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농업·농촌은 농자재 가격 상승, 인력 부족, 자연재해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농업·농촌에 희망을 주고, 농업을 미래 성장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세밀한 전략과 투자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농업·농촌이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힘차게 도약할 수 있도록 내년도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 예산안은 새 정부 국정과제의 차질 없는 이행과 농업인의 경영안정 및 시급한 민생과제 해결에 중점을 뒀다. 건전재정 기조에 따라 집행률이 낮은 사업 등 지출을 줄일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효율화하는 한편,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새로운 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했다. 규모 면에서는 2023년 총 17조2,785억 원으로 2022년 16조8,767억 원 대비 2.4%(4,018억 원) 증가했다.
가루쌀산업 활성화에 107억 원 투입···
밀 비축물량 2만 톤으로 늘리고 콩 매입단가는 인상
예산안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첫째, 외부충격에도 굳건한 식량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주요 곡물의 자급률을 높이고, 식량안보를 강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 떡, 주류, 즉석식품 등으로 국한된 쌀 가공식품의 외연을 넓히고, 수입에 의존하는 밀가루 수요 일부를 쌀로 대체하기 위해 가루쌀산업 활성화에 107억 원을 투입한다. 가루쌀 전문 재배단지 40개소를 육성(31억 원)하고, 제조·가공 업체에 가루쌀을 활용한 고품질제품 개발(25억 원)과 판로 확보(15억 원)를 위한 자금도 지원한다. 농식품부는 2027년까지 수입밀가루 수요의 10%를 가루쌀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수입비중이 높은 밀과 콩의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밀 비축물량은 245억 원을 투입해 2만 톤으로 늘리고 콩 비축 매입단가는 킬로그램당 4,032원에서 4,489원으로 인상하는 한편, 공동선별비 지원규모를 3만 톤으로 확대하는 등 밀·콩 공급안정을 위한 예산을 증액(1,935억 원→2,340억 원)했다. 또한 밀·콩의 생산을 확대하고 쌀 수급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전략작물 직불금제를 도입(720억 원)했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 등에 대비해 민간기업이 해외 식량 공급망(해외 곡물 엘리베이터 1개소)을 확보할 수 있도록 총 500억 원 규모의 융자금도 신규로 지원한다.
둘째, 청년농업인 육성, 스마트농업과 디지털 전환의 확산, 농산업 혁신생태계 조성 등으로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신산업을 발전시켜 농업의 미래 성장산업화에 힘쓴다. 미래 농업을 이끌어갈 청년농 3만 명 육성을 본격 추진할 계획으로, 우선 영농 초기에 필요한 정착금 지원규모를 평균 90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인상하고 선발규모를 2천 명에서 4천 명으로 확대한다. 창업자금의 이자율은 0.5%p 추가 인하(2%→1.5%)해 금융부담을 완화한다. 청년농에게 농지를 최대 30년까지 장기임대(20헥타르, 82억 원) 해주고, 임대 완료 이후 해당 농지의 소유권을 이전해 주는 제도도 도입할 예정이다. 더불어 유휴농지와 국공유지를 경작 가능한 농지로 정비한 후 제공(6헥타르, 54억 원)하고, 공공임대용 비축농지에 스마트온실을 설치한 후 청년농에게 임대(6헥타르, 45억 원)하는 한편, 청년가구를 위한 편의시설을 갖춘 공공임대주택단지를 4개소(48억 원)로 확대 조성한다.
스마트농업과 농업의 디지털 전환에도 집중 투자한다. 임대형 스마트팜 3개소(570억 원), 스마트 원예단지 20헥타르(59억 원), 노지 스마트팜 3개소(57억 원)를 추가 설치하고, 농업 생산·유통·소비 전 과정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전국단위의 농산물 온라인 도매거래 플랫폼(46억 원)과 스마트 산지유통시설관리 통합지원 시스템(30억 원)을 구축한다.
또한 농식품 관련 기술혁신 지원을 확대한다. 밭농업 기계화율을 높이기 위해 맞춤형 기술개발사업(49억 원)을 신규 추진하고, 첨단기술을 접목한 농기계를 현장에서 직접 시험해 볼 수 있는 실증단지를 조성(19억 원)한다. 식품 분야가 미래 혁신산업으로 성장하도록 유망 식품기술 개발 지원에 380억 원을 투입하고, 다양한 식품정보를 통합적으로 제공해 민간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도 구축(30억 원)한다.
공익직불금 요건 개선해 56만 명에 추가 지급하고
농촌 공간 정비, 농업인 사회복지 안전망 강화 뒷받침
셋째, 글로벌 공급망 불안, 농업 생산비 증가, 자연재해 증가, 가격 불안 심화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농축산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경영안전망을 강화한다. 농가의 생산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올해에 이어 비료가격 인상분의 80%를 할인(1천억 원, 6개월분)하고, 총 1조 원 규모의 사료 구매자금을 1.8%의 저금리로 제공한다.
지난 정부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제도개선 사항도 반영했다. ‘2017~2019년 중 직불금을 받았던 농지’만을 대상으로 했던 공익직불금 지급요건을 폐지해 그동안 지급대상에서 제외된 실경작자 56만 명에게도 직불금을 지급(17만 헥타르, 3천억 원)한다. 또한 4,686억 원을 반영해 농업재해보험 대상이 되는 농작물을 70개 품목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농촌의 인력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농촌인력 중개센터를 180개소로 확대 설치한다. 이 중 9개소는 센터가 외국인 근로자를 직접 고용해 필요한 농가에 공급하는 공공형 계절근로 전담센터로 운영될 예정이다.
한편 선제적인 농축산물 수급 조절과 판로 확대를 통해 가격변동을 최소화한다. 주요 농산물 35만 톤(6,866억 원)을 비축하고 채소가격안정제 물량을 97만 톤에서 123만 톤(552억 원)으로 확대해 수급 불안에 대응한다. 신선 농축산물 할인쿠폰(1,080억 원)을 통해 소비자의 장바구니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농축산물의 국내 판로도 확보한다.
넷째, 농촌을 국민 모두가 찾는 쾌적하고 매력적인 공간으로 바꾸고, 농업인의 사회복지 안전망 강화를 뒷받침하기 위한 예산을 확보했다. 공장 등 유해시설의 무분별한 입지로 난개발된 농촌을 공간계획에 따라 정비해 쾌적한 공간으로 개선하는 데 776억 원(85개소)을 투입하고, 농업환경 개선이 필요한 지역에 토양·용수·생태·경관 보전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35억 원→55억 원)한다. 아울러 농업 분야 탄소중립 달성을 뒷받침하는 농식품 기후변화 대응센터를 조성(2023~2026년, 594억 원)할 계획이다.
또한 농촌의 고령화에 대비하고 부족한 사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농업인 건강보험료 지원대상을 33만7천 세대로 늘리고, 연금보험료 지원 기준소득을 103만 원으로 상향하는 등 건강·연금 보험료 지원 관련 예산을 4,018억 원으로 확대했다. 농작업 사고에 대비한 보험의 보장 수준 강화(972억 원), 농촌의 보육시설(185개소→195개소) 및 돌봄마을(1개소 추가) 확충도 추진된다.
이 밖에 건전한 반려문화 조성과 반려동물산업 육성을 위한 예산을 확대한다. 유실·유기 동물 입양에 대한 인식개선과 입양률 제고를 위해 도심지역에 입양전문센터 2개소를 신규 설치하고, 국민들의 수요가 높은 반려동물 관련 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해 반려동물 맞춤형 의약품·의료서비스 개발(67억 원→90억 원)과 동물병원 진료항목 표준화를 위한 연구(4억 원→18억 원)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