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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의 통화정책 대응, ‘선제와 점진’이 키워드
방홍기 한국은행 정책분석팀장 2022년 07월호


한국은행(이하 한은)은 대내외 금융경제 여건의 변화에 맞춰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를 0.25%p씩 다섯 차례에 걸쳐 인상했다. 이에 따라 한은 기준금리는 올해 1월 코로나19 위기 직전 수준(1.25%)으로 되돌려진 데 이어 5월에는 1.75%까지 높아졌다. 이러한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국내 금융과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기에 앞서 기준금리 인상 기조로의 정책전환 배경과 정책 운용 현황을 먼저 짚어볼 필요가 있다.

금융 안정 리스크 및 물가 상승 압력 대응 위해
기준금리 인상 기조로 전환


우선 기준금리 인상 기조로의 전환은 코로나19라는 이례적 보건위기에 대응한 초완화적 통화정책을 정상화하기 위한 정책 방향의 선회였다. 방역 상황과 함께 국내외 금융경제 여건이 개선됨에 따라 사상 최저 수준인 0.50%까지 떨어진 기준금리도 점진적으로 정상화해 나갈 필요가 있었다. 또한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금융 안정 측면의 리스크에 대응할 필요성이 커진 점도 주요 정책결정 배경 중 하나였다. 그간 주택가격 오름세와 맞물려 빠르게 확대돼 온 GDP 대비 가계부채 수준이 중장기적 시계에서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져 왔다. 

마지막으로 가장 핵심적인 기준금리 인상 배경으로 물가 상승 압력 확대를 꼽지 않을 수 없다. 물가 오름세가 한은의 물가안정목표(2%)를 상당 폭 상회하는 수준을 장기간 지속하면서 계속 높아지고 있어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다. 한때 글로벌 공급병목이나 원자재 가격 급등과 같이 공급 측 요인에 주로 기인한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기도 했으나, 이제는 높아진 물가 수준이 경제주체들의 기대인플레이션에도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까지 이르러 그러한 예상이 빗나갔다는 것이 자명해졌다. 

미국 연준이 물가에 대한 뒤늦은 대응(behind the curve)으로 비판받고, 글로벌 금융·경제에 적지 않은 충격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에도 정책금리를 0.75%p씩 올리는 소위 자이언트스텝까지 단행한 데는 지난해 물가 상황에 대한 오판이 자리하고 있다. 한은의 경우에도 특히 향후 물가 여건에 따라서는 통화정책 대응의 속도가 달라질 수 있겠으나, 주요국보다 ‘선제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했기에 현재까지는 경제충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책대응을 ‘점진적으로’ 해오고 있다.

통화정책은 먼저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이후 시차를 두고 실물경제로 파급되는데, 지난해 시작된 기준금리 인상은 1차 경로인 금융시장에 원활히 파급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장금리와 여수신금리가 상승하고 정부의 대출규제도 강화되면서 민간신용의 증가율이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둔화되고 있다. 장기간의 저금리 기조로 자산시장 전반에 만연했던 수익추구행태도 완화되는 모습이다. 개인들의 주식 및 가상자산 순매수와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기준금리 인상 이후 상당 폭 축소됐고, 그간 빠르게 확대되던 시장형·실적배당형 금융상품의 증가세가 둔화되는 동시에 정기예적금과 같은 저위험·저수익의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이러한 점을 종합해 볼 때 그간 우리 경제의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평가돼 온 가계부채 및 자산시장 관련 금융 안정 리스크는 정책 의도대로 완화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가계대출과 달리 기업대출은 투자 및 운전자금 수요 등으로 여전히 높은 증가율을 이어가고 있으며, 보다 광범위한 개념인 통화량(M2)으로 평가한 시중유동성도 최근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으나 예년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또한 그간의 가계부채 누증과 주택가격 상승폭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금융 불균형 완화에는 상당한 시간과 꾸준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책대응 효과와 공급차질 개선으로
인플레이션은 하반기 이후 점차 안정화될 전망


다음으로 실물경제 영향을 살펴보면, 기준금리 인상은 경제주체들의 차입비용 증대 등을 통해 시차를 두고 성장세 및 물가 오름세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거시계량모형을 이용해 분석해 보면, 기준금리 25bp 인상은 GDP 성장률 및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차연도에 각각 0.1%p 및 0.04%p 정도 약화시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이는 과거 평균적인 영향으로 정책결정 시의 금융·경제 여건에 따라 그 크기는 달라지며, 거시계량모형의 구성, 추정 방법 및 대상 기간 등에 따라서도 다르게 추정될 수 있다. 

한편 기준금리 인상 이후에도 국내경제는 꾸준한 성장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성장세가 지난해보다 다소 약화되는 모습이나, 여전히 잠재수준을 상회하는 성장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한층 증대됐음에도 수출이 양호한 실적을 이어가고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경제활동 정상화로 소비가 빠른 회복흐름을 보이고 있다. 고용 여건 개선으로 가계소득이 증대된 데다 그간 큰 폭으로 늘어난 가계저축도 소비여력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물가의 경우 다섯 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한은의 물가안정목표 수준을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경제주체들의 기대인플레이션도 상승하고 있어 높아진 물가 인식이 다시 실제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2차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은에 부여된 핵심 법적책무가 물가 안정이라는 점에서 최근 높아진 인플레이션에 대한 통화정책 대응과 앞으로의 물가 전망에 대해서는 보다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 우선 이번 물가 상승은 앞서 언급한 대로 글로벌 공급병목이나 원자재 가격 급등과 같은 공급 측 요인에서 주로 비롯됐다. 일반적으로 공급충격은 지속성이 약한 데다 통화정책은 수요를 조절하는 수단인 만큼 공급 측 요인에 기인한 물가 상승에는 통화정책으로 대응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공급 측 요인에 더해 소비 회복과 고용 여건 개선 등 수요 측 요인이 가세하면서 인플레이션의 지속성이 강화된 데다, 경제주체들의 기대인플레이션이 물가안정목표 수준을 이탈할 조짐도 일부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높아진 물가에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분명하며, 이에 따라 한은은 당분간 물가에 방점을 두고 중기적 시계에서 통화정책을 수행해 나갈 계획이다. 향후 물가 경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지만 그간의 정책대응의 효과와 공급차질의 점진적 개선으로 인플레이션이 올해 하반기 이후 점차 안정화돼 물가안정목표 수준에 접근해갈 것으로 한은은 전망하고 있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이번 기준금리 인상기의 통화정책 키워드는 ‘선제와 점진’이다. 점진적인 대응의 이점은 경제주체들과의 충분한 소통을 통해 경제에 대한 의도치 않은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정책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으며, 선제적인 대응은 바로 이러한 점진적인 대응을 가능하게 한다. 앞으로도 한은은 경제주체들과의 소통을 강화해 나가면서 선제적인 통화정책 대응을 통해 물가 및 기대인플레이션의 안정을 도모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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