보 및 모든 서비스를 망라해 제공하고, 농촌에서 미리 살아볼 수 있는 기회도 확대함으로써 충분히 준비된 귀농·귀촌을 지원해 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