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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경쟁력 확보와 정치·경제 리스크 반영한 새로운 해외투자 전략이 핵심
성기주 KOTRA 유턴지원팀장 2022년 09월호


코로나19를 계기로 글로벌 사회의 많은 부분이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 우리가 미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던 일상생활 속의 소소한 부분에서 많은 제약이 생긴 건 물론,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재화의 부족과 원하는 제품을 구매하기 위한 기다림 등도 일상화되고 있다. 흔히들 이러한 문제의 원인을 단순히 ‘일시적인’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여겼으나, 더 깊이 파고들면 코로나19는 미중 갈등을 비롯한 다수의 내재된 갈등을 고조하고 근본적인 글로벌 가치사슬 변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세계 제조업 전략의 근간이었던 글로벌 분업체계의 취약성이 드러나면서, 미국은 탈중국은 물론 미래산업에서 대중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EU, 일본 등 주요 선진국 역시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산업 지원과 공급망 내재화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또한 미국 주도의 ‘반도체 칩4’ 등 동맹국과의 폐쇄적 협업체계 구축과 외국인 투자 인센티브 확대는 국가 간 글로벌 기업 유치경쟁을 심화하고 있다.

국내복귀 기업 업종, 반도체·화학 등 비중 높아지고
대기업 주도 국내 중심 공급망 구축 움직임 보여


실제로 GM, 인텔, US스틸 등 미국계 글로벌 기업의 자발적인 국내복귀 사례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컨설팅회사 커니의 ‘리쇼어링 지수(Reshoring Index) 보고서’에서도 미국 제조기업의 76%가 안정적 공급망 운영을 위해 이미 리쇼어링을 완료했거나 할 예정이라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더해 미국 연방정부는 미래 경제패권 확보에 도움이 되는 글로벌 기업에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내면서 핵심산업의 공급망 내재화를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공급망 안정화와 미래 핵심기술 확보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해외진출기업의 국내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은 초기 목적이었던 국내 제조업 경쟁력 향상 및 고용 창출과 함께, 글로벌 공급망 재편 대응, 소재·부품·장비 부문 경쟁력 강화 등 글로벌 이슈 대응으로 그 범위와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국내복귀 기업에 대한 투자보조금과 세제 혜택 외에도 각 부처와 유관기관이 협업해 고용·스마트공장·R&D 등 지원 콘텐츠를 다변화하고, 업계 목소리를 반영한 제도개선을 추진하는 등 국내복귀 확대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그 결과 일반 제조업 중심이던 국내복귀 기업의 업종이 점차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화학 등 고부가가치산업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대기업 주도의 국내 중심 공급망 구축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2022년 1~7월 기준 국내복귀 기업으로 선정된 기업은 총 17개로 지난해 동기 대비 유사한 수준이지만, 기업별로 신고한 국내복귀 투자금액은 기업당 564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복귀 업종도 반도체산업을 포함한 전기·전자, 자동차부품, 화학산업의 비중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특히 반도체 관련 업종은 국내 기업과의 공급망 강화가 복귀 목적인 것으로 짐작된다.

해외 현장에서 확인된 국내복귀에 대한 반응도 정책 시행 초기와는 사뭇 다르다. 지난 5월 산업통상자원부와 코트라가 코로나19 확산 이후 처음 오프라인으로 개최한 베트남 진출 기업 경영지원 세미나에 100여 개의 기업이 참가했으며, 광저우, 칭다오 등 중국 5개 무역관에서 개최한 온라인 설명회에도 다수의 기업이 참가해 국내복귀에 대한 업계의 높은 관심을 증명했다. 투자진출 수요가 가장 높은 2개국에서 개최한 행사에서 우리 기업들은 국내복귀를 고려하는 원인으로 미중 통상 분쟁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 증가와 그에 비롯된 현지 사업 여건 악화를 꼽았다. 그 밖에 현지 정부의 자국 기업 우대정책과 로컬 기업의 경쟁력 강화 등도 국내복귀 고려 요인으로 지목했다.

정책적 지원과 기업 간 협력 활성화 등으로
여건 변화에 강한 제조업 생태계 구축 가능해


다만 현재 글로벌시장 여건 변화와 기업의 국내복귀 관심 상승 등은 단기요인에 불과하다. 우리 산업의 전반적인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개선과 더불어 기업 또한 지속 가능한 중장기 전략 도입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단기적으로는 수입의존도가 높은 소재·부품 부문의 공급망 다변화와 대체재 발굴이 필요하며,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패권경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기술경쟁력 확보와 정치적·경제적·외교적 리스크를 반영한 새로운 해외투자 전략이 핵심이다.

또한 국내복귀 관점에서는 우리 기업 간의 공고한 협력체계가 필요하다. 저임금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해 해외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국내복귀 우려 요인 중 하나는 높은 국내 인건비로 인한 가격상승이다. 게다가 첨단 소재·부품 부문은 규모가 큰 해외시장이 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커니의 조사에 따르면 저렴한 노동력 활용을 위해 앞다퉈 해외로 나갔던 미국 기업들이 최근 자국으로 복귀한 사유는 ‘인건비’였다. 이는 기업들이 생산자동화를 통해서 물류 등 추가비용을 최소화해 높은 인건비를 상쇄하고, 공급망 안정화까지 이루는 전략을 선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사례를 바탕으로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스마트공장 지원 프로그램을 더 강화하고 대·중소기업 간 협력이 활성화될 경우, 핵심산업의 공급망 내재화는 물론 여건 변화에 강한 제조업 생태계 구축은 불가능한 일이 아닐 것이다.

지난 4월 IMF가 주최한 세미나(‘Debate on the Global Economy’)에서 제롬 파월 미국 연준의장은 현재 세계경제에서 세계화 역전(reversal)이 진행되고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세계화의 속도가 느려지고 있는 것은 확실하며 앞으로 분명히 세상은 달라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주요국들은 자국산업 우대정책을 확대하고 있고, ‘동맹쇼어링(ally-shoring)’,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등 공급망을 안정시키기 위한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러한 정책이 어떤 효과를 얼마나 낼지에 대해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지만, 일단 변화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우리 역시 지금과는 다를 미래의 글로벌 가치사슬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며 적극적인 대내외 협력을 통한 새로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야 하는 시점인 것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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