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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플레이션, 팬데믹 대응 과정서 발생한 복합적 현상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 2022년 07월호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쉽게 잦아들지 않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미국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기 대비 8.5% 상승하며 정점론에 대한 기대가 확산됐으나 5월에 물가상승률이 8.6%를 기록하면서 그런 기대는 인플레이션의 정점이 언제일지 모른다는 불안으로 바뀌어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로존 역시 8%대의 높은 물가상승률이 유지되고 있고 우리나라 또한 5%대 물가상승률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 인플레이션은 어느 한 지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이미 전 세계로 확산돼 글로벌 경제를 위협하는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록적으로 높고, 쉽게 잡히지 않고 있는 물가는 국제유가와 여러 가지 정치 현안이 얽혀 있다는 점에서 1970년대 오일 쇼크 때의 기억을 소환하기도 하고, 수요와 공급이 가격을 상승시킬 때 이를 조정해 주는 시장 원리가 작동하지 못하는 등 새로운 유형의 인플레이션이 도래한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이 대두되기도 한다. 향후 인플레이션의 진행 방향을 예단해 보기 위해 지금 광범위하게 경제를 압박하고 있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원인을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양적완화, 전쟁 등으로 원자재 가격 폭등…
일상회복 영향으로 당분간 높은 수준 유지


지금 우리가 당면한 인플레이션은 기본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의 결과물이다. 주요국들이 팬데믹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풀린 유동성과 코로나19라는 질병이 발생시킨 공포 그리고 이 질병이 가속화한 나라별·지역별 갈등 등이 현재의 매우 복합적인 인플레이션을 발생시켰다고 볼 수 있다. 일시적인 요인이 작동한 결과물인 부분도 있지만 구조적인 변화를 수반한 부분도 있는 만큼 물가상승률은 올해 중 고점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지만 하락 과정은 매우 울퉁불퉁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매우 강한 긴축 조치들에도 불구하고 주요 중앙은행들이 목표로 하고 있는 물가 수준 안으로 들어가기까지는 2~3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 원인을 세 가지 측면에서 정리해 보면, 국제 원자재 가격 폭등과 글로벌 공급망 경색 그리고 노동시장의 병목이다. 우선, 현재 우리 눈앞에서 가장 큰 위협요인으로 부상해 있는 것은 글로벌 원자재 가격의 폭등이다. 원유를 필두로 한 원자재 가격 폭등의 일차적인 원인은 당연히 양적완화 등 유동성 공급정책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대비 4배 이상 증가한 주요국 중앙은행의 자산이나 대부분 마이너스로 하락했던 실질금리는 기업들의 실물투자가 위축된 국면에서 여러 가지 투기적 자산 가격을 급등시켰고 원자재 역시 그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유동성이 회수되는 국면에서도 높은 가격이 계속 형성돼 있는 것인데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원유 등 에너지를 비롯해 주요 원자재의 메이저 공급자인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킨 당사자이자 경제 제재를 받는 대상이라는 점이 글로벌 수급이 틀어지는 원인이 되고 있다. 전쟁이 발발하고 1분기 정도 지남에 따라 전쟁이라는 자극적인 뉴스에는 경제주체들이 익숙해지고 있지만 전쟁이 예상외로 장기화되고 있고 어떻게 마무리될지 불확실하다는 점은 향후 물가 불안이 언제 완화될지 가늠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전쟁 이외에도 대부분의 나라가 코로나19 봉쇄에서 벗어난 첫 번째 휴가시즌을 맞는 등 일상회복으로 인한 수요회복도 당분간 국제유가를 비롯한 주요 원자재 가격이 높게 유지될 수밖에 없는 이유로 작용한다. 그리고 높은 원자재 가격이 최종 소비재로 전달되는 데 소요되는 시차를 감안하면 이전보다 높은 물가상승률이 체감적으로는 훨씬 길게 유지될 수 있다.

두 번째 이유는 글로벌 공급망 경색 또는 제약이 지속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팬데믹 국면에서 글로벌 공급 경색은 나라별로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기 위한 지역 봉쇄의 결과로 발생했다. 최근 들어서는 대부분의 나라가 일상화 정책으로 전환했기 때문에 봉쇄로 인한 단절은 중국을 제외하고 해소되는 과정에 있다. 

하지만 글로벌 공급 경색은 여전히 원유 등 원료의 공급으로부터 주요 부품과 물류에 이르기까지 인플레이션이 쉽게 떨어지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동한다. 미국 등 다른 국가들이 일상화로 나아가는 와중에도 거대한 글로벌 공급 기지인 중국이 여전히 폐쇄적인 방역정책을 시행하며 그 효과를 반감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이유지만, 글로벌 리더십이 크게 약화되고 세계경제가 파편화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원자재나 기타 상품과 서비스의 이동을 방해하는 법적·물리적·시장적 마찰 계수가 높아지는 부분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의 강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제재로 인한 러시아산 원유 공급 부족분에 대해 미국의 우방인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크게 호응하지 않고 있는 점이나 러시아 원유가 중국이나 인도로 흘러 들어가면서 제재의 효과는 낮아지고 유럽 공급가는 더 올라가는 현상 등이 그 예다. 

미국이 정치적 이유 등으로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하는 정책을 추구하고 있는 것도 중요한 이유가 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마무리되고 산유국들의 증산이 이뤄지면 지금보다는 물가 압력이 크게 낮아지겠지만 이미 세계화가 역행하면서 생기는 공급망 제약은 계속 물가 안정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당장 6월부터 미국에서는 중국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에 대한 수입을 규제하는 법안이 발효됐는데 이로 인해 의류나 태양광 패널, 알루미늄, 배터리 등 주요 수입제품의 검역 절차가 강화되면 병목현상은 더 깊어질 수 있다.


팬데믹 국면에서 노동 공급이 급격히 위축되며
큰 폭의 임금 상승 발생


세 번째는 노동시장의 병목이 발생시키는 임금 상승 부분이다. 이번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가장 특징적인 모습은 노동시장에서 공급이 급격하게 위축되면서 큰 폭의 임금 상승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노동의 공급은 전쟁 등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단기간에 크게 변할 수 없다. 그래서 일반적으로는 경기 순환에 따른 노동 수요의 변동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번 팬데믹 국면에서는 스페인 독감 이후 100년 만에 발생한 글로벌 팬데믹 질병이 주는 공포와 봉쇄라는 환경 외에, 일을 하지 않아도 생활이 가능하도록 생활지원금이 지급됨에 따라 자발적으로 노동시장을 이탈하는 노동자가 많이 발생했다. 재정 여력이 있는 주요 선진국에서 코로나19 피해가 컸던 것이 이 현상을 부추겼다. 

노동 공급 충격은 최근에는 크게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서 일상화가 많이 진행됐고 보조금 지급이 지난해로 마무리된 측면이 크다. 하지만 일상화로 크게 늘어난 노동 수요로 인해 임금은 아직 안정되지 못하고 계속해서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예를 보면 올해 들어 구인율(job opening rate)이 팬데믹 이전 10년 평균인 3.1%보다 2배 이상 높은 7%대를 지속하고 있다. 이는 높은 임금 상승세가 경기침체 충격이 닥치기 전에는 쉽게 해소되지 못하고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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