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총, 균, 쇠』의 저자이기도 한 재레드 다이아몬드 UCLA 교수는 지난해 4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가장 큰 문제를 세 가지로 지적했다. 첫 번째는 북쪽의 위험한 이웃(북한), 두 번째는 100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일본과의 역사적 유산 그리고 세 번째는 ‘한국에서 여성의 지위’였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한국 여성은 다른 어떤 선진국과 비교해도 더 불평등한 지위에 있으며, 한국은 인구의 절반인 여성에게 공평하게 투자하지 않아 인구 5천만의 국가이면서 실제로는 2,500만 인구의 나라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리천장지수 OECD 최하위, 30대 경력단절 영향 커 돌봄 공급 확대와 함께 돌봄 종사자 처우 개선 병행돼야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OECD 국가를 대상으로 유리천장지수(Glass-Ceiling Index)를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앞두고 매년 발표하고 있다. 한국은 『이코노미스트』가 처음 유리천장지수를 발표한 2013년부터 올해 2022년까지 10년째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유리천장지수 평가는 성별 고등교육 격차 등 총 10개 항목을 평가한 점수의 합산이다. 한국은 유리천장지수 10개 항목 중 ‘성별 경제활동참가율 격차’, ‘성별 임금 격차’, ‘여성 관리자 비율’, ‘이사회 여성임원 비율’ 등 4개 노동 관련 지표가 최하위권이었고, 이로 인해 전체 유리천장지수 평가도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유리천장지수가 OECD 최하위인 것은 30대에 발생하는 경력단절의 영향이 크다. 한국 여성의 연령별 고용률은 M자형을 그리고 있는데, 2020년을 기준으로 보면 한국 여성은 25~29세에서는 OECD 국가 평균 여성고용률보다 3.1%p 높다가 30~34세는 –2.1%p, 35~39세는 –9%p까지 격차가 확대된다.
여성의 30대 경력단절은 기업에서 관리자와 임원으로 성장할 수 있는 승진 사다리가 끊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여성가족부의 「2019년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경력단절을 경험한 여성들이 경력단절 이후 최초 유급노동을 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평균 7.8년이다. 7.8년의 경력단절 기간이 없는 여성의 경력 유지는 기업에서 관리자와 임원까지 승진할 수 있는 기회에서 여성이 배제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제고를 위해서는 먼저 연령별 고용률에서 확인했듯이 30대 여성의 경력단절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2008년 제정된 「경력단절여성등의 경제활동 촉진법」이 오는 5월부터 「여성의 경제활동 촉진과 경력단절 예방법」(이하 「여성경제활동법」)으로 전면 개정돼 시행된다. 「경력단절여성등의 경제활동 촉진법」이 경력단절 발생 후 사후적으로 여성의 취업을 지원했다면, 이번 전면 개정을 통해 비취업 경력단절 여성뿐 아니라 취업 여성들을 대상으로 정부가 선제적으로 경력단절 예방을 지원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과 「근로기준법」을 통해 여성의 경제활동을 저해하는 노동시장 차별을 시정하고, 「여성경제활동법」을 기반으로 경력단절 없이 경력을 유지하려는 여성들에 대한 경력단절 예방이 효과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둘째, 30대 여성의 주요 경력단절 사유인 육아 및 자녀 돌봄에 대한 부담을 돌봄의 사회화를 통해서 경감해야 한다. 믿고 맡길 수 있는 돌봄 공급이 늘어나야 하는 동시에 돌봄일자리 종사자에 대한 처우 개선도 병행돼야 한다. 돌봄일자리 종사자 처우 개선은 양질의 돌봄서비스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저평가된 여성 집중 일자리가 괜찮은 일자리가 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돌봄일자리 개선과 관련해 2019년 전국 최초로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이 설립된 이후 현재는 충북, 부산, 경북을 제외한 14개 시·도에도 사회서비스원이 설립돼 운영되고 있다. 지자체의 사회서비스원 확대와 함께 지난 3월부터는 「사회서비스 지원 및 사회서비스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사회서비스원법」)이 시행되고 있다. 지자체별로 사회서비스원의 업무가 상이한데, 사회서비스의 공공성·전문성 및 투명성 제고 등 사회서비스를 강화하고 사회서비스와 사회서비스 관련 일자리의 질을 높여 국민의 복지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된 「사회서비스원법」에 근거해 지자체의 사회서비스원이 돌봄일자리 개선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
상장기업 여성임원 의무화 대상기업 확대 등 필요
셋째, 여성 관리자 비율 제고를 위해 2006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적극적 고용개선조치(AA; Affirmative Action)의 공공부문 전면 적용이 필요하다. AA는 2017년까지 500인 이상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실시되다가 2018년 「지방공기업법」 제49조에 따른 지방공사, 제76조에 따른 지방공단으로까지 확대됐다. 「지방공기업법」에서 AA 미적용 부문으로 남아 있는 지방 출자·출연 기관까지 AA 대상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넷째, 2022년 8월부터 시행되는 주권상장법인 여성임원 의무화 대상 기업의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기준을 하향 확대해야 한다. 2021년 8월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체 주권상장법인 2,246개사의 여성임원 비율은 5.2%이고,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기업은 152개사로 전체 2,246개 주권상장법인 중 6.8%에 불과하다. 여성임원 확대 성과를 실질적·효율적으로 얻기 위해서는 여성임원 의무화 대상 주권상장법인 기준을 하향 확대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성별 임금 현황 공개가 필요하다. 기업의 성별 임금 현황은 이미 주권상장법인의 경우 다트, 공공기관은 알리오, 지방공기업은 클린아이를 통해 공개되고 있다. 성별 임금 현황 공개 방법은 다음의 세 가지 안 중에서 고려해 볼 수 있다. 1안은 임금공시제 플랫폼을 구축해 알리오, 클린아이, 다트의 정보를 연계하는 방법이다. 2안은 2014년에 구축된 300인 이상 사업장의 근로자 정보가 제공되는 고용형태별 공시제 사이트에 근로자 성별 임금 정보를 추가하는 방안이다. 마지막으로, AA 조치는 여성고용 기준에 3년 연속 미달한 사업장 중 일부 사업장에 대해 여성고용률 및 여성관리자율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는데, 여기에 근로자 성별 임금 현황 정보를 추가 공개하도록 하는 방안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