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경제는 이례적으로 다양한 불확실성에 직면하면서 ‘혼란(CONFUSION, 이하 제시되는 9대 리스크의 영문자 첫 글자의 조합)’을 경험하고 있다.
우선 가장 우려되는 것은 한국경제가 레벨업을 하느냐 아니면 저성장 장기화에 빠지느냐 하는 갈림길(Cross roads)에 서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경제 위기로 잠 시 잊혀졌지만, 우리 잠재성장률 급락은 예고돼 있다. 미 의회예산국과 현대경제연구원의 전망에 따르면, 2026~2030년의 기간에 이르면 한국의 성장률이 미국보다 0.2%p가 낮아진다.
불확실성 높아 투자 침체 장기화될 가능성 큰 상황에서 새 정부 시장·기업 중심 성장 전략에 기대감
둘째, 반세기 만의 오일쇼크(Oil shock)를 들 수 있다. 배럴당 국제유가 100달러 시대에 진입했다. 고유가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GDP 1만 달러당 원유소비량을 기준으로 하면, 한국은 2020년 5.7배럴로 OECD 37개국 중 1위로 중국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즉 고유가로 비용 측면에서 우리 기업들의 상대적 경쟁력이 하락하고 있다.
셋째,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라는 신냉전(New cold war)이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 전쟁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면서 원자재 가격을 급등시키고 있다. 또한 세계경제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면서 국제 교역의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수출 및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의 어려움이 예상된다.
넷째, 미 연준(Fed)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우리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의 불안정성이 증폭되고 있다. 한국은행도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높은 규모의 가계부채로 인상 속도를 미국에 맞추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조만간 한국과 미국의 금리가 역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금의 금융시장 상황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면서 기업들의 경영 여건 악화와 자금 조달의 차질로 이어질 것이다.
다섯째, 경제 주체들이 체감하는 불확실성(Uncertainty)이 높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위기가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오일쇼크,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돌발적이고 복합적인 위기들이 이어지면서 향후 시장의 방향성에 대한 전망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러한 불확실성으로 실제 국내 설비투자는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1분기 국민계정 설비투자는 전기 대비 4% 줄어 3분기 연속 감소세가 지속 중이다. 선행지표인 자본재 수입액도 이미 감소세로 전환됐으며, 국내 기계수주액 증가율도 급락하면서 투자 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여섯째, 공급망(Supply chain) 불안으로 인해 정상적인 생산 활동이 위협을 받고 있다. 이미 지난해 3분기경 코로나19 위기로 동남아시아로부터의 원부자재 수입이 차질을 빚은 바 있고, 미중 경제전쟁과 그린플레이션(친환경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부르는 현상)의 영향으로 요소수 사태로 대변되는 중국발 공급망 쇼크가 있었다. 나아가 최근 중국의 방역 상황 악화에 따른 주요 도시의 봉쇄 조치로 중국발 2차 공급망 쇼크의 가능성이 점증하고 있는 실정이다. 만약 이 리스크가 현실화된다면 원자재와 중간재의 상당 부분을 중국산에 의존하는 한국경제에 큰 위협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곱째, 10년 만의 고물가(Inflation) 충격을 들 수 있다. 4월 현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4.8%로 10년 내 최고치다. 특히 외식 부문의 물가 상승률은 외환 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할 정도로 국민들이 체감하는 물가 수준은 심각한 상황이다. ‘월급 빼고 다 올랐다’라는 말로 대변되듯이, 실물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인플레이션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에 서민 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나아가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기대인플레이션도 높아져, 인플레이션의 고착화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덟째, 경기 상방 요인으로는 오미크론(Omicron)발 팬데믹이 끝나가면서 엔데믹으로의 전환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더 지켜봐야 하겠으나 우리보다 팬데믹 사이클에서 앞서 나가는 미국과 유럽의 추이를 볼 때, 한국도 5월 이후 방역 상황이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에 맞춰 정부도 방역 조치를 크게 완화하면서 내수 경기의 회복을 도모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새 정부(New government)의 ‘Y노믹스’에 대한 기대감이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은 시장·기업 중심의 빠른 성장 전략이 핵심이다. 특히 탈탄소화와 디지털 전환으로 글로벌 산업 지형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에 새 정부가 친시장 경제를 추구하는 것은 기업의 입장에서 크게 반길 일이다.
단기적으로 내수 활력 확보에 주력하는 한편 규제 개혁과 투자 활성화 여건도 조성되길
최근 대두되는 주요 경기 하방 리스크 요인들은 대부분 해외 요인이다. 그래서 뚜렷한 대응방안은 없다. 그렇다고 이를 방치한다면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는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엔데믹으로 전환되는 국면을 이용해 내수 활력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 이번 2차 추경의 주된 목적이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이지만, 추경의 규모와 직간접적인 효과를 고려하면 내수 경기에 대한 진작 효과가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동시에 가장 중요한 현안인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도 경계해야 한다. 다만 금리 인상으로 대응하되 그것이 실물경제를 위축시키는 과잉(overkill)이 돼서는 안 된다. 한편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분기에 정점을 형성하고 하반기 들어 점진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당분간 감세정책 등을 통해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면서, 재정지출은 지금보다 하반기에 비중을 늘리는 기간구조를 선택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대외 공급망 충격은 경제외교로 대응해야 한다. 우선 원자재 수출국과의 우호 관계를 증진시키는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 내부적으로는 공급망 교란에 대응해 민관의 협력 강화가 필요하다. 나아가 우리 기업들도 글로벌경제의 위축 가능성을 대비한 업종별·시장별 선제적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저성장 장기화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민간 중심의 경제 성장 구조가 견고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디지털 전환 및 그린 전환 가속화를 위한 규제 개혁과 투자 활성화 여건이 조성돼야 할 것이다. 특히 노동력 부족을 디지털 전환으로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한국형 산업구조의 정립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정권교체기에 따른 시장 혼란을 극복해야 한다. 그 핵심은 정부와 시장 간의 소통을 확대해 민간의 공감과 자발적 협력을 이끌어내면서 ‘Y노믹스’를 조기에 안착시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