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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장기화로 인플레·통화긴축 가속화돼 금융경제 변동성 커져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위원 2022년 05월호


최근 ‘위드 코로나’ 이후 견조한 회복을 보이던 글로벌 금융경제가 예상하지 못한 커다란 ‘테일 리스크(tail risk, 일어날 가능성은 낮지만 발생하면 치명적인 충격을 주는 리스크)’를 맞이했다. 바로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전격적인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다. 전쟁이 발발하면서 그동안 팬데믹 공포에서 서서히 벗어나던 세계경제와 금융시장에 다시 한번 먹구름이 드리우게 됐다. 문제는 이 전쟁이 세계경제와 금융시장에 어디까지 충격을 주게 될 것인가다.

유가와 곡물가격 상승 확대해 인플레 자극하고
주요 중앙은행의 인플레 대응 무력화할 소지 있어


금융시장에 국한해 보면, 전쟁을 포함한 대다수의 지정학적 위기 발생 시 단기적 충격에 따른 하락 이후 짧게는 1개월, 길게는 1년 안에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전쟁 양상에서도 세계 금융시장의 위험도를 나타내는 ‘VIX(Volatility Index, 변동성 지수)’가 전쟁 발발 4일 전부터 변동성이 고조되다 전쟁 개시 시점에서는 오히려 감소했다. 그러나 문제는 전쟁이 초반에는 러시아의 우세 속에 단기전으로 끝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장기전으로 이어지며 사태의 심각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이 전쟁이 단기전 양상으로 전개됐다면 글로벌 금융경제에 대한 영향은 분산 가능한 고유위험(unsystematic risk)으로 그 파급 영향이 제한됐을 것이다. 하지만 장기전 양상은 시스템리스크(systemic risk)로서 전 세계 경제와 금융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해질 수밖에 없다. 

이미 세계 금융경제는 고유위험의 충격과 시스템리스크의 충격을 겪은 바 있다. 대표적인 고유위험 충격은 1997년 우리나라의 외환위기를 들 수 있고, 시스템리스크 충격은 2008년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으로부터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꼽을 수 있다. 

1997년 외환위기는 우리나라에 국한된 고유위험이었다. 당시 신흥국이었던 우리나라의 금융붕괴에 대해 주요 선진 금융기관들은 이미 선제적 분산투자에 의해 위험이 상당 부분 헤지(hedge)돼 있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세계경제의 중심이었던 미국 금융경제의 붕괴가 주요 선진국으로 전이됐고, 이 영향을 회피하고자 하는 주요 투자은행들의 자본 이탈이 신흥국에서 심화되며 전 세계가 타격을 받았던 시스템리스크의 대표적 예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미 시스템리스크화하며 세계 금융경제에 부담을 주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전쟁 초기에 미국과 EU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이하 나토)에 가입한 주요 국가들은 3차 대전 확전을 우려해 직접적 개입은 회피하는 가운데 러시아에 강도 높은 금융제재를 단행했다. 특히 미국과 EU는 국제금융결제망(SWIFT)에서 러시아 은행을 배제했고, 러시아산 원유에 대해 미국이 수입금지 조치를 취한 데 이어 EU도 이에 동참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로써 국제유가가 고공 행진을 지속하게 됐고, 가뜩이나 높은 인플레이션이 더 자극받는 형국으로 흘러가면서 최근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50bp(0.5%p) 금리인상’이라는 강한 긴축에 맞닥뜨리게 됐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는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복합화하면서 일차적으로 세계 금융시장의 밸류에이션을 떨어뜨렸다. 또한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연준의 강한 긴축을 유도함으로써 글로벌 통화시장의 변동성 확대에도 영향을 줬다. 

그러나 시스템리스크로서 보다 주목할 점은 그동안 팬데믹에서 회복하던 세계경제 성장률을 크게 낮출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세계경제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차지하는 교역 비중은 크지 않지만, 러시아가 공급하는 원유는 세계 총생산량의 12%를 차지하고 있고, 우크라이나는 비옥한 땅에서 다양한 곡물을 생산해 세계시장에서 공급자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전쟁 장기화는 국제 유가 및 곡물가격 상승과 공급망 병목을 확대해 지속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주요 중앙은행들의 인플레이션 대응을 무력화할 소지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영향을 반영해 최근 세계은행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경제 전반의 타격을 반영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1%에서 3.2%로 1%p 가까이 하향조정해 발표했다. 

세계경제에 대한 우크라이나 사태의 영향이 최소화되는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평화협상을 통해 이른 시일 내에 합의점을 찾는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19와 인플레이션에 대한 정책적 대응이 순차적으로 진행된다면 복합적 악재로부터 경제와 금융 부문은 강건한 회복 양상으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전쟁 흐름상 평화협정이 타결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해 보인다. 한편으로는 우크라이나 영토의 일부 분할 후 중립국화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으나 이는 푸틴 입장에서 전체 점령에 실패한 것이 되고, 우크라이나 입장에선 영토의 일부를 잃는 것이며, 미국 등 서방 입장에서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해제해야 하기 때문에 모두가 싫어하는 시나리오다. 결국 지루한 협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쟁은 1년 전후로 지속될 가능성이 가장 커 보인다.

핵무기 사용 등 ‘블랙 스완’ 가능성도 유념해야

이에 따라 세계 금융시장의 충격 완화에도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인플레이션은 지난해 중반부터 야기된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에 기인한 것으로, 이에 대응하고자 강력한 통화긴축이 이뤄졌음에도 전쟁이 공급망 병목을 추가적으로 심화시킨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이 완화되지 않는다면 통화긴축은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이러한 요인들이 선제적인 시장 금리의 발작을 가져와 금융시장과 통화시장 변동성 확대에 영향을 미치게 됐고, 통화정책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 것이다.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될 또 하나의 가능성은 전쟁이라는 테일 리스크로부터 새롭게 나타날 수 있는 ‘블랙 스완(black swan, 도저히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전쟁에서 러시아가 핵을 사용한다거나, 미국과 나토의 직접 개입으로 이어져 세계적인 전쟁으로 확산되는 시나리오 등을 예상할 수 있다. 현실성은 상당히 낮다고 판단되나, 그러한 일이 발생할 경우 세계 금융경제가 사실상의 침체 국면으로 빠져들 수 있음을 배제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미 우리는 2020년에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패닉이 한순간에 올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했다. 그런데 이번 전쟁과 같은 충격에서는 패닉이 만성화되면서 장기적으로 금융경제의 변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동시에 인식해야 할 것이다. 최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으로 ‘스태그플레이션’과 ‘통화긴축’등 경제와 금융·통화 시장에 부정적인 복병이 잠복해 있는 상황에서 급작스러운 지정학적 위험의 발생은 세계경제와 금융 안정성 회복에 예상보다 많은 시간을 소요하게 만들 것이다. 

지금은 전쟁의 영향이 과연 우리나라 금융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전쟁에 의한 인플레이션 상승은 각국 중앙은행들의 행동을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한 정교한 예측이 한층 더 필요해진 시기로 판단된다. 또한 전쟁으로 인한 금융경제의 변동성 확대가 올해 예상 범위를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는 상황에서 금융과 경제를 지정학적 충격으로부터 회피시켜 정상 궤도에 올려놓으려는 수고를 더함과 동시에, 그 어느 때보다 위험에 대한 관리에도 집중하는 한 해가 될 수 있도록 부단한 경주를 이어가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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