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경기침체와 함께 일시적으로 정체했던 국세수입이 2년 연속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단기간에 급변한 세수환경과 이로 인한 재정여건의 개선은 재정건전화 차원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던 증세의 시급성을 원점에서 재평가하도록 하며 세입관리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요구한다.
강력한 확장재정 기조와 더불어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크게 불어난 재정적자를 축소하기 위해서는 일정 규모의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그간 주류를 이뤄온 것이 사실이다. 변화의 계기는 코로나19 경기침체가 예상외로 짧게 끝나고 국세수입이 2년에 걸쳐 법인세 단일세목의 세수 규모보다 큰 폭으로 확대되면서 마련됐다. 세입여건의 극적 개선으로 날로 취약해져 가던 재정여건이 호전됐고 이에 따라 종전의 조세정책 방향도 큰 틀에서 조정이 필요해진 것이다. 단지 재정 유지가능성 확보만이 아니라 조세부담 합리화라는 관점에서 세입관리정책을 설계하는 노력이 요청된다고 할 수 있다.
세수기반 확대로 자연스레 세입확충,
세수변동의 정확한 요인 분석 급선무
건전한 재정의 유지를 우선시해 오던 정부정책에 큰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것은 2019년 재정전략회의를 통해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크게 부각되고, 다음 해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에 대규모 재정이 투입되면서부터라 할 수 있다. 초유의 대전염병 확산으로 경제위기가 고조되면서 당시 재정지출이 급증한 것은 불가피한 현상이었다. 문제는 확대재정 기조가 이후에도 계속 강화일로로 치달은 점이다. 그 결과 흑자 상태의 통합재정수지는 완전히 적자로 돌아섰고, 관리재정수지 또한 3년 연속 연평균 100조 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팬데믹 이후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GDP 대비 5% 후반 수준으로 고착화하고,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2019년 37.6%에서 2022년 49.7%로 급등하며 재정건전성 관리에 적신호가 켜졌음에도 지난해 정부가 제출한 중기 재정운용계획에서 의미 있는 대책은 찾기 힘들었다. 특히 2025년 국가채무 비율이 60%에 근접할 것이란 정부전망으로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는 극에 다다랐다.
지출 구조조정만으로는 100조 원대 재정적자를 해소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은 상황에서,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대두된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에 가깝다.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중 어느 세목을 증세 대상으로 삼을지를 두고 대립했을 뿐 가까운 시일 내 대규모 증세는 거의 기정사실화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조세부담률을 낮게 유지하면서 빠르게 확대되는 복지지출을 부채로 충당한다는 것은 불합리할 뿐만 아니라, 재정건전성을 심각하게 훼손함으로써 국가신인도마저 위협하고 종국에는 재정위기로 비화할 것이란 걱정이 증세 불가피론의 핵심논거였다.
새로이 들어선 정부가 재정건전성 회복을 위해 내놓을 카드에 관심이 집중될 무렵, 재정당국이 공개한 2022년 초과세수 전망치는 모두의 예상을 넘어선 놀라운 규모였다. 전년도 초과세수 61조4천억 원에 이어 올해도 본예산 대비 53조7천억 원의 추가적인 국세수입 증가가 예상된다고 발표됐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발생한 초과세수가 예외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점을 뜻한다. 그뿐만 아니라 경기둔화가 진행되는 내년에도 정부는 올해와 비슷한 규모의 세수가 예측된다고 밝힘으로써 올해의 세수증가 역시 일시적인 성격이 아님을 확인해 줬다. 즉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 세입기반은 오히려 확대됐으며, 이렇게 확장된 기반은 향후 경기둔화에 직면해서도 계속 유지될 만큼 안정적이라고 해석됐다. 많은 사람이 세수증대를 위해서는 증세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가운데 세수기반이 확대되고 세입이 자연스레 확충된 것이다.
증세 문제는 재정건전화 차원보다
복지재원 확보를 위한 중장기적 과제로 접근해야
불과 2년 만에 국세수입이 115조 원 증가한 것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놀라운 현상으로, 현 재정여건과 추후 세입관리에 주는 정책적 시사점은 상당하다. 무엇보다 정부는 세수변동의 정확한 요인을 분석하고, 그 변인이 구조적인 성격을 띠는지 여부를 분명히 밝히지 않으면 안 된다. 정부 발표대로 세입확충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면, 주요 세목의 세수에 필적하는 110조 원대 세입증가가 항구적으로 이뤄진 만큼 가까운 미래에 추가적으로 증세를 할 이유나 명분은 사라졌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와는 반대로 갑자기 늘어난 세금의 부작용이 오히려 중요한 문제가 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은 대다수 OECD 국가들에 비해 낮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전개된 세수변동으로 조세부담률이 2년 만에 3.3%p나 상승해 독일(23.1%, 2020년 기준)보다 높은 수준(23.3%, 2022년 기준)에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여기에 GDP의 약 1%에 이르는 법정부담금까지 준조세로 포함하면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은 OECD 평균(24.3%)과 동일해져 더 이상 저부담국이 아닌 중부담국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정부는 이와 같이 단기에 급등한 조세부담률이 국민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는지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전체적인 경제규모가 커지는 것에 비해 세금이 너무 빠르게 늘게 되면 조세부담의 과도한 상승으로 경제적 비효율이 커지고 중장기적으로 성장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담세력이 증가하는 속도 이상으로 세금이 늘어나면 지금과 같은 고물가·고금리 상황에서 경제주체가 겪는 고통이 배가될 수 있어 더욱 주의가 요구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2022년 세제개편안에 담긴 13조 원대 감세조치의 배경과 의미를 새롭게 조명하고 평가할 수 있다.
최근의 세수변동이 일시적이 아닌 구조적 요인에 의해 세입기반이 확대된 결과에 해당한다면 증세 문제는 재정건전화 차원의 단기적 과제가 아니라 복지재원 확보를 위한 중장기적 과제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령화의 진전에 따라 지속적으로 늘어가는 복지지출 소요는 현 세입기반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다만 증세정책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지방교부세나 교부금의 경직적 재정구조를 해소함으로써 증가된 국세수입이 온전히 복지재원으로 활용 가능하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