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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청년 세대와 여성의 삶의 질 향상 과제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돼
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2022년 06월호


치열한 대통령 선거를 거치고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다. 지난 대선은 청년과 여성 등 우리 사회의 비주류 세력이 선거의 판세를 가르는 영향을 미친 최초의 선거로 기억될 만하다. 이제 새로운 정부는 새로운 세력으로 등장한 청년과 여성들의 요구에 진지하게 응답해야 한다.

새 정부는 국정과제를 통해서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무엇을 할지를 밝혔다. 소상공인, 자영업자에 대한 코로나19 손실보상, 국민기초생활보장급여 지원 확대, 근로장려금 인상 등 저소득층 지원 분야에서 전향적인 제안들이 눈에 띈다. 청년 지원정책, 출산과 양육 및 돌봄 지원, 연금개혁 등 굵직한 과제도 다루고 있다. 이들 과제에 대해서는 청년과 여성의 눈높이에서 철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처우 낮고 불안정한 청년 일자리, 기혼여성 불이익 받는 노동시장 문제 해소해야

첫째, 청년의 취업 기회를 넓힐 방안을 찾아야 한다. 청년취업 문제의 심각성은 교육도 훈련도 받지 않으면서 취업도 하지 않은 니트족의 증가에서 드러난다. 우리나라 니트족은 청년 인구의 18%를 넘어 OECD 최고 수준이고 이웃 일본이나 독일의 2배에 달한다. 청년니트 급증은 우리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문제와 관련돼 있다. 청년이 접근할 수 있는 대다수 일자리는 처우가 낮고 고용이 불안정한 중소기업, 비정규직으로 이뤄져 있다. 다른 한편에 있는 대기업과 공공 부문을 중심으로 제공되는 소수의 좋은 일자리는 기성세대가 차지하고 있다.

새로운 정부는 노동시장 유연화를 강조하는 노동개혁으로 일자리 양극화에 대처하려 한다. 하지만 소수의 좋은 일자리를 해체하는 것이 청년의 취업난 해소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을 추진했지만 여러 한계를 보였다. 윤석열 정부가 유연화라는 이름으로 추진하는 정규직의 비정규직화 노선은 그 효과가 더욱 의문스럽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 등 노동시장의 차별구조를 해소하는 근본적인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외부자에 대한 차별과 배제를 해소하면서 내부자에 대한 과잉혜택을 줄여나가는 균형된 접근이 필요하다.

둘째, 노동시장에서의 성차별 해소, 일·가족 양립 지원을 통해 가족생활의 전망을 밝게 해줘야 한다. 우리 가족의 위기는 지난 수년간 사상 최악으로 떨어진 출산율을 통해서 드러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여러 정부에서 1.2명대 위아래로 등락을 보였던 출산율이 2018년 1.0명 아래로 내려가더니 계속 떨어져 2021년에는 0.8명의 세계적인 초저출산을 기록했다. 이러한 초저출산에는 경력 추구와 가족생활의 양립을 어렵게 하는 현실이 반영돼 있다.

새로운 정부는 다양한 출산과 양육 지원정책을 국정과제에 포함했다. 돌봄서비스 개선 노력 이외에도 출산 후 1년간 월 100만 원을 지급하는 부모급여 실시가 주목된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들이 현재의 위기에 대처하기에 충분한 것일까? 사실 새 정부의 정책은 출산과 양육에 대한 가족 부담을 덜어주는 지난 20년간의 정책 기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제 노동시장에서의 성차별을 시정하고, 가족생활을 하면서 경력 추구가 가능한 노동시장 환경을 구축하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그간 도입된 정책으로 가족 내에서의 양육 부담은 상당히 줄었지만, 노동시장에는 출산과 양육의 억제요인들이 요지부동으로 남아 있다. 우리 노동시장에서의 성차별부터가 문제다. 여성의 임금은 남성보다 33%나 낮고 고용차별까지 더해지니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도 매우 낮다. 기혼여성 특히 아동을 키우는 여성이 고용과 임금, 승진에서 받는 불이익은 더욱 크다. 여성의 결혼과 출산, 양육을 벌주는 사회에서 가족과 출산을 기피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재정지출 확대로 노인빈곤 해소를···미래 세대 위한 국민연금 수지균형 회복 노력도

셋째, 노후소득보장제도의 기능을 정상화하고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현재 우리의 노후소득보장제도는 다양한 도전에 직면했다. 우선 현세대 노인의 극심한 빈곤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또 취약계층 중심으로 연금의 사각지대 인구가 많아 계층 간 분배의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 그리고 현재 연금제도의 수지불균형으로 후세대의 재정 부담을 키우고 있다. 당장에는 정부 재정지출을 늘려 노인빈곤을 해소하되 장기적으로는 연금이 노후소득원으로 정상적 역할을 지속하도록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새로운 정부가 약속한 기초연금 40만 원 인상과 공적연금개혁은 이러한 방향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 개혁방안을 구체화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

우선 정부의 재정지출을 늘려 노인빈곤을 해소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선진 복지국가들은 GDP의 10% 정도를 지출해 노인빈곤을 해소했는데, 우리는 2%대의 낮은 지출에 그치고 있어 이 지경이 됐다. 정부 지출을 늘려 기초연금을 인상하고, 기초보장급여를 확대해 노인빈곤을 잡아야 한다. 

그리고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해소해 취약계층에 대한 연금혜택을 늘려야 한다. 보험료 납부의 연령 상한에 이른 55~59세 인구 중 최소가입기간 10년을 채워 연금을 수급할 수 있는 사람은 60%가 안 된다. 저소득층, 여성일수록 연금수급자가 되기 어렵다. 사각지대 취약계층을 줄여서 연금의 계층 간 재분배 기능을 정상화해야 한다. 59세에 묶여 있는 연금가입의 연령상한을 연금수급 개시연령(2021년에 62세로 2033년까지 65세로 상향조정) 직전까지 올려 연금수급자를 크게 늘려야 한다. 저소득층에 대한 보험료 지원을 확대하고, 여성 경제활동을 지원해 성별 연금 격차를 해소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와 함께 국민연금의 수지불균형을 줄여 후세대의 재정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현 제도에서는 연금급여에 비해 보험료 부담이 작아 적자가 나게 돼 있다. 게다가 노인 수명은 느는데 저출산으로 근로인구는 줄어드니, 2060년 즈음에는 연금기금이 고갈된다는 우려가 있다. 현세대가 연금의 수지균형을 회복하는 노력을 시작해 미래 세대가 짊어질 재정 부담을 줄여야 한다. 국민연금의 수지균형을 회복하는 장기적 구상을 마련하고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급격한 보험료 인상이나 급여 삭감이 연금에 대한 불신을 늘리고 사각지대 증가로 이어지지 않도록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제 청년 세대와 여성의 삶의 질 향상 과제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중장년 남성 중심의 기득권 집단의 이해관계에 따라 작동해 온 기존의 우리 사회 질서를 개혁해야 한다. 새로운 정부가 이러한 시대적 과제에 한 발짝 더 다가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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