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는 코로나19라는 긴 터널을 지나 또다시 새로운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증가한 유동성과 지정학적 요인 등은 글로벌 긴축흐름과 맞물려 금융시장 전반에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 금리 상승으로 아직 체력을 회복하지 못한 취약차주와 가계 등 부채가 많은 경제주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산업 전반의 디지털혁신 흐름은 금융산업의 체질변화를 재촉하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디지털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하는 시대에 우리 금융시장과 금융산업이 어떻게 적응하느냐에 따라 그 미래가 달라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산적인 분야로 자금을 전달할 뿐 아니라 국민재산 형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금융의 발전은 우리나라의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긴요한 과제다.
경제·금융 비상대응계획을 상황에 맞게 점검·보완하고
가상자산의 책임 있는 성장 위해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이러한 상황에서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는 ‘금융안정’, ‘금융혁신’ 그리고 ‘민생안정’을 새 정부의 금융정책 주요 과제로 설정했다.
첫째, 복합위기에도 견딜 수 있는 확고한 금융안정을 추진하고자 한다. 고물가에 따른 글로벌 통화긴축 흐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등 대외리스크가 국내에 전파되는 경로를 최대한 차단해 나갈 계획이다. 금융위는 금융 부문 잠재리스크 등 위기 요인을 사전에 파악해 대처하는 선제적인 정책 대응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우리가 여러 차례 경험한 바 있는 경제·금융 위기의 과정에서 마련된 비상대응계획(contingency plan)도 상황에 맞게 점검·보완해 나갈 것이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전 금융권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에 대해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이러한 임시조치는 올해 9월 말 종료기한이 다가오고 있는데, 금융위는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어려움이 없도록 대응해 나갈 것이다. 먼저 유예된 원리금의 경우 소상공인·자영업자 상황에 맞게 분할 상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정부 재정을 바탕으로 ‘새출발기금’을 신설해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부실(우려) 채무 30조 원을 선제적으로 매입하고 상환기간 연장, 금리 인하, 원금 감면(부실채무의 경우) 등 채무조정도 제공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8조7천억 원의 규모로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바꿔주는 대환사업과 41조2천억 원 규모의 맞춤형 자금지원을 통해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경쟁력 제고를 도울 예정이다.
둘째, 역동적 혁신성장을 뒷받침하는 금융혁신을 이뤄나가겠다. 새 정부는 경제정책의 축을 ‘정부’에서 ‘민간’으로 전환해 나가고 있다. 공정한 시장질서 속에서 민간의 창의성과 역동성이 자유롭게 뛰놀 수 있는 시장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정부의 본래 역할이라 할 수 있다. 금융위는 금융산업이 독자적인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규제빗장’을 풀어주고, 유망 분야로의 자금중개기능을 강화하고자 한다.
우선 금융산업에 존재하는 규제 전반을 개선하고자 한다. 각 금융업권별 현장에서의 규제개선 수요를 구체적 사례 중심으로 조사하고(bottom-up), 민간 전문가와 함께 논의해 개선해 나갈 것이다. 특히 금융산업의 디지털혁신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무엇인지를 꼼꼼히 살펴 새로운 규범을 정비해 나갈 계획이다.
최근 과열과 급락을 반복하는 가상자산시장에 대해 새로운 규율을 마련하는 것도 정부가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금융위는 가상자산시장이 책임 있게 성장(responsible innovation)할 수 있도록 ‘디지털자산기본법’을 제정할 계획이다. 가상자산의 잠재적 효용과 현실화된 리스크를 균형 있게 살펴보면서 가상자산의 발행·상장 및 소비자보호 등에 관한 규율체계를 마련할 것이다. 올해 3월 발표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라 미국 주요 당국이 올해 말까지 가상자산과 관련한 보고서, 법안 등을 발표할 계획이므로 국제적인 규제흐름과의 정합성도 높여 나갈 것이다.
아울러 자본시장을 활성화해 실물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뒷받침하고자 한다. 자본시장 활성화는 자본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금융위는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기업금융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를 제고할 것이다. 우선 회계부정·주가조작 등 증권범죄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통해 자본시장 내 공정거래질서를 확립할 계획이다. 또한 내부자 지분 매도 시 처분계획을 미리 공시하도록 해 소액주주의 보호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낡은 규제는 과감하게 혁파하는 등 자본시장의 선진화를 위한 노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안심전환대출 45조 원 및 정책서민금융 10조 원 공급···
부동산 대출규제는 시장 상황 등에 맞춰 점차 정상화
셋째, 금융이 국민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특히 최근 금리인상에 따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취약계층에 대한 보호를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다. 먼저 45조 원 규모의 안심전환대출을 공급해 변동금리 대출을 고정금리로 전환해 줌으로써 주택구입 차주의 부담을 덜어줄 예정이다. 저신용·저소득 청년이 신속하게 재기할 수 있도록 이자 감면과 상환유예를 받을 수 있는 청년채무조정 특례제도도 신설할 계획이다. 정책서민금융은 올해 10조 원을 공급해(과거 5년 평균 7조9천억 원) 서민·취약계층을 든든하게 지원할 것이다.
국민들의 자산증대 및 주거안정을 위해서도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먼저 청년의 장기 자산형성을 위한 지원상품을 신설하고, 여러 상품 간 연계를 통해 청년의 자산형성을 뒷받침해 나갈 방침이다. 또한 저출산·고령화로 개인연금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개인·퇴직 연금의 세액공제 납입한도를 상향해 적정 노후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주거안정의 경우 우선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상한을 지역·주택가격·소득과 무관하게 80%로 완화하고, 대출한도는 현재 4억 원에서 6억 원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기존에 발표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체계는 가계부채 안정을 위해 유지하되, DSR 산정 시 미래소득 반영 방식을 개선해 현재 소득수준이 낮은 청년층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할 예정이다. 이번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한 대출규제 완화에 이어, 향후 부동산시장과 가계부채 추이를 살펴보면서 부동산 가격 급등기에 도입된 대출규제도 전반적으로 점차 정상화해 나갈 것이다.
우리 경제는 거대한 환경변화에 직면해 있다. 단기적으로는 눈앞에 다가온 복합위기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금융안정과 민생안정 대책을 마련하고,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디지털, 친환경, 빅블러(big blur, 경제융화가 일어나는 현상) 등 새로운 환경변화에 대응한 ‘도약의 토대’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금융위는 금융안정을 바탕으로 금융산업의 혁신을 통해 새 정부의 국정과제가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할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역동성과 창의성이 꿈틀대는 새로운 대한민국이 구현되는 데 ‘금융’이 중요한 역할을 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