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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주요 국가별 맞춤형 디지털 무역협정 로드맵 수립해야
이규엽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신통상전략팀장 2022년 03월호


디지털 무역은 인터넷을 통해 상품이나 서비스를 거래하는 것으로 정의된다(이 글에서는 디지털 무역, 디지털 통상, 전자상거래 등 용어를 동의어로 사용한다). 디지털 무역시장이 지속해서 성장하면서 디지털 무역 거래를 저해하는 디지털 무역장벽도 높아졌다. OECD 디지털 서비스무역제한지수(DSTRI; Digital Services Trade Restrictiveness Index) 통계에 따르면 2015년 약 50개국의 DSTRI 평균값(단순)은 0.148이었으나 2020년에는 0.189로 증가했다.

디지털 무역장벽을 높이는 수단으로 지목되는 것은 데이터 규제 변화다. GTA(Global Trade Alert)에 따르면 2020년 1월에서 2022년 1월 사이 G20 국가에서만 총 1,943건에 달하는 데이터 정책 변화가 감지됐고, 그중 1,153건이 실제 정책이나 규제로 진전된 것으로 집계됐다. 데이터 정책 중 인공지능(AI) 개발자, 전자상거래, 전자결제, 플랫폼 사업자 등을 적용 대상으로 한 데이터 규제가 735건으로 다수를 차지하며, 그중 448건이 실행됐다. 물론 모든 데이터 규제가 디지털 무역장벽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국경 간 데이터 이동 제한이나 데이터 지역화 조치 요구와 같은 일부 데이터 규제는 무역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 무역비용 증가는 교역상대국에 속한 디지털 무역 기업이 해외시장에 진입할 기회를 막거나 이미 진출한 디지털 무역 기업에는 새롭게 감내해야 할 규제순응비용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한다.

미국·싱가포르 등 주요 선진국, 디지털경제 선도 위해 협정 적극 활용

주요 선진국은 디지털 무역장벽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 10년 동안 데이터 관련 디지털 통상규범의 의무 수준을 강화해 왔다. 국경 간 데이터의 자유로운 이동 보장은 2000~2010년 체결된 무역협정 57건 중 51건(89.5%)에서 협력 조항으로 존재했으나, 2011~2020년 동안 체결된 무역협정 56건 중 26건(46.4%)에서는 의무 조항으로 나타난다. 데이터 지역화 요구 금지는 2000~2010년까지는 모두 협력 조항으로 분류됐지만, 2011~2020년 사이에 체결된 무역협정 56건 중 17건(30.4%)에서 강한 의무 조항으로 합의됐다(<표> 참고). 

한국과 직결되는 디지털 통상규범의 쟁점은 데이터 지역화 조치 요구 금지 여부다. WTO 전자상거래 협상에서도 선진국과 개도국 간 의견 대립이 나타나는 조항이기도 하다. 개도국은 기본적으로 데이터 지역화 조치를 국내 디지털시장을 보호하고 디지털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수단으로 간주하는 반면, 선진국은 개도국이 시행하는 정책수단이 교역상대국에 경제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미국이나 영국의 요구처럼 데이터 지역화 요구 금지 조항을 금융 영역으로 확대하면 한국도 영향권에 놓인다. 해당 조항을 수용하는 것은 금융 영역에서도 상업적 목적으로 데이터 저장이나 처리를 위해 필요한 컴퓨터 서버나 저장 장비를 국내에 설치할 것을 강제하지 못함을 뜻한다.

주요 선진국은 디지털경제의 선도자로 나서기 위해 협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미국은 2019년 12월 일본과 디지털통상협정(USJDTA)을 맺었고 캐나다·멕시코와 함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전자상거래 장을 최신화해 2020년 7월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을 발효했다. 싱가포르는 AI, 금융(핀테크), 중소기업 등 디지털 경제협력을 강조한 협정을 주도적으로 추진한다. 2020년 12월 호주와 디지털경제협정(SADEA)을, 2021년 1월에는 칠레·뉴질랜드와 디지털경제동반자협정(DEPA)을 발효했다. 우리나라도 2021년 12월 싱가포르와 디지털동반자협정(KSDPA)을 체결했고 DEPA에 가입하기 위한 절차도 진행 중이다.

다만 한국의 디지털 통상정책은 선진국 주도 디지털 무역규범과 협정에 따라가는 형국이며 한국 디지털 통상환경의 수준은 중위권에 속한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 한국의 디지털 통상환경을 개선하고 디지털 경제정책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참고할 만한 정책과제를 제시한다. 

통계·실증에 기반 둔 디지털 통상정책 필요

첫째, 디지털 무역협정 추진 전략과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 한국이 칠레와 첫 FTA 협상을 시작한 이후 한국의 FTA 정책은 2003년에 만들어진 FTA 추진 로드맵에 기반을 뒀다는 점을 기억하자. 주요 지역(국가)별 맞춤형 디지털 무역협정 체결 전략을 포함한 로드맵을 수립하고 디지털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보완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협정 추진 시 고려해야 할 통상법적 유의사항과 국내 법·제도 정비 방안도 함께 검토해야 할 것이다.

둘째, 통계와 실증에 기반을 둔 디지털 통상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디지털 무역 통계 자체를 정비하고 미비한 통계(인터넷을 통한 서비스 수출입, 기업 간 디지털 무역 거래)는 새롭게 구축해야 하며, 디지털 무역장벽의 실태 파악을 확대하고 연구자를 위한 데이터 개방정책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통계와 실증 자료는 디지털 통상정책을 수립, 추진, 이행, 평가, 보완, 개선하는 전 과정에서 유용하다. 통계는 정책 수립의 기초가 되며, 정확한 통계를 확보할수록 정책 수립의 구체성이 높아진다. 통계 자료와 실증 결과는 디지털 통상정책뿐 아니라 디지털 경제정책의 진단, 평가, 개선 논의 과정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디지털 통상정책 추진 과정에서 정부부처의 의견을 조율·조정하고 정책방안을 신속하게 추진·실행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글로벌 디지털 통상 이슈는 온라인 소매업뿐 아니라 금융, 의료, 통신, 법률, 교육 등 여러 부처와 연계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정부부처에 디지털 통상을 이해하는 전문 인력을 보강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되길 바란다.

디지털 통상환경의 변화에 적극 대응할 시점이다.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고 디지털 무역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디지털 통상환경을 개선하고 디지털 통상정책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디지털 뉴딜을 비롯한 디지털 경제정책과 보완적인 디지털 통상정책을 체계적이고 주도적으로 추진해 디지털·AI 경쟁력을 제고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함으로써 세계에서 한국이 디지털 통상 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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