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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양질의 일자리 확충이 우선···일자리 수요 변화에 대응 가능한 시스템 필요
채창균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22년 06월호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대한 성찰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최근 고용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일자리 정부를 자처했던 데 비해 일자리 성적표가 좋은 편은 아니다.

전체 취업자 대비 비정규직 비율 늘고 노동시장 허리층인 40대 고용률 낮아져

전체적으로 볼 때 양적인 측면에서 일자리 성과가 긍정적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2021년의 고용률이 60.5%로 2016년의 60.6%와 비교해 소폭이지만 오히려 하락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같은 기간 중 남성의 고용률은 71.2%에서 70.0%로 하락했고, 여성의 고용률은 50.3%에서 51.2%로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청년의 고용률이 41.4%에서 44.2%로 늘어나고, 60세 이상 고령층의 고용률도 39.5%에서 42.9%로 증가한 반면, 핵심 근로연령대라고 볼 수 있는 40대의 고용률은 2016년의 79.3%에서 2021년 77.3%로 2%p나 감소했다. 일부 계층의 고용 성과가 확인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핵심 근로연령층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측면이다. 인구 감소의 영향도 있기는 하지만, 모든 것을 그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실제 같은 기간 중 40대 인구는 4.7% 감소했지만, 취업자 감소율은 6.3%로 인구 감소폭을 훨씬 상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적인 측면도 문제지만 질적인 측면에서 더 큰 문제점이 확인된다. 일자리 증가가 비정규직 위주로 일어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취업자 중 비정규직 비율을 보면, 고용률이 크게 늘어난 여성의 경우 비정규직 비율이 2016년의 41.1%에서 47.4%로 6.3%p 증가했다. 마찬가지로 고용률이 증가했던 청년의 경우 같은 기간 중 비정규직 비율이 35.2%에서 42.1%로 6.9%p나 증가했다. 60세 이상 고령층의 경우에도 고용률이 증가했지만, 취업자 중 비정규직 비율이 36.0%에서 42.4%로 크게 증가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일자리 증가가 비정규직 중심으로 이뤄졌다. 고용률이 감소한 40대의 경우에도 비정규직의 비율이 같은 기간 중 19.2%에서 22.4%로 오히려 증가했다. 결국 비정규직의 숫자가 2016년의 648만1천 명에서 2021년 806만6천 명으로 150만 명 정도 증가했고, 전체 취업자 대비 비정규직 비율도 24.3%에서 29.2%로 크게 증가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과 함께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강력하게 추진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정책 의도와 달리 오히려 비정규직이 늘어난 것이다. 

일자리 성적표가 기대에 못 미친 것은 코로나19의 영향이 있지만, 정책 실패인 측면도 강하다. 따라서 새 정부는 이를 반면교사 삼아 새로운 정책적 접근을 고민해야 한다.

무엇보다 노동시장의 허리층이라고 할 수 있는 40대의 고용감소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매우 중요하다. 40대의 고용감소는 어려운 자영업 사정도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자영업자의 경쟁력 제고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또한 제조업, 도소매업, 금융보험업 등의 일자리가 감소하고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 등의 일자리가 크게 증가한 것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산업구조의 급격한 변화도 40대의 일자리 감소에 크게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4차 산업혁명의 본격화에 따른 기술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40대의 도태도 우려되는 상황이므로, 여기에 대한 대응도 요구된다. 

퇴출 기업 근로자의 직업능력개발에 적극 나서야

좁은 의미의 일자리 정책 안에서만 해결의 활로를 찾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평생직업능력개발체제의 구축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도태된 자영업자와 사양산업이나 한계산업의 근로자, 4차 산업혁명의 기술변화에 뒤처진 근로자들의 리스킬링(re-skilling) 또는 업스킬링(up-skilling)이 생애에 걸쳐 필요한 순간에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아직 갈 길이 멀다. OECD 국가들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의 평생학습참여율이 높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 25~64세 성인의 평생학습참여율은 50%로 다른 OECD 국가들과 비교하면 중간 수준이다. 통계가 있는 34개 국가 중 17위에 해당된다. 특히 직업 관련 평생학습참여율에서는 20위로 순위가 더욱 낮아진다. 우리나라의 직업 관련 평생학습참여율은 38% 수준으로, 50%를 상회하는 스위스, 뉴질랜드, 네덜란드, 노르웨이 등에 비해 크게 낮은 편이다. 낮은 평생학습참여의 결과로 우리나라 성인들의 역량은 30대 이후 급속히 하락하기 시작해 OECD 평균 수준을 하회하게 되고, 연령 증대에 따라 OECD 평균 수준과의 격차가 계속 확대되는 양상을 보인다. 30대 이전에 우리나라 청년들의 역량이 OECD 평균 수준보다 높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성인기 역량의 급속한 감가상각이 확인되며, 이는 결국 성인기의 학습 부족에 그 원인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평생학습 또는 평생직업능력개발을 모든 시민의 권리로 보장하고, 이런 선언이 실효를 거두도록 기업의 일자리 수요 변화에 모든 국민들이 적절히 대응해 갈 수 있게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일자리 감소를 염려해 한계기업을 정부 지원으로 온존시키는 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시장경제의 창조적 파괴가 갖는 긍정적인 결과를 믿고 기업의 퇴출에는 의연하되, 퇴출되는 기업 근로자들의 직업능력개발 지원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를 통해 근로자들이 보다 생산적이고 혁신적인 부문으로 이동하고 경제 전체의 생산성이 제고돼 일자리 창출 능력이 높아질 수 있게 해야 한다. 

일자리의 양적 목표에 집착하기보다 양질의 일자리 확충에 정책적 우선순위를 두는 것도 중요하다. 양적 목표를 우선시할 경우 자칫 질 낮은 일자리가 양산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고용보호 수준의 격차와 과도한 임금격차 등을 좁혀나감으로써 질 낮은 일자리를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일자리는 결국 민간에서 만들어지며,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부 정책은 어디까지나 민간의 역할을 보완하는 것에 그쳐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의 역할은 민간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활발하게 만들어질 수 있도록 불필요한 규제를 최소화하고, 기업의 이런 노력들을 유인하고 적절히 지원하는 것으로 제한돼야 한다. 정부는 시장경제의 파괴자가 아닌 촉진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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