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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으로 원자재 비축대상 확대하고 자원개발 통해 원자재 직접 확보 늘려야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 GVC 산업분석 TF장 2022년 05월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짧으면 1주, 길어야 1달 이내에 끝날 것으로 예상됐으나 서방과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저항으로 종전 시점을 가늠하기가 어려워졌다.

전쟁 초기 우리 기업은 수출 차질을 줄이기 위해 선적을 늦추거나 우회 운송로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대응했으나, 국제금융결제망(SWIFT) 퇴출, 수출통제 등 강력한 러시아 제재가 시행되면서 피해 규모가 커졌다. 물류비가 급등하고, 물품이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현지에 도착하지 못해 업체가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달러 결제가 거부되거나 루블화로 받으라는 요청도 많아졌다. 

니켈 가격 지난해 말 대비 119% 급등…
러시아 원자재 대체 어려운 가운데 추가 가격 급등 우려


현지 진출 기업은 수출기업보다 더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원재료 조달이 중단되고, 현지 생산제품의 해외 반출도 어려워졌다. 러시아 경기가 위축되면서 내수판매가 급감했으며, 루블화로 거래할 수밖에 없어 손해가 커졌다. 한편으로는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수출 관련 리스크가 점차 낮아지고 있다. 러시아를 대체할 다른 시장을 물색하거나 현지 공장 가동을 중지하는 등 피해 최소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들은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원자재 수급난이라는 더 큰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러시아는 주요 원자재 생산국으로, 팔라듐(1위 43%), 천연가스(2위 17%), 소맥(2위 16%), 원유(2위 13%), 니켈(3위 11%) 등의 생산 비중이 높다. 우크라이나 역시 네온(1위 70%), 크립톤 등 희소가스의 주요 생산국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는 미중 패권경쟁, 코로나19 등으로 촉발된 원자재 가격 상승세를 더욱 가속화했다. 원유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한때 지난해 말 대비 65%까지 급등했으며, 석탄은 159%, 천연가스는 78%까지 치솟았다. 비철금속도 예외는 아니다. 러시아가 많이 생산하는 알루미늄, 니켈, 팔라듐 가격이 각각 38%, 119%, 67% 급상승했다. 곡물의 경우도 밀, 옥수수가 각각 85%, 29% 올라 가격이 오르지 않은 원자재를 찾는 게 어려운 실정이다.

수급도 빠듯해졌다. 서방이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금지를 추진하자 러시아는 원유·가스의 루블화 결제를 요구하면서 맞불을 놓고 있다. 러시아 원자재 대체가 쉽지 않은 상태에서 시장에 공급되는 물량이 축소될 경우 수급난과 함께 추가적인 가격 급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자원과 원부자재를 수입한 후 가공해 수출하는 무역중심 국가이기 때문에 원자재 해외의존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따라서 글로벌 공급망 위축에 부정적 영향을 크게 받는다. 우리나라 전체 수입에서 원자재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기준 18.4%로, 우리와 상황이 비슷한 일본(16.6%)과 독일(8.2%)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이다. 국제투자은행 소시에테제네랄(SG)은 원자재 수입의존도, 물가 영향 등을 감안할 때 터키, 싱가포르, 베트남, 필리핀, 한국 순으로 원자재 충격에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원자재 가격 급등은 물가 상승과 무역수지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에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가 이미 4% 상승했으며, 상품수지도 지난해 12월 이후 적자로 돌아서 올해 3월까지 4개월간 약 45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한국무역협회 분석에 따르면, 수입 원자재 가격이 10% 상승했을 때 국내 기업 제조원가는 제조업에서 1.1%, 전 산업에서 0.43%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문제는 수출기업이 제조원가 증가분을 제품가격에 완전히 반영하지 못해 채산성이 악화된다는 점이다. 수출 중소기업 설문 결과 비용 상승분을 수출가격에 전부 반영한다는 기업은 4.2%에 불과했다.  

기업, 대체 수입선 확보나 기업 간 협력으로 
생산 설비를 직접 구축하는 것도 방안


원자재 자급도가 낮은 상황에서 특정국 의존도가 높은 품목이 적지 않은 점도 부담이다. 천연가스, 구리, 옥수수는 1위 수입국에 대한 의존도가 30% 미만이나, 석탄(호주 54.0%), 소맥(미국 49.1%), 네온(중국 66.6%) 등은 단일국 수입 의존도가 높아 공급망 리스크에 크게 노출돼 있다. 중국발 공급망 리스크도 유념해야 한다. 한중 간 중간재를 매개로 한 상호 분업구조가 깊숙이 형성되면서 중국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어서다. 우리나라 전체 수입 품목(1만1,215개) 중 중국으로부터의 수입 비중이 70% 이상인 품목이 2,434개, 90% 이상인 품목은 1,279개에 달하고 있다. 

다행히 기업과 정부의 대응능력이 향상되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공급망 대란이 아직 현실화되지 않고 있다. 이는 우리 기업이 일본 반도체 수출통제, 코로나19 등을 경험하면서 공급망 안정화를 최우선으로 추진한 결과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중국 봉쇄, 코로나19 재확산 등 변수가 많아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기업 차원에서는 원자재 비축을 늘리고 필요시 대체 수입선 확보나 대체물질 개발에 나서야 한다. 기업 간 협력을 통해 생산 설비를 직접 구축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포스코와 협력해 네온가스를 확보한 것이 좋은 사례다.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단기적으로는 최근 시세차익을 노린 원자재 수출이나 매점매석 등의 움직임이 있어 이를 단속할 필요가 있다. 200대 경제안보 핵심품목의 공급망 조기경보 시스템 운영도 더욱 정교화해 단계별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원자재 비축대상이 몇몇 품목으로 한정돼 있어 이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최근 중국이 전기차 배터리 주도권을 위해 리튬 광산 매입을 크게 확대하고 있음을 감안해 우리도 자원개발을 통한 원자재 직접 확보를 늘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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