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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국고보조, 과감히 정비하고 지방세 위상 강화에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
조기현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한국지방재정학회장 2022년 11월호


정부는 지난 9월 2022~2026년 국가재정운용계획과 이를 바탕으로 편성한 2023년 예산안을 발표했다. 건전재정 기조로 전면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총지출 증가율을 5.2%로 대폭 하향조정했다. 이를 통해 윤석열 정부의 국가운영 기조가 어디에 있는지 선명히 보여줬다. 국가재정 의존도가 높은 지방재정 역시 이러한 정부의 국정기조를 이해하면서 지역발전에 필요한 재원의 효율적 배분과 건전성 유지, 재정성과의 극대화 등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지난 20년간 지방세입 규모 474조 원으로 4배 이상 확대

1990년대 초 본격적인 지방자치 시대에 접어들면서 지방행정의 효과적 운영을 위한 지방재정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특히 역대 정부는 지방세입의 안정적 확보를 중시하고 다양한 시책과 제도개선을 추진했다. 가령 참여정부는 역대 정부 최초로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을 표방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적 기반으로서 지방양여금 폐지 및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신설, 국고보조금 정비, 분권교부세 신설과 지방교부세율 인상 등을 추진했다. 이명박 정부는 수도권 규제 합리화 차원에서 부가가치세의 5%를 재원으로 하는 지방소비세를 도입했으며, 분권교부세 일몰기한도 5년 연장했다. 
박근혜 정부 시기에는 취득세율 영구 인하의 후속조치로 지방소비세를 부가가치세의 5%에서 11%로 확충했으며, 지방소득세의 독립세화를 적극 시도했다. 문재인 정부는 국세 대 지방세 구조를 8 대 2에서 7 대 3으로 개선하고자 2단계 재정분권을 시도했다. 2019~2020년 기간의 1단계 재정분권에서는 지방소비세를 부가가치세의 21%로 확충했고 소방인력의 2만 명 확대에 대응해 소방안전교부세율이 25%p 인상됐다. 아울러 2단계 재정분권이 종료되는 2023년까지 지방소비세 규모를 부가가치세의 25.35%로 추가 확대할 예정이다. 

이러한 일련의 노력으로 지난 20년간 지방세입 규모는 116조 원에서 4배가 넘는 474조 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명목 GDP가 2.7배로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지방세입은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문재인 정부 시기의 지방세입 성장세는 노무현 정부 8.6%, 이명박 정부 5.1%, 박근혜 정부 7.4%를 뛰어넘는 11.8%를 시현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국내외 경제가 역성장을 기록한 2020년에는 국세의 –2.7% 성장과 대조적으로 지방세는 지방소비세 확충 등의 영향으로 8.3% 증가했다. 국가 조세수입 중 지방세 비중도 2001년 21.8%에서 답보 상태를 유지해 왔으나 2010년 지방소비세 도입을 계기로 2015년 24.6%로 개선됐으며, 2020년에는 지방세 100조 원 시대에 진입하면서 지방세의 위상도 26.3%로 높아졌다. 

그러나 지방재정의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지방재정의 내실은 여전히 허약한 편이다. 지방세입에서 상위 정부에 의존하는 지방교부세, 보조금, 조정교부금 등은 2001년 45조 원에서 2011년 100조 원을 돌파했으며, 2020년에는 두 배를 넘어선 242조 원으로 증가했다. 무엇보다 국고보조의 팽창이 의존재원의 증가세를 견인하고 있는데, 국고보조 규모는 2001년 16조 원에서 5배 이상으로 팽창해 2020년 83조 원을 기록했다. 국고보조의 팽창은 지방비 부담의 증가, 지방세출 경직화, 사업 획일화로 인한 재정성과 극대화 저해 등을 초래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한편 저출생·고령화 여파로 사회복지비 부담이 급증하는 것도 지방재정의 어려움을 가중하는 요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사회복지비 증가세는 세출 전체 증가세를 상회해 세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8년 21%에서 2020년 37.6%로 급증했다. 사회복지비 부담은 복지수혜자가 밀집된 특별시·광역시, 인구 50만 명이 넘는 거점도시, 자치구에서 심한 편이다. 지역 간 재정격차가 여전하다는 사실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방재정의 외형 성장과 달리 지역 간 세입총량 차이는 확대되는 추세인데, 수도권 비중은 최근 10년간 상승해 2020년 기준 40.9%를 기록하고 있다. 

자치단체 내부 관리역량 개선도 지방재정의 내실 운영에 필요한 대목이다. 지방재정분석 지표를 살펴보면 통합재정수지비율이 2016년 이래 부진한 상태이며, 2020년엔 마이너스 상태로 전환됐다. 지방세와 세외수입 확충 노력도 미흡한 실정이며, 세수오차가 10%를 넘는 등 계획적이지 못한 재정운영도 개선해야 할 과제다. 지방보조금의 경우 과목 구분의 명확성 부족, 지원기준의 포괄성, 특정 보조사업자 편중지원, 집행·정산 시스템 및 일몰제 등 사후평가관리 미흡 등의 문제가 여전하다. 출자·출연 기관이 급증하는 현상, 민간보조금 및 행사축제경비 한도제를 회피할 목적으로 민간위탁사업 등으로 대응하는 전략적 행위도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지방재정의 건전성과 효율성 높이도록
투자심사제도 강화, 재정성과 제고에 집중


윤석열 정부는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목표로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의 통합적 추진’을 제시한 바 있다. 실천과제로 재정자주도 제고, 자주재원 확충, 국고보조 개선, 현금성 복지사업 관리 강화, 지방보조금 통합관리를 통한 예산누출 예방, 지방재정 위기관리 제도개선 등을 제시했다. 지방재정이 당면한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면서 국정기조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조치들이 강구될 필요가 있다. 

첫째, 국고보조의 과감한 정비가 필요하다. 국고보조 팽창은 국가재정 전반의 효율성을 저하시킬 뿐 아니라 지방세출을 경직화하고 재정건전성을 저해하는 주된 요인이다. 정책모의실험을 해보면, 단기적으로 국세의 지방이양 등 지방세입 확충이 지방재정 건전성에 유리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국고보조 축소가 효과적이었다. 
둘째, 국고보조 정비로 얻은 여유재원은 국세의 지방이양 등 지방세 위상 강화의 용도로 활용한다. 단, 조세의 가격기능이 효과적으로 발휘될 수 있도록 세입이양이 아닌 세원이양 방식을 적극 검토한다. 
셋째, 세원이 수도권에 편중된 현실을 고려해 지방교부세 및 조정교부금의 재정조정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 조건불리지역, 지방소멸 대응 기회발전특구, 인구급감지역 등을 대상으로 보다 강력한 재정조정 장치가 동원될 필요가 있다. 
넷째, 투자심사제도의 강화다. 투자심사제도는 입구단계부터 부실사업을 차단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장치다. 따라서 면제사업에 대해서는 「국가재정법」과 같이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제도’를 도입하고, 일반농산어촌 개발사업 등 지방이양으로 현실성이 저하됐거나, 범위가 포괄적인 사업들을 면제대상으로 하는 것이 적절한지 검토하도록 한다. 
다섯째, 이력관리제도 확대 및 강화를 통한 재정성과 제고다. 현재 타당성조사부터 착수단계까지 사업별 이력을 관리하고 있으나 운영단계까지 확장하면, 예비타당성조사의 사후검증을 통해 신뢰성을 높이고 재정성과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방식의 도시개발사업에 대한 제도보완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 「지방공기업법」 제65조의3은 지방공기업이 신규로 추진하는 투자사업에 대해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정·고시한 전문기관에 타당성검토를 의뢰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지방공기업이 다른 법인에 대한 출자를 통해 사업을 추진할 경우 전문기관 타당성검토의 회피가 가능한 실정이다. 이러한 우회전략은 미국 등 자치선진국에서 지방재정위기의 단초로 작용한바 지방공기업이 출자한 특수목적회사(SPC) 또는 PFV가 일정 규모 이상의 도시개발사업, 산업단지 개발사업, 관광단지 개발사업 등을 계획할 경우 전문기관을 지정·고시하고 전문기관으로부터 타당성검토를 받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외곽기관(출자·출연 및 공사·공단) 설립과 외곽기관의 투자사업에 대한 타당성조사 및 투자심사 관련 제도의 정비도 검토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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