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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일본경제 1%대 성장세 지속…엔저 완화될 전망
이지평 한국외대 융합일본지역학부 특임강의교수 2022년 12월호


일본경제는 한국, 미국 등에 비해 코로나19 충격으로부터의 회복이 더디게 이뤄졌지만 코로나19 감염 확산의 영향은 점차 약화되고 있다.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 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경제는 2022년과 2023년 1%대의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관련 거리두기 규제가 완화되면서 내수경기가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소비는 다른 주요국에 비해 뒤늦게 시작된 보복소비에 힘입어 확대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입국 제한이 풀리면서 매출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는 백화점의 경우, 최대 기업인 미스코시홀딩스의 2023년 3월 결산 연결순이익이 전년 대비 9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수출 대기업들의 수익 및 투자도 엔저에 힘입어 확대될 전망이다. 
일본 기업들은 글로벌 탄소중립 흐름에 대응하기 위한 탈탄소화 기술 개발 및 도입, 디지털 혁신 등 장기적·구조적으로 필요한 설비투자에 나서고 있다. 또한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 대응하는 가운데 전략적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는 반도체산업의 회생과 생산능력 확충을 위한 정부와 민간의 공동투자 확대 노력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내수 중심 성장을 공고히 하고 소비를 진작하기 위한
71조6천억 엔 규모 종합경제대책 추진


일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신선식품을 제외한 핵심 지수 기준으로 지난 9월 3.0%를 기록해 31년 만에 처음으로 3%대로 올랐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엔저로 인한 수입품 가격 상승이 일본 서민층에 부담이 되는 상황이지만, 미국 등에 비해 아직 물가상승률이 낮은 수준에 그치고 있다. 내년에는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올해보다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일본은행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1%대 후반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정부는 글로벌경제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내수 중심의 성장을 보다 공고히 하고 소비를 진작하기 위해 ‘종합경제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0월 28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이 대책은 재정지출 규모가 39조 엔이며, 민간투자를 포함한 총사업 규모는 71조6천억 엔에 달한다. 종합경제대책을 통해 일본 정부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엔저로 생활고를 겪는 서민층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면서, 엔저를 활용한 수출 활성화 등 산업경쟁력 강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또한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한 인재양성 정책과 자연재해대책 등 안전대책도 중점 추진하게 된다. 

일본 내각부는 이번 대책이 실질 GDP를 4.6% 부양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2%p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편 미즈호종합연구소는 이번 대책이 2022 회계연도 GDP를 0.1%, 2023 회계연도 GDP를 1.1% 부양하는 효과에 그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엔저를 활용한 수출 강화 전략을 내세우고 있지만, 일본 기업들은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해외공장을 국내로 회귀시키려는 의지가 크지 않다. 이 부분이 한계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업과 가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엔저는 2023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엔저에도 일본의 수출이 뚜렷하게 확대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고수하면서 엔화 가치 급락의 부정적 측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수출 대기업과 달리 전체 기업 수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은 엔저로 인한 수익 감소 효과가 크며, 대기업의 경우도 해외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엔저의 부작용을 억제하기 위해 막대한 재정지출을 감수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은 2022년 초 달러당 115엔이었던 엔화 가치가 10월에는 한때 달러당 151엔까지 급락하는 등 엔저 현상이 너무 심화됐기 때문이다.  

엔저는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 확대와 함께 가속화돼 왔으나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완만한 둔화세로 돌아선 것이 확인되면서 엔화 가치는 지난 11월 10일 달러당 146엔에서 141엔으로 급등한 후 11일에는 138엔대로 더 상승했다. 약세 국면에서 순간적으로 기록한 달러당 151엔을 한계선으로 엔화 가치 하락세가 마감될 것인지는 불확실하나, 2023년에는 엔화가 완만한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미국 물가상승률 둔화, 일본은행 총재 교체 등으로
엔화 가치 완만한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 커


특히 2023년 4월에는 양적·질적 금융완화 정책을 통해 노골적으로 엔저를 유도해 왔던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퇴임하고 신임 총재 체제가 구축될 예정이다. 2013년부터 총재직을 맡고 있는 구로다 총재는 2022년 엔저 흐름이 가속화되는 가운데서도 금융완화 정책의 유지 및 강화를 강조했고, 그의 이러한 발언으로 엔화 약세가 더욱 심화되는 부작용이 있었다. 신임 총재는 큰 폭의 금리인상은 어렵겠지만 물가상승세에 대응한 금융정책 미세조정, 금융완화 정책의 노골적인 강조 자제 등의 조치를 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미국의 금리인상 정책 완화와 함께 엔화의 완만한 회복세를 뒷받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글로벌 달러화 강세가 아시아 각국 통화 및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하는 효과도 약해질 것으로 보여 2023년 세계경제 둔화로 인한 일본의 수출경기 하락세는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경제는 대외 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엔저에도 수출경기가 부진할 것으로 보이지만, 소비가 꾸준히 확대되고 일본 정부의 경제대책도 효과를 나타내면서 2022년과 2023년 1% 전후의 플러스 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미즈호종합연구소, 노무라종합연구소 등 일본의 민간연구기관들은 <표>에 나와 있는 바와 같이 수출보다 소비 등 내수가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특히 노무라연구소의 경우 민간설비투자가 2023년에 오히려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전망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및 유럽 에너지 위기의 극단적인 악화, 미국 인플레이션의 예상외 심화 혹은 미국 경기의 극심한 추락, 신흥국발 경제·금융 위기 등이 일어나지 않을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물론 대외 불확실성에 일본 정부는 경제대책을 통해 대응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글로벌경제가 불안정한 상황이기 때문에 대외 요인이 극단적으로 악화되지 않더라도 예상보다 다소 심한 충격이 발생할 경우 2023년 일본경제의 성장세가 0%대 초반으로 위축될 위험성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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