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사회로의 진입은 개인적·사회적으로 여러 가지 변화를 요구한다. 런던비즈니스스쿨 린다 그래튼 교수와 앤드루 스콧 교수는 공동 저서 『100세 인생』에서, “고령사회 이전에는 30-30-20 패러다임이 지배하는 사회로 30년 교육, 30년 일, 20년 노후의 삶이었다면 고령사회에서는 30-30-40의 패러다임으로 변환돼 훨씬 긴 노후의 삶을 사는 방향으로 ‘삶의 지형도’가 바뀌게 됨에 따라 이에 대응할 수 있는 개인과 국가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노후 준비 부족으로 실직·은퇴 타격 큰 중장년층, 연령·학력·성별 특성에 따라 직업이동 형태에 큰 차이 보여
통계청 ‘중장년층 행정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중장년층(40~64세)은 총인구의 39.4%에 해당하며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3분의 1 수준을 차지하는 등 인구의 구조적·경제적 측면에서 중요한 연령층이다. 한편 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장년층의 실질은퇴연령(근로자가 어떤 형태로든 월급을 받는 일을 완전히 그만두고 경제활동에서 물러나는 나이)은 평균 72.3세로, 초고령사회인 일본보다 높았고, OECD 국가 중에서 1위였다. 이는 평균 수명은 연장됐지만 중장년층의 퇴직 연령이 49세로 낮아지는 역설적인 상황에서 노후에 대한 경제적·사회적 준비의 부족으로 중장년층이 은퇴 후에도 23년 넘게 일을 더 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2017년 11월 통계청이 실시한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장년 중 노후 준비가 됐다는 응답이 20.5%, 준비할 능력이 없다는 응답이 35.9%였다. 이들은 실직·은퇴 등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연령층인 것이다.
이에 우리 정부는 ‘실직과 은퇴 대비 일자리 안전망 강화’ 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는 단기적인 직업훈련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취업-실업이 반복되고 있으며, 일할 의사가 있음에도 산업의 빠른 변화 등으로 전직·재취업 등 경력전환을 통한 일자리로의 재진입에 도움을 주는 고용연계에 대한 지원이 부족한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중장년층 직업이동 특성을 연도별, 성별, 연령대별, 직업이동유형별로 분석해 본 결과, 최근 5년을 기준으로 경험한 직업이동 유형은 ‘고용→고용상태’가 48.2%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은 ‘실업→고용상태’(28.4%), ‘퇴직→고용상태’(10.1%), ‘가사(육아)→고용상태’(8.5%), ‘교육훈련→고용상태’(4.9%) 순이었다. 또한 연령대에 따라 40~49세는 ‘가사(육아)→고용상태’(10.9%), 50~64세는 ‘실업→고용상태’(30.9%)가, 학력에 따라서는 고졸 이하는 ‘고용→고용상태’, ‘실업→고용상태’가 각각 37.7%와 37.4%로 유사하지만, 대졸 이상은 ‘고용→고용상태’가 53.1%로 두드러졌다. 경제상태에 따라서는 상층과는 달리 중층과 하층에서 ‘실업→고용상태’로의 이동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는 등 중장년층 인구학적 특성에 따라 직업이동 형태는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보다 나은 중장년층 고용연계를 위한 정책 방향을 도출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정부는 중장년층이 자신의 직업생애경로를 설계하고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돕는 한편 고용연계에서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직업기초능력의 활용 및 축적’을 위한 직업교육훈련 방안을 마련하고, 민간과 기업은 중장년층의 ‘직무능력의 활용·축적’을 위한 직업교육훈련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직업이동·고용연계 관련 빅데이터 축적 및 AI 기술을 기반으로 생애주기·개인특성별 교육훈련·고용서비스 플랫폼 구축해야
둘째, 중장년층 직업이동 특성 기반 프로파일링과 맞춤형 직업교육훈련 및 고용서비스, 즉 직업이동 요구 파악→직업이동 가능성 예측→능력진단 및 맞춤형 상담→직업교육훈련 실시 및 모니터링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중장년층은 평균 47.2세에 직업이동을 했으며, 직업이동에 소요되는 평균 소요시간은 20.3개월로 나타났다. 따라서 우리나라 중장년층 직업이동→고용연계 과정에서 생성되는 데이터 축적과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중장년층 생애주기별·개인별 맞춤형 교육훈련 및 고용서비스 제공 플랫폼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미 고령화가 진행된 유럽에서는 지난 2010년 발표한 ‘EU 2020’ 전략(2010)을 통해 중장년층의 고용가능성을 향상시키는 것을 당연한 논제로 받아들이고 많은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처럼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일을 통한 복지의 실현’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중장년층 고용정책은 평생교육과 교육훈련이 통합된 평생직업교육훈련 방안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한준상 연세대 교수는 2005년 연구에서 현재까지 각자 직업생애에서 얻은 ‘배움 자산’(사는 동안 의미심장한 지식을 끊임없이 습득하고 몸과 마음의 온전함을 바탕으로 필요에 따른 삶의 틀을 변화시키며 의식의 소통을 주도하고 치유의 개선을 통해 직업능력과 학습능력 그리고 정치적 참여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자산)의 축적과 지속적 활용을 통해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돕는 평생교육이 직업능력개발훈련과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즉, 직업능력개발훈련은 직무 중심의 협소한 학습 범위, 제한된 개인의 학습 선택권, 학습을 제공하는 훈련기관의 역량 부족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고, 평생교육은 편중된 교육 분야, 실질적으로 낮은 참여율과 학습시간, 특정 계층 중심의 학습 참여라는 한계가 있어 서로 보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평생교육과 교육훈련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국가는 톱다운 방식의 포괄적 지원과 함께 국민내일배움카드제도 등의 시행 과정에서 능력 진단 및 상담 참여 등 수혜자의 의무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한정적인 정부 지원력의 누수를 방지함으로써 정책의 내실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윌리엄 새들러는 그의 저서 『서드 에이지, 마흔 이후 30년』에서 우리의 생애를 네 단계로 나누고 제1연령기(10대~20대 초), 제2연령기(20·30대)에서는 배운 것을 토대로 단선적인 방향의 경력을 쌓아 왔다면, 네 단계 중 가장 긴 기간을 차지하는 제3연령기(40대~70대 중반)에서는 자기 자신에 대해 진단하고, 이를 토대로 자신의 경력 및 일의 포트폴리오를 확대·재조정해야 한다고 했다. 따라서 평생교육과 교육훈련이 통합된 평생직업교육훈련 방안은 중장년층이 불확실성, 변화하는 환경, 빠른 속도감 등 직장 생활과 개인의 생활에 끊임없이 밀려오는 급류에 대처하는 것을 돕기 위한 것으로, 윌리엄 새들러가 “40세 이후의 제3연령기 삶은 스스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자신이 좋아하고 할 수 있는 일의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1차 성장과는 다른 ‘2차 성장’을 통한 자아실현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 그 방향성이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