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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불확실성, 탈탄소 등으로 에너지 가격 급등이 공급 확대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2022년 05월호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은 예상과 달리 50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유럽대륙에서의 국가 간 전면전이라는 예상치 못한 사태가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에너지 분야에도 적지 않은 충격을 가하고 있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밀 수출국인 동시에 많은 자원, 특히 에너지 부문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천연가스의 경우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석유의 경우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3위 생산국이기 때문에 전쟁 이후 러시아에 대한 각종 제재와 이에 대한 보복은 에너지시장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에너지공급 우려가 촉발한 수급불안 심리로 천연가스·석유·석탄 등 모든 에너지시장에서 가격이 급등세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원유, OPEC 증산으로 하반기에 어느 정도 안정될 것…
UAE 등이 러시아 물량 대체 가능하나 증산규모는 불확실


해외에너지 의존도가 94%에 달하는 우리나라는 에너지 가격의 상승으로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올해 1분기 무역수지는 39억5천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분기 기준으로 무역수지 적자는 2008년 3분기 이후 13년 6개월 만이다. 수출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에너지 수입액이 1년 전에 비해 95.6% 증가하면서 수입 역시 사상 최대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전년 동기 대비로 비교해 보면 원유 수입액은 84%, 가스는 164%, 석탄은 106% 늘어났다. 하반기까지 에너지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기준 무역수지 적자가 발생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원유는 지난해 배럴당 약 60달러 수준을 유지했지만 올해 2월 이후 급등해 123달러를 기록했으며, 4월 현재도 배럴당 100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석탄도 연간 2억1,200만 톤 규모에 이르는 러시아산 석탄 수출이 규제대상에 포함되면서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 유럽지역의 풍력발전 급감으로 인한 전력생산용 수요 급증 등으로 이미 한차례 급등세를 거쳤던 천연가스도 전쟁 발발로 다시 급상승했다. 천연가스는 원유와 달리 지역별로 가격이 분리돼 있지만 어느 지역에서나 큰 폭의 가격 상승을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는 현물가격 기준으로 2020년 MMBtu당 2달러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MMBtu당 6.7달러까지 상승했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LNG의 경우 상승 폭은 훨씬 커서 지난해 MMBtu당 6.99달러에서 올해 33달러로 급등했다. 유럽 LNG 현물가격인 네덜란드 TTF(Title Transfer Facility) 가격도 1년 전  MMBtu당 7.3달러에서 32달러로 급등했다. 유럽 국가들이 LNG 현물시장에 몰렸기 때문이다. 

원유는 하반기가 되면 어느 정도 안정화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러시아의 원유 수출규모는 일일 740만 배럴이며 이 가운데 중국으로 공급되는 물량을 제외하면 약 510만 배럴인데, 러시아의 수출물량에 해당하는 510만 배럴 정도의 증산이 이뤄진다면 산술적으로 시장은 안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이라크 등 중동지역 주요 산유국의 원유생산 여력은 일일 210만 배럴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본격적인 증산에 나설 경우 3개월 이후에는 일일 560만 배럴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수치상으로는 러시아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석유수출국기구(OPEC) 산유국이 미국의 증산요청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어 증산규모는 불확실하다. 일단 미국과 국제에너지기구(IEA) 주도로 주요국에서 비축해 놓은 원유를 하루 200만 배럴씩 방출해 시장을 안정화시키고 있지만, 예상보다 증산이 늦어질 경우 원유 가격은 배럴당 120달러 수준을 유지할 수도 있다. 

단기적 에너지 수급과 가격안정에 매달리기보다
경제적 충격을 완화시킬 수 있도록 대비하는 것이 필요


천연가스는 원유에 비해 훨씬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천연가스는 기본적으로 공급국가가 소수이고, 고정돼 있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공급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어 이를 다른 지역에서 추가적으로 확보해 공급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유럽의 가스 수요 자체는 보합세를 유지했지만 영국, 네덜란드 등 기존 천연가스 생산국의 생산량이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하면서 유럽시장에서 러시아산 가스의 점유율은 2009년 25%에서 2021년 32%로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산 가스의 공급 축소 및 중단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LNG 현물시장으로 수요가 집중돼 가격이 폭등했지만, 단기적인 LNG 증산은 시설의 제약 등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보통 에너지시장의 가격 급등은 시차를 두고 공급 확대로 이어졌지만 현재는 그렇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불확실하며, 전쟁이 끝날 경우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유지될 것인지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지난 몇 년간 탈탄소 및 녹색에너지 전환과 더불어 ESG 경영 및 투자 흐름이 강화되면서 화석연료인 원유와 가스에 대한 투자가 대폭 감소했기 때문이다. 

원유는 전기자동차 보급 확대에 따른 휘발유 등 연료 수요의 지속적 감소가 예상됐기 때문에 탐사 및 생산에 대한 투자가 감소했다. 천연가스의 경우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단기적으로는 수요가 증가할 것이지만 장기적으로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보급에 따라 발전용 천연가스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투자 확대는 쉽지 않다. 결국 높은 에너지 가격은 공급을 증가시켜 가격을 안정화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가능하지만, 오히려 탈탄소로의 전환 흐름을 가속화할 수도 있다는 예측도 가능하기 때문에 화석연료 부문에 대한 투자는 단기적으로 확대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기조와 맞물린 에너지 가격의 상승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며 단기적으로 해결되기 어렵다는 전제하에서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증산 및 대체 공급원 확보를 통한 가격안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금리의 급격한 상승으로 경기침체를 유발해 수요를 감소시키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주장까지 대두되고 있음은 현재 상황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로서는 한계가 분명한 단기적 에너지 수급과 가격안정에 매달리기보다는 에너지 가격 급상승 등의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경제 전반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시킬 수 있도록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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